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1月 20日
아침 은행에 잠깐 다녀왔다. 사동에서 직접 드립을 했다. 케냐 커피다. 두 잔 내려 담아서 차에 싣는다. 은행에서 대출 관련 서류에 금액을 적고 사인했다. 아까 내린 커피 한잔 드렸다. 대부계 일하는 직원은 젊다. 아직 커피 맛을 알기에는 조금 이른듯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출신 학교와 직급 그리고 여기 일하는 친구가 있다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예전에 비하면 은행 업무가 그렇게 엄숙한 분위기는 아닌듯하다. 직원들 얼굴이 모두 밝았다.
아침, 문자를 받았는데 기분이 꽤 좋았다. ‘구두는 장미’를 읽은 어느 독자다. “어제까지 선생님의 구두는 장미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왜 시라는 것을 여태껏 읽어 볼 생각을 안 했을까요! 지금이라도 알 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전에 ‘커피 향 노트’를 읽은 독자였다. 지금 광주에 사는데 어느 커피 집에서 아르바이트한다. 나의 꿈이 확실한 젊은 분이었다.
본점에서 책 읽었다. ‘장자’를 읽는데 이런 느낌이 들었다. 중국고전을 읽으니 사마천 사기가 얼마나 중요한 책인가 깨닫는다. 지금 사놓은 열자, 논어를 읽고 나면 꼭 사마천의 사기에 관한 책을 읽겠다고 다부지게 마음먹는다.
점심을 먹지 못했다. 오후 다섯 시 저녁을 먹으려고 집에 잠깐 들어갔지만, 밥솥에 밥이 없다. 전에 사다 놓은 ‘햅반’ 있어 그것 데워서 먹었다. 엊저녁에 해놓았던 두부와 어묵을 넣은 김치찌개 놓고 먹었다. 그래도 한 숟가락 뜰 수 있음에 행복하다. 한 숟가락 제구 뜨는데 공자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거친 밥을 먹고 차가운 물 마시며, 팔 굽혀 그것을 베개로 삼으면 즐거움도 그 속에 있다. 의롭지 못하면서 잘살고 귀하게 되는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만 같은 것이다.” 했다. *
오늘 바깥 일이 많지 않아서 서 부장은 압량에 머물게 했다. 청도 커피 주문이 있어 직접 다녀왔다. 오후 서울 청어 출판사에서 보낸 우편물 받았는데 곧 출간할 책 교정용이다. 본점에서 약 3시간 가까이 앉아 내가 쓴 글을 읽고 몇몇 수정했다.
부가세 신고기간이라 그런지 안과 밖이 모두 조용하다. 압량에 서 부장은 오늘 단 3명의 손님만 있었다고 보고한다.
지난 주 가졌던 음악회 공연비를 송금했다. ‘세빠’에서 전화가 왔는데 가게 근처, 그러니까 10m도 안 되는 거리에 카페가 또 생긴다며 이야기한다. 한 지역에만 카페가 많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느 동네 어느 곳 할 것 없이 카페가 많은 것이 걱정이다. 이는 커피 시장이 더 커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존의 커피 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경쟁을 부추기며 오히려 삶의 희망을 더 잃게 할 수도 있다. 국악이 카페에서 이리 인기 좋을지는 몰랐다며 한마디 한다. 물론 카페 오신 손님의 반응도 좋았지만, 이 음악회를 주최하는 대표가 국악에 흠뻑 빠졌음이다. 슬프고 애달프고 아리며 그 뜨끈한 정 같은 것이 뿜어 오르는데 아! 모르겠다.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일이다. 다음 음악회 가질 공연에 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일로 못했다. 언제 한 번 가게 들리겠다고 했다.
각주]論語, 공자
子曰 “飯疏食, 飯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자왈 “반소식, 반수, 곡굉이침지, 악역재기중의, 부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鵲巢李鎬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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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