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1月 30日
지식은 책을 읽어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삶의 지혜는 읽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지식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세상의 변화를 바르게 읽을 수 있는 처세야말로 지혜다. 그 지식도 읽어서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침, 본점에서 강 선생께서 내려준 드립 한잔 마시며 어제 읽었던 ‘문경지교’에 관한 얘기를 해 드리려니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 목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은 친구 사이라는 내용이지만 그 배후에 깔린 사마천의 사기 ‘염파, 인상여 열전’의 내용 말이다. 읽고 쓰고 또 외워서 다시 읽으며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공부는 이래서 재밌다.
포항에 다녀왔다. 방학인 아들 준이를 데리고 갔다. 집에 있어도 빈둥빈둥하기만 하지 특별히 하는 일 없어 보여 데려갔다. 마침 점심 챙겨 먹으려는 아이를 얼른 옷 입혀 간다. 롯데리아에 간편식을 사서 차에서 먹으며 갔다. 여기서 포항까지는 한 시간이면 내려갈 수 있다. 그간 거래하면서도 잘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부가세에 관한 일과 커피, 그리고 근황을 여쭙고자 내려갔다. 모든 업자가 안 어려운 사람이 없다. 매출부진은 어느 곳이든 마찬가지다. 카페 앙쌍떼가 자리 잡은 곳은 포항에서도 번화가지만 밤이면 다니는 차도 잘 없거니와 사람마저 발길 뚝 끊으니 한산하기 그지없다며 하소연하신다. 카페 개업한 지 5년 넘었다. 그때는 준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였지만 지금 훌쩍 큰 아이를 보시고 세월 무상이라 사장님께서 얘기하신다. 5년이 금방이었다. 그러면 또 5년은 금방 간다. 2020년이 곧 있으면 현실이 된다. 나이도 50줄 들어서고 몸은 더욱 무기력해질 것이지만 일은 산더미처럼 쌓아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교토사狡兎死, 주구팽走狗烹이다. 교활한 토끼가 죽으니 사냥개는 삶는다는 뜻이 있다. 그러니까 정치용어로 많이 쓰이는 사자성어다. 토끼를 잡았으니 개는 필요가 없다. 정치만 그럴까! 사업세계도 어느 곳도 사람이 몸담은 곳은 어디든 이 사자성어는 잘 어울릴 만하다. 그러니까 사업도 오래 하니 교활하기만 한다. 나도 토끼가 될 수 있으며 개가 될 수도 있음이다. 모르겠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여유가 없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21c는 경제가 사상과 이념을 앞선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먹고 사는데 급급하다 보니 사회보다는 경제를 먼저 바라본다. 지금은 국가도 거대 조직이며 개인도 거대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나는 거저 거대조직에 한 일원이지 더도 덜도 아니다. 일 열심히 하고 세금 충실히 내고 사회에 윤활유 같은 필요한 존재로 바르게 서야 함을 조직은 더 요구하고 있다. 참 어찌 보면 서글픈 얘기다. 스스로 만든 일에 주어진 임무에 책임감에 무게를 저버릴 수 없으니 말이다. 하루가 참 무겁다.
포항에서 영천으로 갔다. 군부대다. 에스프레소 기기가 작동이 안 된다며 전화가 왔었다. 그리고 한 십분 지났을까 전원을 모르고 꺼놓았는데 다시 켜기는 켰다고 했다. 그래도 모르니 들려달라고 한다. 안 들리면 서운할 것이고 들리면 시간과 몸이 축난다. 지나는 길, 들려서 본다. 간단히 기계를 청소하며 압은 잘 나오는지 전에 서 부장이 부품 끼워놓은 것은 잘됐는지 확인한다. 왜냐하면, 고무 가스겟을 갈아 끼우는데 송곳으로 찔러 끄집어내도 어려운 일을 맨손으로 후벼 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시간 끙끙 되었다. 어디 송곳 빌려 하라고 이르기는 했지만, 그 뒤로 확인하지 않았다. 아무 이상 없다. 차를 돌려 다시 임당으로 왔다.
오늘은 날이 참 좋다. 따뜻하기만 하면 봄이다 싶을 정도로 날 좋다. 본부에 들어와 지난번 들여놓은 종이컵과 아이스 컵 대금을 송금했다. 출판사에도 일부 송금했다. 출판사는 송금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적지 않은 돈이라 망설였는데 이것은 나에 대한 투자다. 아까 적은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있듯이 폭 삶긴 개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 나의 가치관이다. 시간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진리다. 시간을 다루는 기술은 시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타는 사람에 있다. 분명히 좋은 날 있을 것이다.
그 외 한성에서 전화가 왔다. 주차선 그은 것과 철재 기구 옮긴 것에 대한 확인 전화였다. 혹시 잊을까 봐 전화했다고 했다. 하기야 잊을 수 있으랴! 그은 주차선은 매일 보고 있으니. 솔직히 철재 기구 옮긴 것은 잊었다. 그 외 잊은 것이 또 있다. 스텐인리스강을 얹은 것도 얘기하시기에 가슴이 뜨끔거렸다. 장 사장께 안부 전화 넣었다. 월말마감을 했다. 내일 시마을 태울 김태운 선생님께서 오시겠다고 전화 주셨다. 저녁 늦게 배 선생 남편께서 오시어 인사했다. 피자와 삶은 초란 주시어 감사히 먹었다. 오늘은 이곳저곳 어느 곳 할 것 없이 조용했다.
본점 마감 보는 본점장 성택 군 잠시 보았는데 화색이 좋아 보여 한마디 했다. 요즘 안색이 아주 좋구나! 했더니 “집 나와 사니 잠을 충분히 잘 수 있어 그럴 겁니다.”하며 대답한다. 그래서 한마디 더 했다. “잠 많이 자면 미인이 된다더니만, 피부가 참 좋아.” 그러니까 엊저녁에는 삼겹살 먹었다고 했다. 가게 나오며 둘이 걷는다. 성택아 오늘은 매출이 얼마지? 부끄러울 정도로 적습니다. 괜찮아, 오늘 수고 많이 했네. 잠 잘 자게.
鵲巢李鎬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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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