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2月 14日
커피 문화 강좌 가졌다. 이번에 나온 책을 소개했다. 사동에 사시는 분인데 어느 아주머니께서 한 권 사셨다. 블루마운틴 로스팅과 드립 실습했다. 커피 향이 카페 안에 자욱하게 퍼질 정도였다. 실습 받으시는 분, 하나같이 커피 맛이 좋다며 이구동성이었다. 갓 볶은 커피로 금세 분쇄해서 바로 내리니 커피 맛이 안 좋을 수 있으랴! 햅쌀도 금방 밥 안치면 반찬이야 그 어느 것인들 따를 수 있으리. 커피 향에 한 번 놀라고 커피 맛에 눈빛이 달랐다. 커피는 마시는 순간 모든 것을 잠시 잊게 한다. 내가 가진 근심이 무엇이든 일단은 한 시름 놓고 바라본다.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 무엇이 걱정이고 무엇이 희망이겠는가! 이 한 잔, 오랫동안 마실 수 있으면 됐지.
압량, 오전에 잠깐 있었다. 출입문이 무거워 위 경첩이 유격이 심할 정도로 덜렁거렸다. 마치 나뭇가지가 부러진 것처럼 흔들거렸다. 그래서 한성 사장님께 전화 넣었다. 마침 지난해 해결하지 못한 주차선과 용접 몇 방 놓은 것도 있어 대화를 나누어야겠다 싶어 오시게 했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 문을 뜯어내고 위 경첩을 고정하는 볼트를 찾아내어 다시 조였더니 문은 잘 닫고 잘 열 수 있게 되었다. 주차선 그은 것과 용접 그리고 기타 보수작업비가 무려 육백만 원이었다. 사모님께서 문자를 주시어 보게 되었지만 생각한 금액과 차이가 너무 난다. 사장님께 따끈한 커피 한잔 드리며 그간 카페 어려운 점으로 통 사정해서 두 번 나누어 드리기로 했다. 금액도 조금 조정했다. 가실 때 안색이 꽤 안 좋았지만, 다소 붙임성으로 감싸드리니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그 외,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 더러 남았지만, 차츰차츰 해결해 나가야겠다.
오늘부터 다시 원점에서 새로 시작한다. 월급이 모두 일제히 나갔다. 직원들은 모두 진일보했지만 나는 한걸음 뒷걸음질 쳤다.
정평, 역, 청도, 시지, 삼풍에 커피 배송 다녀왔다. 오후 배송 처가 많아서 각 점장님 뵙고 인사드리며 여러 가지 애환도 들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너무 바빴다. 본점에서 기계 상담했다. 교육용으로 쓰는 기계를 가져가겠다고 했다. 전에 교회에 자리 잡은 도자기업체다. 새것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며 중고로 하시겠다고 했다. 중고로 보기 어려운 중고다. 불과 몇 달 전에 새것 설치한 것이니 말이다. 십여 년 전에 내가 창업할 때보다 기계 값은 더 싸다. 다른 물가는 올랐는데 다루는 품목들은 오른 것이 몇 없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내렸다. 그만큼 경쟁적이며 정보가 흔하므로 가격은 내린 것이다. 하지만 커피 값은 오히려 더 올랐다. 업종마다 서비스는 더 고차원적으로 바뀌어 갔으며 다양한 업체에서 에스프레소 기계를 쓰게 되었다. 계약금 십만 원 받았다. 설치장소가 완비되면 전화 달라고 했다.
인생은 밑 빠진 독이다. 음악회 갖기 전에도 끝난 후에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자본과 노력을 들어부어야 독을 채울 수 있나! 살아서는 채울 수 없으리. 하루가 고통이라 말하지 말자! 거저 즐기며 가는 거다. 자정 넘어 이부자리 펼쳐 눈 붙이려는 고된 운동을 하는 거다.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잠을 고대하며
카페 생리 구조를 파악하며 뜯어보는 느낌이 들었다. 내 속도 솔직히 무엇이 들었는지 모른다. 이를테면 소화물은 어떤 구조로 변화되는지 그러니까 어떤 기관이 있으며 이 기관은 무엇을 어떤 작용으로 소화물을 변화시키는지 말이다. 결국,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결과는 모두 똥이다.
육천 년 전의 어느 연인의 뼈가 발견됐다. 발견 장소는 그리스 어느 동굴이다. 옆으로 누운 모습이다. 한 사람은 뒤에서 안은 채 뼛골만 남았다. 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가나? 땅으로 분자로 원소로 귀환하며 다시 돌로 풍화작용으로 흙으로 어느 생물체의 영양이 되는 밭이었다가 구름이었다가 다시 한줄기 비로 낙하하는 꽃이었다가 그러면 아직도 이 지구에 있는 것이다. 수천 년 수만 년 수억 년이 흘러도 다시 못 올 이 지구에 말이다.
태양은 탄다. 물리적 변화다. 그러면 이 우주의 생명도 끝이 있다. 그 끝은 무엇이고 시간은 아득히 흘러, 아득히 흘러서, 시간은 과연 있는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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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