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2月 09日
아침 먹다가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 관한 뉴스를 듣게 되었다. 후보자의 이력과 재산 및 공무에 관한 몇 가지 일을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못 가진 자에 비하면 가진 자는 역시나 기득권자다. 병역문제, 재산문제, 세금 문제는 늘 불거져 나온다. 안 그래도 정치와 경제문제로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일이 많아 국민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물며 조그마한 카페를 운영하는 마음도 이와 비슷하다. 카페를 이용하는 고객보다는 직원이 직원보다는 대표가 아무래도 가진 자다. 전에 유아 폭행사건이 뉴스에 나온 적 있다. 허겁지겁 어린이집은 유아교사 대우에 대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그것으로 말미암아 밀린 월급을 즉시 넣었다는 뉴스에 눈초리 받게 되었다. 사회가 각박한 것은 경제에 맞지 않는 소득 수준과 그것도 기회를 잡지 못한 피지배자의 불만이 점점 높아간다.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르게 돌아갈 것이다. 월급도 받기 전에 세금이 먼저 떼이고 투자 여력을 생각하기 전에 세금이 무서우면 누가 일을 하겠는가! 모두 무임승차를 바라지 위험을 무릅써가며 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카페 일도 별반 차이가 없다. 혼자서 카페를 보면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늦게 일어나면 늦게 가면 되고 늦게 가면 영업이 남들보다 뒤떨어지니 위험을 자초하게 된다. 그러면 빨리 일어나 가게를 열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기면 최소한 카페 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여럿이 함께 일하는 카페가 되었다. 내가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야 하며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바리스타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손님께 시중드는 일이 바리스타다.) 카페에 함께 일하는 직원과의 동료의식도 중요하며 서로 피해 없는 일이어야 하며 도울 수 있는 자세라야 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손님과 다투는 것은 안 되며 혹여나 그런 상황이 생기더라도 순간순간 위기를 잘 모면할 수 있어야 한다. 소문은 좋은 것보다는 안 좋은 것이 더 빠르다. 아무리 내가 일을 잘 처신했다 하더라도 듣는 고객의 처지는 다르다. 소문이 좋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장소에 개업했더라도 인심을 잃은 것이 되니 경영하기는 어렵다. 카페 대표가 인심이 좋고 뛰어난들 그 직원이 잘 하지 못하면 그 카페는 우스워지며 카페 직원이 일을 잘한다 하더라도 대표가 받아 줄 수 없으면 일에 불만을 느끼니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니 서로가 카페 일을 내 일같이 잘해야 한다.
카페 매출은 곧 인건비와 이자와 세금을 낼 수 있는 재원이며 그리고 원료를 살 수 있는 자금이 된다. 대표만 이 모든 것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직원도 이러한 일 관계를 알아야 한다. 카페 매출이 많아도 한동안 인건비 올려 나갈 수 없는 이유를 알아야 하며 매출이 적어도 인건비 쉽게 내릴 수 없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 사업주는 쉽게 그만둘 수 없지만, 고용인은 일이 어렵거나 마음 맞지 않으면 쉽게 그만둘 수 있는 것도 경영인으로서는 일의 어려움이다. 카페에 맞는 사람을 구하는 것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바리스타는 커피만 잘 만들어서도 안 되며 또 커피만 만들겠다고 마음 가져도 안 된다. 아침이면 개장하며 청소를 해야 하고 시재가 맞는지 확인하며 미리 나갈 잔과 잔 받침을 헤아리며 닦아야 한다. 손님께 대하는 나의 언어를 닦아야 하고 내 몸가짐이 바른지 거울 보며 밝은 미소를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메뉴가 있으면 언제든 먼저 오신 고객께 선을 보여야 하며 그 맛이 어떤지 가볍게 물어보는 것도 예의다. 카페 일은 내 주인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일하는 자세가 바른 자세며 나의 올바른 직업관이다. 카페에 오신 손님은 어느 손님이든 나의 손님으로 대하며 편하게 앉아 쉬어 가실 수 있게끔 모든 것을 배려해야 한다. 가시는 손님을 대할 때는 문 앞까지 나와 인사하며 다음에 오시게끔 명함이나 각종 자료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카페 경영인은 카페, 관리하는 이상으로 바리스타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 직원은 언제든 그만둘 수 있으며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인즉슨 그 이상을 못 심은 경영인도 책임은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직원으로 대신하는 바리스타는 양적으로 풍부해야 한다. 한 잔의 커피에 이상과 철학을 심을 수 있는 전문 바리스타가 되어야 한다. 전문 바리스타는 카페 경영에 관한 모든 일을 포괄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카페며 나의 카페가 제대로 돌아가야 하니 주방 일손은 끊이지 않아야 한다. 카페 대표부터 커피 서빙 하는 직원까지 커피 기계뿐만 아니라 드립과 드립에 쓰는 커피를 죄다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알고는 있지 그 직책을 넘어서서 일하지는 않는다. 카페에 오시는 손님은 이성이든 동성이든 항시 친절히 해야 하며 그 친절이 도가 넘지 않아야 한다. 바리스타 복장은 앞치마를 가지런히 매여 있는 자세로 단정해야 하며 서빙이나 영업장의 불가피한 이유로 예외로 할 수도 있다.
커피 뽑는 바(bar)는 집안처럼 맨발로 다닐 만큼 깨끗해야 하며 커피 분쇄가루가 어디든 날리지 않도록 항시 청결해야 한다. 우유는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도록 쓸 만큼만 받아야 하며 우유를 담고 비우는 피처는 항시 청결해야 한다. 숟가락 담는 수저통은 늘 깨끗이 해야 하며 사용한 행주는 삶아서 충분히 말려 사용한다. 카페 일 마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며 쓰레기통과 개수대는 말끔히 치운 상태라야 한다. 이것이 마감이다.
이렇게 카페를 운영하면 어느 카페든 손님 없어 걱정할 일은 없다.
춘추전국 시대 때 한비자라는 제자백가가 있었다. 한비자는 유세에 관해서 글을 지었다. 그러니까 황제께 올리는 유세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그 외 법가사상을 정립하여 책으로 엮었다. 나중에 진시황제께서 그 책을 읽고 감동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유세에 관한 조심성도 자신의 목숨을 지켜줄 수 없었다. 동문수학했던 이사의 모의에 진시황제로부터 사약을 받았으니 말이다. 진시황제는 훗날 한비자가 썼던 글을 읽고 이 글 누가 썼느냐며 물었더니 한비자임을 알고 크게 후회했다고 한다. 왜 이러한 얘기를 나는 장황하게 썼을까! 다름 아니라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했다. 글만큼 글처럼 된다면 아무런 고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카페 일이지만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 일이 더 많다. 이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으나 될 수 있으면 노력하는 자세만큼은 갖추어야겠다.
2월이다. 대목이 코앞이다. 월요일이다. 카페일 뿐만 아니라 어느 업종이든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책을 읽고 마음을 다스리고 때를 기다리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본부 독방에 앉아 곧 있을 대목과 인건비 생각한다. 썰렁한 독방에 앉아 자꾸 불어나는 부채통장 보며 오늘도 몇 군데 다녀오지 못한 얇은 전표 보며 깜깜한 밤 같은 미래를 생각한다. 세월 가는 것도 모르고 아이가 크는 것도 잊고 살며 가족의 정도 모르고 사는 사십 대 중반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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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