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1月 21日
책을 그렇게 읽으셔도 이해력이 없으십니까? 까만 구두는 아무런 답변이나 어떤 항변도 없이 지난 발자취만 들여다보았다. 그렇다고 무슨 의미를 읽으려고 본 것은 아니었다. 시선 처리가 어려웠고 동굴에 남겨놓은 불씨만 생각했다. 누가 저 불을 피웠단 말인가? 그 순간 까만 구두는 이런 생각 했다. 그대는(神 또는 전능하신 하느님) 참으로 위대하다. 각본 없는 세상인 것 같아도 이 세상은 돌아가고 있으니!
아침 먹지 못했다. 배고팠다. 사동에서 커피 한잔 하려다가 마음이 불편해서 본점으로 다시 차를 돌렸다. 따끈한 커피 한잔 달라고 강 선생께 부탁했다. 하! 커피 한잔, 속 따끈하게 푼다. 세무서에서 전화가 왔다. 부가세 신고에 관한 세금고지다. 모두 합하여 약 7백여만 원이 나왔다. 돈 앞에는 모두 현명해지기 마련이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까마득한 세금고지에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었는데 청송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4년 전 커피 교육을 받고 창업했던 명재다. “본부장님 기계 중간에 물 나오는 곳 있죠, 거기서 물이 똑똑 떨어져요.”, 노즐 뭉치가 나갔구먼! “수리 오실 수 있나요?” 네 본부에 부품 확인해서 전화 드리겠습니다.
마침 부품이 있었다. 여기서 청송까지는 두 시간 반 거리다. 부품을 챙겨서 1시에 출발했다. 청송까지는 영천으로 해서 청송에서 돌아올 때는 중앙고속도로 타며 왔다. 가는 길 오는 길 그렇게 따분하지는 않았다. 오로지 아침 점심 먹지 못해 속만 아리고 따끔거렸다. 하지만 내내 운전하며 피곤함은 덜했다. 영천 지날 때는 비가 내렸으며 청송에 도착할 때는 맑았으며 다시 돌아오는 길은 내내 비 내렸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세금과 바깥의 영화필름처럼 돌아가는 풍경뿐이었다. 구불구불한 산 능선 지나며 바라보는 산과 계곡 허허벌판 농경지 지나며 바라보는 농가의 모습은 늘 바라보던 도시의 따분함을 씻고도 남는다. 최저임금제 상승과 세금, 고용과 관리문제, 교육과 마케팅, 이 모두가 국가라는 틀 안에서 이룬다. 웃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모든 것은 긍정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며 웃어른께 공경함은 인륜이며 도덕이다. 그 속에 내가 있다.
근검절약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지출을 줄이고 영업을 더 노력해야 한다. 나만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조직이 커지니 조직원 모두가 함께 움직여 한다. 가만히 있으면 판매는커녕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그렇다고 사기 충전할 교육을 한다는 것은 일명 잔소리에 불과하다. 사랑이 무엇인가? 내가 처음 알았을 때 그대의 이름을 처음으로 불렀을 때 그때는 단지 아는 것이다. 알고 나면 관심원에 들어가고 관심원에 있으면 가족이다. 가족은 최소의 사회다.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 세상 살아가기 힘들다. 아무것도 변명할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불만이나 불평을 제기할 이유도 없다. 나는 아주 작은 개인이기에 이 한목숨 부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이 사회의 공덕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누구와도 말하려 하지 말며 주어진 일에 단지 일을 사랑하자.
명재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노즐 뭉치를 분해하는 것을 아주 신기하게 보았다. 이곳은 청송에서는 그래도 번화가다. 3일 벌어서 한 달 세가 나오면 괜찮은 곳이다. 장사의 불문율이다. 덧붙여 적는다면 5일 벌어서 세가 나오지 않으면 업을 고려해야 하며 10일 벌어서 세가 나오지 않으면 문 닫아야 맞다.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고 정상가동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한 십분 머물렀을까! 다시 경산으로 가기 위해 차에 오른다. 안동 지나갈 때였다. 오후 4시 30분쯤이다.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차에 오를 때 명재는 바깥에 나와서 인사했다. 그 생각이 자꾸 나는 것이다. 본부장님 운전 조심해서 가셔요. 수리비 받아도 마음 편치 않았다. 응당한 대가이므로 받아도 내 돈이 아니기에 편치 않았다. 세금을 줄일 수는 없다. 세금을 줄일 방법은 사업체를 없애거나 팔아야 한다.
자공이 물었다. *
“여기에 아름다운 옥이 있다면 궤에 넣어 보관하시겠습니까? 좋은 상인을 구하여 파시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을 팔아야지! 그것을 팔아야지! 나는 상인을 기다릴 것이다.”
子貢曰 “有美玉於斯, 韞匵而藏諸, 求善賈而沽諸.” 子曰 “沽之哉. 沽之哉. 我待賈者也.”(유미옥어사, 온독이장제, 구선가이고제.” 자왈 “고지재. 고지재. 아대가자야)
각주]*논어 170p/김원중 역
鵲巢李鎬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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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