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2月 01日
아침 사동 개장하고 배 선생과 박 실장과 커피 한잔 했다. 창밖은 날씨가 꽤 맑았다. 저 아래 내려다보면 차 지나는 모습이 보이고 사동 고등학교가 훤히 볼 수 있을 정도다. 창밖을 보며 “따뜻한 봄이 이제는 오겠지.” 했다. 그러니까 박 실장이 4일이면 입춘이라고 한다. 아! 그렇구나! 벌써 입춘이라니. 배 선생께서는 집에 따님이 제주도 여행 갔다는 말씀을 하시고 박 실장은 역시나 바리스타에 관심이었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무엇이 관심사고 무엇을 중시하는지 알 게 된다. 그러니까 배 선생은 딸이 무척 걱정되며 안전하게 다녀오기를 바라는 것이리라! 박 실장은 학교 과대표가 바리스타 대회(WCE, WCCK)에 나간 이야기와 유능한 바리스타의 행보 그러니까 어느 커피집 점장을 맡아 일했는데 급여를 받지 못한 이야기를 했다. 바리스타가 커피 업계에 두각을 나타내려면 대회에 우승 말고는 빠른 길이 없어 보인다. 이 협회라는 것은 어찌 보면 우습다. 커피 일하는 업계의 장들이 모여 협회가 이루어졌음인데 이것도 춘추전국시대만큼 얽히고설켜 많기도 하지만 통합과 통일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적 입김 센 곳이 따로 있으며 언제나 기회를 차지하는 것도 따로 있음이다. 어떻게 줄 잘 서기라도 하면 출세의 길도 빠르다. 그래서 젊은이는 중소업체에서 어느 정도 라떼아트 기술을 가져도 더 현명한 길이 있으면 나서기를 서슴지 않는다. 나의 힘을 키우고 인맥을 넓히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세상사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문무의 힘을 잘 겸비하시게 했다. 라떼아트와 현장 경험은 가지니 글도 많이 읽으시고 세상을 향해 나의 의지를 조리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력도 키워보게, 했다.
이런 조언을 하면서도 약간 미안한 감도 있었다. 더 의욕을 가진 대표를 만났더라면 대회에 나갈 수 있을 것이며 세상 더 넓고 높은 곳을 지향할 텐데 말이다. 모든 것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돌아간다. 뒷면에는 모두 자본시장이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자본을 챙기느냐는 게임이다. 기계, 커피, 유통, 교육, 문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이는 기회를 잡을 수 없는 어떤 약자의 항변 같은 것은 아니다. 세상 이목을 받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그 업계의 독보적 상표가 출현하는 것이며 새로운 믿음으로 소비를 낳기 때문이다. 어떤 길이든 직업에 대한 나만의 철학은 반드시 있어야 하며 나를 믿고 오신 고객을 향해 어떤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는 있어야겠다.
본점에서 커피 볶았다. 블루마운틴 커피를 들여놓고 압량에 시판용으로 갖추지 못했다. 더치를 내려야 하며 판매용도 있어야 한다. 다른 커피에 비해 똑같은 용량이라도 블루마운틴만 이만 원을 받는다. 물론 생두 값이 비싼 게 이유다. 이번에 새로 제작한 봉투가 있어 거기다가 담는다. 강 선생께 이번에 제작한 커피 봉투가 어떠냐고 묻는다. 그러니까 강 선생께서 한마디 한다. “봉투가 그게 뭐예요? 하트가 유치하잖아요.” 이번에 제작한 봉투에는 나의 시, 그중 제일 짧은 시를 디자인해서 넣었다. ‘달 품는 우주, 하트다, 열 개 눈동자의 보금자리며 달 품는 우주다’ 3행으로 글자 크기를 좌우 맞춰 하다 보니 어느 글은 크며 어느 글은 작다. 그러니까 ‘하트다’가 제일 크게 나온 셈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M 봉투라서, 처음에 커피 담는 것도 끄집어 쓰는 것도 오히려 민자 봉투보다 더 불편하다는 것이다.(지퍼백이라서 이 봉투로 했다만) 시판용 커피를 다 담아놓고 조금 남은 커피를 이 봉투에 담아 밀봉하며 옆에 있던 동원이게 건넸다. 동원아 커피 한잔 내려 보게, 맛 한번 보자! 했더니 옆에서 강 선생 말을 줄곧 듣고 있었던 동원이다. 거기 보조라도 하듯 봉투 벌리며 숟가락을 마치 좁은 입구에 쑤셔 넣듯 힘 쓰이게끔 보이게 한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야! 동원아 너 연기로 나가도 성공하겠다며 얘기했더니 모두 웃는다. 근데 드립을 하는데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 가만 보니 아까 더치 내리며 맞춰놓은 분도에 그냥 간 것이다. 처음부터 자세 잡으며 신중하리만큼 집중하는 모습은 세상 모든 철학을 짊어진 듯했다. 근데 커피가 침체 되더니만 드립의 진행이 되지 않았다. 밑동에 물 빠지나 확인한다. 똑똑 한참 있다가 다시 똑똑 거린다. 싱긋이 웃는다. 깔때기 들어내며 물 희석한다. 테이크아웃용 컵에 따른다. 한 모금 마신다. 호! 그런대로 맛있다.
시지 우드테일러스 카페에 다녀왔다. 맞은편 경쟁업체는 문 닫혔다. 아마도 휴일이라 쉬는 것 같아 보였다. 카페 주위로 주차할 곳 없어 카페 입구에 될 수밖에 없었다. 커피 전달하며 얼른 인사드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장님께서 직접 나오신다. 커피를 받으시며 차라도 한잔하시고 가세요. 인사 주신다. 사모님께서 자몽주스를 급히 만들어 주신다. 늘 커피만 마시다가 주스 한잔 마시니 색다른 맛이었다. 입안 톡톡 터뜨리는 자몽의 씨앗들 그러니까 새콤달콤한 음료와 입안 굴러다니는 듯 몽글몽글한 맛이 이 주스는 특징이다. 훈훈한 카페 모습에 덩달아 훈훈했다.
사동, 2층에서 책 읽어보기에는 처음이지 싶다. 역시 1층보다는 2층이 훈훈하다. 따뜻했다. 김영수 선생께서 지은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읽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해는 지고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원래는 초나라인 ‘오자서’라는 사람이 있다. 내정의 변고를 피해(이 변고로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오나라로 몸을 피했다. 그 뒤 오나라를 부국강병으로 키운 다음 초나라에 복수한다. 이미 초나라에는 당시 평왕은 죽고 없지만, 그의 무덤을 파, 시체를 꺼내놓고 300번의 채찍질했다고 한다. 이 속에서 나온 말이다.
오자서는 이미 복수할 상대자는 죽고 없지만 옛 무덤을 파서 끝내는 원을 풀었다. 그러니까 오자서가 옛 친구 신포서에게 했던 말이었다.
커피 길, 해는 짧고 뜻은 이루기 어렵다. 일단지난(日短志難),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하루 걸음이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뜻을 채우기에는 너무 어렵다. 버는 것 보다 쓰는 것이 많고 쓰지 않으면 벌 수 없으니 사마천께 길을 묻는다.
鵲巢李鎬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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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