鵲巢日記 15年 01月 14日
본점에서 드립교육을 보았다. 오늘은 교육생 김 씨가 볶은 수프리모 맛을 보았는데 신맛이 너무 나는 것이다. 볶음 정도를 보니 ‘하이’급이었다. 신맛에 특히나 좋아하다 보니 한잔 맛보며 한마디 했다. 호! 이제는 커피 맛이 듭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커피를 무의식적으로 찾지는 않았다. 요즘은 아침에 커피 한잔 마시지 않으면 휑하다. 그러니까 옆에 있던 이 씨가 한마디 한다. 몸이 허하니 커피 맛이 당겨지는 겁니다. 맞다. 40 중반이면 적은 나이는 아니다. 허할 때도 되었다.
커피 한잔 마시고 본부에 와서 직원들 월급을 확인했다.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사람 합치면 모두 9명이다. 올해부터 최저 임금이 조금 올랐다. 5,580원이다. 그러니까 작년에 비하면 7.1%가 오른 것이다. 경기는 좋지 않아도 최저 임금을 올리는 이유는 경제 활성화의 한 방편으로 소비지향을 목적으로 한다는 소식을 언젠가 들은 바 있다. 임금이 오르면 가게 파는 모든 자재와 서비스 가격 또한 올라야 한다. 소비되지 않는 이 경기에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어찌 보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번 달 월급부터 모두 인상했다. 직원들 통장에 월급을 산정해서 넣고 보니 사업이 뭔지 생각하게 한다. 언제나 살얼음판이다. 늘 걷는 이 얼음판도 만성이 되었다. 올해는 더욱 안 좋을 거라는 전문가의 말과 점점 경쟁적인 사회와 더 많이 밀려드는 업체에 생존은 무엇인가? 하며 생각한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막무가내 용 쓰며 가는 사십 리 오르막길이다. 주위 사람에게는 거저 운영은 된다고 했지만, 이것도 우스운 말이다.
5년 전, 본점 지으며 빌어다가 쓴 신용보증기금 자금이 이번 달 만기다.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모두 상환하라는 얘기다. 신용보증기금에 들러 자금을 더 쓸 수 없는지 상담하니 각종 서류를 준비해오라는 쪽지 한 장 준다. 동 사무소에 들러 서류를 준비하고 주거래은행에 들러 서류를 세무서에 들러 서류를 준비하니 두 시간 후딱 간다. 각종 서류를 챙겨서 이리저리 다니니 이런 생각이 든다. 일은 만들어서 하는 것이다. 일이란 별다른 게 아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뭐하나! 돈 잘 빌리는 게 기업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들었다. 남회근 선생 말씀이 생각났다. 기업이 왜 기업인지! 절벽에 발끝으로 서 있는 것이 기업이다.
오후, 사동에 잠깐 있었다. 시마을 ** 선생님과 *** 선생님께서 오셨다. 대경지회(시마을 대구,경북지회) 여러 선생님과 함께하는 모임과 행사에 관한 이야기였다. 전에 본점에서 뵈었기는 해도 여기 조감도에는 처음 오신지라 위층도 올라 가 보았다.
사동 직원과 조회가 있었다. 바리스타 예우에 관한 내용과 월급명세를 자세히 이야기했다. 하루, 거의 카페에서 산다고 해도 지나치는 말은 아닐 거다. 서로서로 위하며 가족으로서 내 할 일을 더 잘해 나갔으면 하는 말을 했다. 경기와 소비위축으로 바깥 사정은 별 좋지 않다. 대표로서 분명 대우하니 여러분도 대표와 이 카페를 이용하시는 고객을 위해서 열심히 해 달라는 부탁했다.
본점, 직원과도 조회가 있었다. 본부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서로가 열심히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달라는 부탁이다.
압량은 오늘 몇 시간 문 닫을 수밖에 없었다. 저녁에 잠시 나와 책 읽었다. 김원중 선생께서 옮긴 ‘노자’ 읽었다. 노자를 읽으면 나 자신이 정말 하찮고 부끄럽다는 느낌만 든다. 노자 상편 도경 끝장이다. 37장 이런 말이 있다. 부욕이정不欲以靜, 천하장자정天下將自定 욕심 부리지 않고 고요하게 있으면 천하가 저절로 안정될 것이다. 군자가 되려면 욕심 부리지 말고 고요하게 있으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마음을 비우라는 말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안정된다는 말이다. 김원중 선생께서는 이렇게 옮겼다. 성인이 되려면 먼저 마음을 비워야 하며, 어떤 일을 해도 절대 겉으로 드러나게 해서는 안 된다. 욕망에 사로잡혀 자기 과시를 하거나 억지로 꾸며보려는 과욕을 경계하라는 충고다.*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머리말을 이번 주까지 해 주었으면 한다.
밤늦도록 책 읽었다. ‘노자’ 모두 읽었다. 도덕경의 마지막 장은 이 책의 마무리이자 노자 당부의 말이다. 옮겨 적어본다. ‘믿음직스러운 말은 아름답지 않고, 번지르르한 말은 믿음직스럽지 않다. 선한 사람은 말을 잘하지 못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선하지 않다. 지혜로운 사람은 박식하지 않고, 박식한 사람은 지혜롭지 않다. 성인은 쌓아두지 않고, 이미 다른 사람을 위함으로써 자신이 더욱더 갖게 되고, 이미 다른 사람에게 주었는데도 자신은 더욱더 많아지게 된다.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해주면서도 해를 끼치지 않고 성인의 도는 일을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
하루를 생각하면 했던 말이 지나간다. 말을 하고도 후회가 되는 일이며 하지 않아도 후회다. 말하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는 없다. 될 수 있으면 많은 말은 삼가야겠다. 말은 채우기도(滿足) 하지만 말이 말을 채우기도(잠그다) 한다. 그러니까 말이 족쇄 같아서 나를 묶는다. 말은 이래나 저래나 손해다. 나이가 들면 혼자가 편하고 더 외로워지니 혼자서 시간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각주]* 노자, 노자 지음 김원중 옮김 155p
*노자, 289p
信言不美, 美言不信 善者不辯, 辯者不善 知者不博, 博者不知 成人不積, 旣以偉人, 己愈有, 旣以與人, 己愈多. 天之道, 利而不害, 成人之道, 爲而不爭.
鵲巢李鎬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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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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