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2月 11日
아침, 시마을 몇몇 선생님께 우편물 보냈다. 사동 조감도 개장하러 갔다가 다시 우체국에 들러 상자를 사고 본부에 다시 들어와 우편물 동봉하고 다시 우체국에 갔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 한 방울의 물은 흠이 될 수 있다. 얼룩지니 깨끗하게 보이지는 않겠다. 하지만 한 세숫대야의 물은 흠으로 보기에는 너무 많다. 책을 여러 번 내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제목 하나로 시리즈로 내겠다며 마음 다진다. 그러니까 일기를 통한 세상을 이야기하고 커피를 이야기하며 나의 가치관을 이야기하겠다. 날이 많이 풀린 것 같다. 오늘은 포근하다.
오후, 경기도에서 보내 온 생두가 입고되었다. 커피가 없어 어제 발주 넣었던 것이다. 예가체프와 킬리만자로, 그리고 케냐 커피다. 케냐 생두가 조금 내린 것 같다. 생두 값이 종전 가격보다 500원 싸다. 상자로 모두 아홉 상자나 되는데 택배기사가 꽤 힘들었을 것 같다.
경산, **도자기에 다녀왔다. 교회건물이었다. 도자기 하시는 이 씨도 교회 다니며 교회에서 제공한 자리에 찻집을 차렸다. 물론 생활도자기도 여기서 만든다. 도자기 굽는 가마 보았는데 생두 가마니로 치자면 앞뒤 다섯 섬씩 재어 놓은 크기만 했다. 이 씨가 원하는 기계는 원 그룹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경제적 부담도 있고, 커피전문점이 아니라서 커피가 많이 나갈 것 같지 않은 이유도 있다. 솔직히 지금 같은 경기는 어느 집이든 원 그룹이면 충분하다. 네 평 반짜리 카페나 100평짜리 카페를 운영하는 나로서도 어느 곳이든 원 그룹이면 된다. 그러니까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은 투 그룹이어야 하지만 말이다. 도자기 공예 교실이나 커피 교실로 이용했으면 했다. 기계설치에 필요한 전기시설과 상·하수 관계를 말씀드렸다. 목사님께서도 기계에 관해서는 이것저것 많은 말씀을 주시었다.
내 기억으로는 07년도다. 경산 **교회에 약 100여 평 카페를 내고부터는 다른 교회에서도 카페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모두 벤치마킹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교회뿐만 아니라 미용 관련업에서도 옷가게나 자동차 관련업에도 에스프레소 커피를 원한다. 예전에는 대부분 자판기 커피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서비스 질을 높여 제 일을 더 알리게 되었다. 이러다 보니 정녕 커피전문점의 역할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도 카페는 오히려 더 많이 생겼다. 물론 생활방식도 많이 바뀐 게 사실이다. 예전 주류문화가 커피문화로 탁 막힌 가정문화가 탁 트인 카페문화로 바뀌었다. 하지만 카페 영업은 메뚜기 손님 대하듯 하루가 순항이면 맑은 하늘 나는 독수리 같고 그 다음 날은 보이지 않는 바위에 좌초한 듯 침몰한다. 그 우울함은 바다의 무게보다 더하다.
업체에 견적 넣으면 곧 개업할 카페 자리를 본다. 일 시작을 본다. 그러고 보면 내가 처음 커피를 시작할 때가 생각나는 것이다. 인스턴트커피 일 할 때도 커피 전문점을 처음 낼 때도 모두 다섯 평이었다. 모두 손님이 많이 오실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도 암담하지만, 매 순간 깨닫는 절박함이 없었다면 이리 걸어오지는 않았지 싶다. 그렇다고 지금은 나은 것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쪽배 타며 바다에 떠 있는 것과 돛단배 타며 바다에 떠 있는 차이다. 어느 배든 파도를 대하는 마음은 똑같다. 파도를 대함이 때에 따라서 위험 수준은 다르다. 처음은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또 쉽게 그만두기도 한다. 일은 자리가 좋거나 자본이 많아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일은 역시 자기 손으로 직접 일구어야 한다. 산을 깎고 밭을 개간하며 씨앗을 뿌리고 가을이면 열매를 수확하듯 말이다. 산을 깎고 밭을 개간하자면 괭이나 삽 들고 가야 한다. 한마디로 노동이다. 그저 한술 뜨는 밥은 없다. 어느 산이든 어느 밭이든 돌 안 많은 곳이 없고 척박하지 않은 곳이 없다. 씨앗을 뿌리면 곧이곧대로 싹트는 일도 없다. 그러니까 정성이다.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씨앗 뿌려놓았다고 해서 거둬들이는 것도 아니니 일 안 하는 것보다 더 못하다. 그래서 창업이 어려운 것이며 일을 지켜나가는 것은 더 어려운 것이다.
돈 만지는 일은 저속한 일이다. 하지만 돈 안 만지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두부 한모 사더라도 자동차 기름을 넣더라도 모두 돈이다. 돈을 품위 있게 벌고 만질 수 있으면 언제나 풍족하게 못 쓰더라도 예가 어긋나지 않았으면 돈, 사마천은 그의 화식열전에서 돈은 아무나 버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머리를 굴려야만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세상은 유수처럼 흐르고 변화하는 만큼 그에 따른 유행과 시세를 민첩하게 포착하는 아이디어를 내면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아! 이천 년이나 넘는 시간이 흘러도 손색없는 진리다. 어찌하면 그 아이디어를 포착할 수 있느냐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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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