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2月 17日
오전은 맑았으나 오후에는 약간 흐리거나 빗물이 조금 보였다.
사동 개장하고 바로 본점으로 넘어왔다. 오 선생께서 볶아놓은 케냐 커피를 본부에서 약 200g씩 분쇄하여 포장했다. 본부는 본점에서 아주 가깝다. 바로 맞은편에 있는데 도보로 몇 발짝 걸으면 된다. 위층은 사는 집이자 밑이 사무실 겸 각 분점에 들어갈 각종 재료와 기계 및 부품이 있다. 본점에서 커피를 분쇄하여 포장해도 되지만 본점용 봉합할 수 있는 기계가 얼마 전에 고장이 났다. 하는 수 없이 볶은 커피를 들고 본부에 가져와 작업했다. 설날 아침에 쉽게 커피를 내릴 수 있게 소량으로 분쇄하여 담았다. 그리고 드리퍼와 거름종이도 하나씩 넣었다. 그러니까 뜨거운 물만 있으면 누구나 원두커피를 내릴 수 있다.
설 선물로 각 분점에 몇 군데는 서 부장이 대신 인사 다녔으며 몇 군데는 직접 들러 인사했다. 지난번 주차선 그은 것과 용점 놓은 일, 품삯을 한성에 일부 송금했다. 그리고 오후에 한성에 들러 설 명절로 인사 다녀왔다. 요즘 업계마다 다 똑같을 것이지만, 여기도 수금이 안 되어 꽤 힘들어하였다. 건물에 몇 가지 아직 마감 안 나온 것이 있어 부탁했다. 원일 가구에 지난번 들여놓은 의자 값을 송금했다. 모두 이백칠십오 만원이다. 개업 후, 약 석 달 운영했지만, 손님 많을 때는 의자가 모자란다. 아무래도 여름 다가오면 자리를 넉넉하게 만들어야 해서 지난달 추가 주문한 것이었다.
카센터에 들러 엔진오일 교체했다. 새 차임에도 냉각수가 어디서 샌다. 동네 카센터에서 엔진오일을 갈았지만 가까운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에 가보라는 사장의 말씀에 곧장 갔다. 서비스 센터에서 하는 말은 엔진으로 들어가는 냉각수 호스가 약간 짖어졌는지 거기서 물이 샌다며 설 쉬고 부품을 교체해주겠다고 했다. 맨눈으로 보기에는 새는 것이 없었지만, 주위에는 이미 물이 흘러 얼룩이 더덕더덕했다. 어디 멀리 가는 운행은 삼가고 냉각수를 자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며 조언을 한다.
압량은 그간 내려놓은 더치커피가 꽤 나갔다. 모두 선물용으로 사가져 갔다.
오늘도 오 선생이 사동 마감했다. 손님이 많이 오시거나 바쁜 것은 아니었다. 주방은 한가했으며 오 선생은 생강차 만들기 위해 생강을 다듬고 쓸고 있었다.
춘절이나 설이나 봄이 왔으면
싹 트는 그 무엇이 호 있었으면
마음에 빈자리에 뻥 뚫은 독에
채울 수 없는 은화 타고 갔으면
우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한 일을 아주 평범하게 하는 사람이야말로 큰일을 하는 사람이다. 아주 작은 것이며 소홀하게 생각한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 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나와의 진솔한 대화며 그 대화로 삶을 꿰뚫어 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철학이라 생각한다. 저녁에 ‘노자’를 읽다가 ‘천하대사, 필작어세(天下大事, 必作於細)라는 말이 있었다. 직역하자면 이렇다. 천하에 큰일은 반드시 잔잔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한 푼 두 푼 아끼는 것도 중요한 일이며 한 장 두 장 읽는 것도 중요하며 한자 두자 쓰는 마음도 중요하다. 천천히 제 갈 길 바르고 행하며 꾸준히 걷는 것이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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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