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2月 10日
잠을 잘 못 잔 것인가!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엊저녁 사동 마감보고 마트에 들렀다. 과일 좀 사 가져 오라는 아내의 문자에 귤과 사과, 오렌지를 사기는 했지만 그리 싱싱해 보이지는 않았다. 집에 들어와 쭈글쭈글한 귤 하나 까서 먹었다. 맛이 시큼했지만, 이미 깐 귤이라 한입에 다 먹었다. 그 귤 때문인가 하며 생각했다. 사동 개장하고 본점에 커피 한잔 마셨다. 커피를 마시면 괜찮을까 싶었는데 여전히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할 수 없이 편의점에 내려가 두통약 샀다. 본점으로 뚜벅뚜벅 걸었다. 강 선생께 뜨거운 물 한 잔 부탁했다. 두 알 씹어 먹으며 물 한 잔 마셨다.
어제보다는 덜 추웠다. 더욱이 바람이 불지 않아 다닐 만하다. 엊저녁이었다. 고등학교 동기회에서 대학 동문에서도 문자가 왔다. 친구 아버님 부고장이다. 내일이 발인이니 오늘은 가보아야 해서 구미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가기 전에 죽마고우인 기수에게 전화 넣었더니 같이 보자고 한다. 고인께 예를 올리고 친구 보았다. 점심도 여기서 한 그릇 했다. 소고깃국 한 그릇과 밥 한 공기, 삶은 돼지고기 한 접시 회 한 접시, 한 젓가락씩 하며 그간 일을 물었다. 친구는 대기업에 다닌다. 참 오래 다녔는데 자리가 바늘방석이다. 위에서 그만두라며 알게 모르게 압력이 좀 있나 보다. 그저 농담 반 진담 반 “그래도 설은 쉬어야 할 것 아니냐” 하며 말은 던졌다. 그러니 위에서 하는 말은 설 보너스 받으면 계속 다닐 것 아니냐며 또 한 소리다. 그러면서 다니는 친구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싱긋이 웃는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우짜던지 계속 다녀라, 지금 나오면 솔직히 뭐할래!, 세상 참 살기 힘들다.” 했더니 “음, 다녀야지.” 한다. 그러며 묻는다. “나, 커피 집 차리면 도와줄 거지?” 그래서 대답했다. “함부레 커피 집 하려고 덤비지 마라!, 지금 너무 많아, 힘들어 솔직히 어설프게 뛰어들다가 말아먹기 딱 좋은 세상이야!” 마침 또 실습생 동원이가 전화 왔다. “본부장님 창원 주남저수지 카페 이름이 뭐지요?” “음 동원이가 커피여행이다. 주남저수지에 있지. 그래, 내 상갓집이라 주소를 넣지 못하겠구나! 커피 집 많이 있는 것도 아니라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야.” “아! 네 본부장님”, 옆에 있던 친구가 한마디 한다. “누군데?” 묻는다. 그래서 실습생이라며 얘기했더니 창업할 것인지 왜 거기는 커피 집 차리게끔 하는지 등 여러 묻는다. 그래도 커피 집 하려는 이에게는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며 얘기했다.
직장 다니는 친구도 살기는 어렵다. 편한 게 편한 것이 아니었다. 친구는 나보고 한마디 한다. 오늘 아침부터 몸이 별로 좋지 않아 눈이 꽤 충혈인 데다가 얼굴빛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나 보다. 일 좀 그만하라는 친구의 어린 충고 한마디 듣는다. 춘추전국시대다. 정나라는 아주 약소국이었다. 이 나라가 사라 남는 길은 외교였다. 강대국이 주위에 있으니 초나라가 침범하면 이웃 나라 위나라에 구원을 요청해서 물리치고 위나라가 침입하면 이웃인 초나라에 구원을 요청해서 물리쳤다. 그러니까 약소국은 동네북이다. 거기다가 내분 분열에 지역감정에 하나같이 신경 안 쓰이는 일이 없다. 하늘 보며 허탈하게 웃는다. 인생 별 것 있나! 국가에 충성, 동종업계 동향 파악, 직원과의 부드러운 일 관계, 분점과의 잦은 왕래와 인사, 하지만 이러한 모든 일은 꿈이다. 꿈같다. 인간관계에 미묘한 감정은 머리만 지근거린다. 모두 자신의 이익이 우선이며 그것을 잘 해결하는 이가 최고의 지도자다. 가히 불가능한 이야기다. 조직이 살아남는 것도 어려운 세상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란 무엇이란 말인가! 카페가 오늘 팍 무너져도 커피집은 많아 세상 그 어떤 사람도 ‘나’라는 존재가 있었는지 모르는 곳이 현실이다. 완전경쟁이란 말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고 어느 영화에서 얘기했던가! 그래 비굴할 때는 비굴해야 하며 기어가라면 기어가야 한다. 자네는 남자잖아! 웃기지 마, 기름 떨어지면 주유기 구멍 같은 입하나 달린 산업 보조 품이야!
친구랑 함께 보석방 운영하는 친구 집에 갔다. 장례식장에서 불과 몇 분 거리 되지 않아 가보게 되었다. 오늘 손님 꽤 있다. 친구는 따끈한 옥수수 차 한 잔 대접한다. 자판기용 컵에다가 티백 하나 담가 주는데 중풍처럼 손이 떨렸다. 티백을 몇 번 담갔다가 올리며 반복했다. 마치 오뎅 국물 마시듯 후루룩거리며 마셨다. 맛을 몰라 맛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일의 중압감에 맛을 그만 잃어버렸다. 오로지 뜨거운 차 한 잔이었지만 차라며 차이겠지 하며 마셨다. 오뎅 국물처럼 따끈해서 오뎅 꼬챙이처럼 마음을 꽉 낀 듯 한동안 뜨거웠다.
저번에 낸 책에 자네 이름이 들어가 있어! 했더니, 어디 하며 묻는다. 책(구두는 장미)을 펼쳐 보인다. 호! 근데 제목이 ‘나의 포르노그라피’다.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와 기숙사 방을 같이 썼다. 한 날은 구미 2번가 도로 ‘리어카’ 상에 몰래 같이 간 적 있는데 그 리어카에는 숨겨놓은 ‘빨간책’이 많았다. 한 사람은 망보며 있고 한 사람은 아저씨 ‘그것 있어요.’ 하며 물었다. 빨간 책 하나 사는데 흥정까지 하며 주위 사람 의식하며 슬쩍 옷깃 사이에 넣어 와서는 기숙사에서 몰래 같이 본 적 있다. 그것 보기 전까지는 여자 입이나 남자 입이나 크기가 똑같은 줄 알았다. 참 고민이 많았는데 여자 입이 훨씬 크다. 상추에 밥과 된장 거기다가 매운 고추까지 충분히 얹어 먹을 수 있는 입이다. 그때는 왜 그리 궁금했을까! 친구는 책 한 권 달라고 한다. 이름 나와 있는 부분을 사진 한 장 담는다. 친구야 이름처럼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가세! 속으로 얘기하며 흐뭇한 미소 지었다. 그렇게 잠시 뜨거운 차를 마시고 자리 일어섰다.
여전히 머리가 아프다. 몸도 부들부들 떨리며 좋지 못하다. 압량 마감하며 사동 들러 오 선생께 마감 부탁했다.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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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