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2月 07日
커피 문화 강좌를 가졌다. 오늘은 라떼 아트 수업이다. 그전에 수업에 관한 이야기와 카페 소개를 했다. 가벼운 소개인 것 같아도 청취자는 심도 있게 듣는다. 교육생 눈빛이 모두 밝았다. 카페 성장 과정을 얘기해 나가다 보면 모두가 초롱초롱하다. 작은 카페지만 신화를 일구어낸 것 아닌가! 카페 소개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한 학생이 묻는다. 선생님 “왜 이렇게 구석에다가 가게 여셨나요. 구석에 열어도 영업은 되는지, 어떻게 사업을 해 왔는지.” 그래서 답변 드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돈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자금이 없었다. 물론 돈이 많았으면 찾기 쉬운 길목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에 가게를 개업했다고 해서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사업은 여기에 맞게끔 합당하게 해나가면 된다. 그러니까 본점은 본점의 위치로 여기에 맞는 사업을 해왔다. 아마, 경산 시민보다 외지 손님이 더 많이 찾아왔을 거다. ‘커피 향 노트’ 내고 나서 문의전화와 찾는 고객이 많았다. 어제도 구미에서 어느 독자께서 전화가 왔다. “웅진***인 데요 선생님 강의를 듣고 싶습니다.” 강의 초빙 제의였다. 그래서 다음 주에 가기로 했다. 또 한 분 질문이 있었다. “선생님, 우리 집 남편은 음악을 꽤 잘합니다. 모든 악기를 잘 다룰 수 있지요. 선생님께서 카페 상담을 해주실 수 있는지요.” 다이아몬드 얘기를 빌어 학생께 말씀 드렸다. 어제도 커피 공장에 오신 윤 과장 얘기도 잠깐 했었지만, 정말 소중한 나의 재능이 있고도 우리는 모르고 지나칠 때 있습니다. 언제든지 오시어 커피 한잔 사주시면 카페 상담해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나이 26살에 처음으로 커피를 대했지요. 결혼생활 보다 앞섭니다. 어쩌다가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가 지은 책 한 권이 카페에 관심 끌게 했지요. 그게 십이 년 전이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 보시기에는 지금이 카페가 제일 많은 것 같지요. (모두 관심 있게 바라본다) 아닙니다. 십여 년 전에도 카페는 많았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지금보다 더 많았으면 많았지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어느 시대든 카페가 안 많았던 시절도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고종황제께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셔본 이래로 말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카페는 손탁여인이 열었던 ‘손탁다방’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1902년이었죠. 유럽은 1652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으로 카페를 열었는데 커피값이 1페니라 일명 페니 대학교라고 했습니다. 카페 주인장은 터키인 유태인이었는데 ‘제이콥스’라는 분이 열었습니다. 그러니까 250년 정도 시간차가 나네요. 30년대 시인 이상이 카페를 했던 시기도 카페는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70년대는 또 어떻습니까? 다방 천국이었습니다. 물론 다들 카페를 하고 싶은 분도 꽤 되실 줄 압니다. 카페 하면 모두 예술가적이고 뭔가 창의적이면서도 문화적일 것 같은 냄새가 납니다. 유럽은 그렇게 출발했습니다. 카페면 정치를 논하거나 예술을 논하거나 사회를 얘기했으니까요. 요즘은 어떻습니까? 카페 하면 화장실이나 와이파이부터 찾지요. 시대변화라 어쩔 수 없지만, 한번 하고 싶은 카페 어떻게 이끌지 고심해 볼 만합니다. 오늘은 라떼 아트 수업입니다.
수업 끝나는 대로 상담 있었다. 모두 세 분이었다. 한 분은 50대 전기 일 하시는 남자분과 아마도 환갑은 족히 넘으신 어르신 한 분, 삼십 대로 보이는 어느 주부였다. 그러니까 50대 전기 사장님은 집에 가게가 있다. 이 가게를 커피집으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대체로 커피집 하고 싶은 사람의 공통점은 각박한 사회에 너무 고달파서 약간은 사회 도피적 경향이 더러 보인다. 실은 커피 집은 자신이 하는 일보다 더 어려우면 어렵지 쉬운 일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커피 생각은 현실 이상이다. 현금장사라서 또 시간이 많을 것 같아서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현금장사면 단 몇천 원에서 몇만 원이 고작이며 시간은 참 많은 게 사실이다. 그저 사장님께서 하신 말씀을 줄곧 들었다. 아마도 시간이 답해줄 거라 더는 말을 아꼈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 한 분은 음악을 꽤 좋아하신다. 수석 전문가이시기도 하고 전통차를 다루시기도 한다. 주말 교육 들으시는 사모님 소개로 오시게 되었다. 다음 주 카페 조감도 음악회에 꼭 오셨으면 하고 인사했다. 아코디언과 하모니카 그 외 일부 악기를 다루신다. 카페에 음악을 들려주십사 정중히 부탁했다. 30대 어느 주부께서는 도자기를 한다. 얼마 전에 가게를 새롭게 꾸미기 시작했다. 도자기와 더불어 생활 찻집 겸 커피를 손님께 대접하고자 오시게 되었다. 잠시 대화를 나누었는데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한 것 같다. 사소한 생활에 관한 것도 들었기 때문이다.
주말이라 가족과 더불어 시간을 보냈다. 밀양 상현이가 운영하는 에레모사에 갔다. 새롭게 단장했다는 소식을 며칠 전에 들었다. 한 번 찾아가 보아야 하기에 온 가족을 데리고 길 나선다. 두 시 조금 넘어서 출발했기에 3시쯤 도착할 수 있었다. 밀양 표충사 앞 에레모사, 외관은 바뀐 데가 없었다. 안에 들어간다. 바(bar) 위치나 주방은 바뀐 곳이 없다. 예전 그대로다. 하지만 손님께서 앉으실 객실은 전에는 터놓은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칸칸 가림 막으로 가볍게 내부공간미 갖췄다. 고풍스럽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내가 마치 17세기나 18세기 프랑스 궁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 나무궤짝도 어디 골동품상에서 가져왔는지 시간이 묻은 데다가 그 위 은그릇이나 은주전자들, 그리고 벽면의 그림들 촛대라든가 항아리는 고전적 스타일을 우려내고도 남는다. 무엇보다 기가 막힌 건 어느 사대부 대문 문짝을 떼어왔는지 문고리 채 달린 데다가 경첩까지 들어나 보인 채로 그것을 반듯한 탁자로 꾸몄다는 것이다. 비교적 많은 손님이 앉을 수 있는 단칸방에다가 놓았다. 우리는 거기에 앉아 각종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이렇게 새롭게 꾸미는 데만 약 두 장은 썼다고 한다.
밀양에서 고속도로 타며 대구로 급히 달려왔다. 시지 마시로와 병원에 커피 주문 있었다. 수성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곧장 갔다. 차를 우려 마실 수 있는 용기인데 3개 급히 달라는 거였다. 가족은 모두 차 안에 있었다. 가게 들리니 사장님께서 직접 나오시어 접대하신다. 금방 물건 내려드리고 가려고 하는데 인사차 주신 말씀으로 붙잡는다. 사장 “저 위에 뭐지요” 그러니까 카페 조감도 보며 하신 말씀이다. 그래서 인사차 답변 드렸다. “네 직영점입니다. 작년 어느 문중에 사업설명으로 이루게 되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궁금한 게 많으신지 꼬짓꼬짓 물으신다. 그래 건물 짓는데 얼마며, 투자비와 땅은, 그러니까 땅은 샀는지 등 물으신다. 그냥 미소 짓다가 나왔다. 이왕 궁금하면 더 궁금하면 찾아오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나왔다. 병원에 들렀다. 얼마 전에 결혼한 점장님 따님 내외가 함께 있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인사했다. 새신랑께 한마디 했다. “아이고 얼굴이 더 젊어지셨습니다. 혹시 따로 관리 하시는 건 아니죠. 정말 멋있어졌어요.” 웃으시며 안 그렇다며 억지 주장한다. 커피와 다른 부자재 내려놓는다. 용무 다 보고 가려는데 인사 주신다. 아주 친절히 “안녕히 가셔요. 고맙습니다.” 왠지 나도 모르게 기분 좋았다. 왜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그 생각이 났다.
중국의 역사관을 조금 알게 되었다. 진시황릉은 아직 발굴하지 않은 거로 알고 있다. 문화재 보호 차원이다. 유물을 훼손하지 않고 발굴하기엔 아직 기술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사마천 ‘사기’에 따르면 진시황은 지독한 일 중독이라 했다. 하루에 해야 할 일의 양을 정해놓고 그 일을 못 마치면 잠도 자지 않았다고 한다. 13세에 황제에 즉위하여 49세에 세상을 떠났다. 38세 기원전 221년, 전국을 통일했으며 전국 시대 7국이 모두 다르게 써왔던 문자를 통일하고 제각각이었던 도량형도 통일했다. 그 외에 진시황의 업적은 꽤 많다. 햇수로는 37년 정도 재위했다.
사동, 일찍 마감하려고 했으나 모처럼 오신 옆집 오릿집 사장님 모임인가 보다. 눈치껏 기다렸다가 자정쯤 어쩔 수 없이 마감이라 말씀드리니 함께 오신 여러 선생님도 짐 꾸렸다. 점장은 곧장 창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집 안에 일이 있어 급히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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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