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2月 18日
흐렸다.
본부, 본점, 압량 거쳐 사동 개장했다. 압량은 정상 출근했지만, 본점과 사동은 정오 출근으로 정했다. 10시 개장하여 청소했다. 모처럼 잡아본 비와 쓰레받기, 밀대였다. 청소해보면 안다. 그간 직원이 얼마나 청소를 잘했는지 쓸어보고 닦아보면 안다. 물론 매일 오가는 손님에 먼지가 안 쌓일 수는 없지만, 틈틈이 묻은 얼룩을 보면 그리 꼼꼼히 닦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책에서 읽은 것이지만, 대표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 대신 미래를 기획하고 위험을 관리하며 조직을 안전하게 이끌 수 있게 여러 가지 마케팅을 계획한다. 사사로운 일을 신경 안 쓸 수 없는 것도 솔직히 꽤 괴로운 일이다.
鵲巢
잔가지 하나하나 모아 이룬 집
그 꼭대기 집 하나 바람 부누나
바람 그칠 일 없는 삶의 허공에
날아도 흔적 없는 구름 밭이라
이른 아침, 기획사 사장님 오셨다. 기획사 사장님은 취미로 승마한다. 여 옆이 승마장인데 승마협회에서는 꽤 이름난 분이라며 함께 오신 분 소개한다. 고급 승용차 타고 오셨다. 외관은 그리 멋쩍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있어 그런지 중후하다. 드립으로 블루마운틴 두 잔 내렸다. 블루마운틴은 우리 집 커피 중에서는 제일 비싼 커피다. 한 잔에 만 원이다. 한 십여 분간 대화 나누시다가 고급 승용차는 먼저 가셨다. 기획사 사장님과 잠깐 대화 나누었다. 이번 부가세 신고금액이 천오백 만원 냈다고 한다. 매출이 삼 억이라 했는데 세금으로 보면 많이 낸 것이지만, 매출로 보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세금을 너무 많이 냈다며 이제는 좀 신경 써야겠다며 얘기한다. 그러면서 카페는 어떤지 도로 물으신다. 하기야 우리도 천만 원 가까이 납부를 했지만, 우리와 기획사는 업종도 다르며 이문도 틀리다. 오히려 기획사 일이 더 고부가가치라 형편은 더 낫다. 나는 빚이 몇 년 상간에 꽤 늘었다. 하지만 기획사는 모은 거는 없다지만, 빚은 없다. 그리고 밑에 직원이 일 처리 다 하는 처지로 보면 나는 여러모로 힘 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모 출판사 사장은 기획과 인쇄업을 하면서 책도 여러 권 냈다며 이야기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다루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압량에 정오에 출근하는 오 씨를 보고 본부에 왔다. 포항에 내려 보내야 할 커피가 있었다. 영대 정문에서 포항 가는 버스를 기다려 화물로 실어 보냈다. 버스 번호와 기사 전화번호를 적어서 받으실, 사장님 휴대전화기로 전송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아마도 삼십여 분간 줄곧 바깥에 서 있었다.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온몸 부들부들 떨었다. 버스 정거장에 한창 서 있는 동안(버스를 안 타본 지 오래되었다) 요즘 대중교통문화를 잠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버스가 오기 전에 한데 정거장은 스피커에서 몇 번 버스가 전정거장에서 출발했다며 안내까지 한다. 어찌 보면 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편하겠지만 기사로 보면 마치 기계인간인 듯 잠시 느껴졌다. 제 시간 맞춰 도착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셈이다. 요즘은 내비게이션과 차까지도 인공위성으로 다 들여다보는 세상 아닌가!
커피를 화물로 내려 보내고 바로 뒤 KFC에 들렀다. 서 부장과 함께 점심으로 햄버거 세트 주문한다. 햄버거 같이 먹으며 서 부장께 한마디 했다. (설 연휴 출근해야 하는 서 부장께 미안한 감이 없지는 안았다) 용준아? 집에 있는 것보다 출근하니까 좋지? 그러며 햄버거 한입 먹는다. 그러니까 ‘집에 있는 게 좋은데요.’ 한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전에 다른 직원으로부터 들은 게 있었다. 집보다는 회사에 나오는 게 좋다며 언제가 들은 적 있다. 햄버거 하나 먹는 것보다야 오히려 집이 나을 수도 있다. 따끈한 라면을 끓여 먹더라도 집은 그만큼 편하다. 추위에 함께 떨었지만, 같이 있으니 재미있다만, 서 부장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언제나 우리 냄새 지겹지 않네
뽀글뽀글 김치 찜 우리 맛이네
오랫동안 이어온 고유한 음식
게 눈 감추듯 한 끼 밥 후딱이네
저녁, 아내가 끓인 김치 찜으로 밥 한 끼 먹었다. 6시, 압량에 나갔다. 오늘은 더치커피보다는 볶은 커피만 두 봉 판매했다. 압량 마감하고 사동에 갈 때 커피전문점 몇몇을 괜히 들여다보며 지나갔다.
커피전문점은 손님은 없으나 이리 나올 수밖에 없는 주인장의 처지가 솔직히 안타깝다. 주업이 따로 있거나 주 수입원이 별도로 있는 경우에는 재미로 한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지지리 궁상이다. 어느 업종인들 일이 안 어려운 게 있겠는가마는 커피전문점은 일이 없어 어려운 거다. 사람은 모두 대박을 꿈꾼다. 대박이 꿈이라면 커피전문점을 해서는 안 된다. 다른 길 모색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기획사 사장님과의 대화가 떠오른다. 기획사 사장은 얼마 전, 미국에 다녀왔다. 그쪽 문화를 보고 오시고는 손님도 없는 카페에 혼자 앉아 책보는 나를 보고 한마디 했다. 그러니까 멕시코 음식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납작하게 민 조그마한 밀가루 반죽에 돼지고기와 각종 채소를 그렇게 어렵지 않게 넣는 장면을 묘사하였다. 그것을 즉석에서 구워 판매하는 것을 보았고 사 먹어보니 맛있다. 그러니까 코스트코에 가면 불고기 베이커라든가 KFC의 또르띠아 같은 음식을 말한다. 동네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식품이다. 그것을 해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박을 꿈꾸라는 얘기였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우선 세금이 얼마나 나올까 하는 생각을 먼저 했다. (솔직히 약간 웃음이 일었다) 그리고 과연 팔리겠느냐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야말로 하나씩 사 먹겠다만, 그것이 어느 정도 소비성을 갖춰야 하며 판매량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할 수 있다. 각종 자재의 유통기한에 맞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야 품목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품목의 판매가격도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에 비하면 여기는 높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일반과세다. 카드매출과 현금영수증 발행금액은 부가세 10%(커피 한잔 판매의 이윤을 고려한다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따로 떼어야 하며, 인건비 또한 고려해서 적용해야 함은 당연하다. 우리는 담뱃값 오른 것에 꽤 화제며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동네 카페는 커피 한잔 판매에 미치는 세금은 고려하지 않았다. 대다수가 간이과세자라 카드매출은 오히려 공제대상이다. 일반과세자는 사정이 다르다. 카드매출은 곧장 매출의 근거자료가 되며 카드수수료뿐만 아니라 세금까지 곧장 내야 한다. 도대체 얼마나 팔아야 영업이윤을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커피 일이 주업이며 그것으로 상표 이미지를 구축한 상태에 다른 품목을 곁들어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거저 오시는 걸음에 내리는 커피에 오며 가며 바른 인사와 내일의 안녕을 기하는 것이 옳은 삶이라며 잠정 생각한다. 이제는 또 무엇을 하겠다고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는 않다.
다른 점포는 더러 문 닫았지만 유독 커피전문점만은 문 열어놓은 것도 어쩌면 이번 설의 새로운 문화다. 썰렁한 커피전문점만 보며 사동 오른다.
예지가 커피 한잔 내온다. 예가체프다. 매일같이 커피 한잔 마신다. 에스프레소가 아닌 에스프레소다. 참! 커피 한잔 안 마실 수 없는 삶이다.
매일같이 마시는 커피 한잔은
진하고 짧은 종지 에스프레소
생각에 보약이라 철학 다지네
왜 ? 가슴속 깊이 젖어 이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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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