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1月 25日
사동을 개장하고 위층에서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휴대전화기가 울린다. 동생이다. 아주 오랜만이라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걱정 반 반가움 반, 그렇게 전화를 받았다. 안 그래도 우리 집 아이들이 고모 집에 간다며 어제 나서기는 했지만 별다른 일이 생겼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전화받으니 거저 인사였다. 동생은 몇 년 전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부동산 중개사무실에서 몇 달 일한 경험도 있다. 그리고 몇 달 아니 몇 년쯤 지나 난데없이 작년에 “오빠 나, 부동산중개 사무실 차렸어.” 하는 거였다. 마냥 어리다고만 보았지 올해 40 넘겼다. 이번 달 큰 것 한 건 했어! 오빠, 그래 얼마짜린데 하며 물었더니만 몇 장 돼 한다. 돈 벌었다니 내 돈은 아니지만, 기분은 꽤 좋았다. 혼자서 혼자 힘으로 혼자의 능력으로 이룬 성취다. 정말 대단하고 장했다. 상가가 돈 된다며 한마디 한다. 그 외 아파트 매매 건과 다른 잔잔한 일까지 하면 한 달 제법 일했다. 그러며 오빠 하는 일 묻는다. 참! 어떻게 답변하기도 뭐하지만, 괜찮다며 이야기만 했다. 오빠 요즘 커피하고 싶은 사람이 왜 그리 많아? 약간의 감탄어린 말을 남긴다. 그렇지 커피 전문점이 이리 많이 생겨도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사람은 더 많다는 것이다. 그만두는 사람은 있어도 점포 닫는 경우는 없는 것도 신기하다.
오전, 압량에서 콩 볶았다. 볶아놓은 콩이 얼마 없어 볶게 되었다. 옆에는 성당이다. 나 많은 아무개 사모님께서 휴일 성당 오셨다가 지나가시기에 바깥 문 열고 인사드렸다. 잠깐 들어오시어 차 한 잔 마셨다. 올해 연세가 일흔다섯이다. 잔병도 없으시고 안색도 꽤 맑다. 언제나 젊은 사람과 이리 대화 나누어도 자세 또한 흩뜨림 없다.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고 가신다. 그간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해주셨다. 해외 미국이며 이탈리아며 하와이 일본, 중국 다녀오신 이야기였다. 여행 다녀오신 것도 나이 쉰다섯 넘어서야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전까지만 해도 레스토랑 운영하며 일에 바쁘셨다고 했다. 할머니는 꽤 성공한 삶을 사셨다. 두 아들 모두 사회에 건전한 장부로 딸 하나는 해외 교수로 나가 활동하시니 말이다. 오시면 집안일 틈틈이 이야기 해주신다. 가실 때 방금 볶은 커피를 조금 갈아서 담아 드렸다.
본점에 와서 책 읽었다. ‘장자’를 읽다가 전에 읽었던 ‘노자’를 다시 한 번 읽었다. 도가사상으로 이야기하자면 내 쓰는 글은 한낱 쓸데없는 글이다. 많은 말은 불필요함을 극구 강조하는 노자다. “개는 잘 짖는다고 해서 좋은 개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말을 잘한다고 해서 현명하다고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글은 씀으로써 중심이 된다.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무위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한 상황이라면 배워야 한다. 배움은 단지 읽어서 되는 것만이 아니다. 깨달으며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중심은 변화의 한 가운데다. 중심에 서면 모든 것을 바라본다. 모든 것을 바라본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 한 치 앞을 잘 보기 위함이다.
독서에 넋 놓고 있는데 점심 드시라며 이야기한다. 강 선생께서 곰국을 해오셨다. 동원이도 함께 있어 같이 먹었다. 동원이가 사가져 온 라면도 있다. 거기다가 반찬 김장김치까지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김치 한 젓가락 집을 때 아까 압량에서 뵈었던 사모님 생각이 났다. 미국 텍사스 어느 사막 지나 호텔에 묵은 적 있었는데 ‘김치가 있더라니깐’ 하시던 말씀이 스친다. 아! 씹을 때 아삭거리는 기분, 역시 김치 없으면 뭔가 허전한 밥상이 아니던가! 정말 맛난 오찬이었다.
강 선생과 동원이랑 커피 한잔 했다. 동원이가 내린 ‘블루마운틴’ 드립 한잔 마셨다. 동원이는 아메리카노 한잔 마신다. 동원이는 올해는 꼭 창업하겠다고 했다. 마침 집에 건물이 있는데 지금은 세입자가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나가게 되었다고 했다. 그간 커피 교육받은 것도 또 이렇게 실습하게 된 것도 계획이 있었다. 커피 한잔 마시며 동원이에게 묻는다. 그래 동원아 상호는 어떻게 하기로 했니? 제이스 커피 컴퍼니 에스프레소(J's coffee company espresso)로 지었습니다만 아직 미정입니다. 동원이는 젊으니 영어가 제법 어울린다. 나중에 내부공사 들어갈 때 조언을 구하겠다고 했다.
커피 한잔 마실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젊음 사람일수록 드립보다는 아메리카노를 더 선호한 것 같다. 아무래도 부드러운 것보다는 기름기 착 도는 커피가 입맛에 더 당길 것이다. 하루는 사동에 조회를 할 때였다. 언제나 나이 많은 배 선생이나 나는 드립이고 젊은이는 모두 아메리카노였다.
압량에 머물 때였다. 둘째가 햄버거와 콜라를 사가져 왔다. 여기 오기 전에 전화가 왔다. 아빠 저녁 먹었어요? 그래서 아니하며 대답했는데 야가 아무래도 밥이 없으니 밥을 하려나 보다 하며 생각했다. 압량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무척 놀라웠다.
사동에 머물 때였다. 역 점장께서 오셨다. 코레일유통에서 배정받은 점포가 영업기한이 다 되었다. 다시 재입찰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입찰조건과 여러 가지 구비서류를 듣게 되었다. 점점 날이 갈수록 입찰조건도 까다롭고 매출 신장에 관한 회사의 방침도 강화되었다. 아무래도 역 점장께서 며칠 고민했을 것이다. 품목선정도 거기에 맞는 내부공사도 모두 신경 안 쓸 수는 없는 처지다.
퇴근할 때였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말이다. 연말정산에 관한 직장인의 세금 문제와 자영업자의 세금에 관한 이야기였다. 직장인은 소득이 100% 다 드러나니 세금 100%가 나간다. 자영업자의 소득은 매출을 그대로 신고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물론 여러 가지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업은 여러 가지 위험을 안고 있다. 경쟁과 매출부진과 소비변화 그러니까 유행과 패턴은 바뀌어 가고 있으니 그에 대한 불안을 생각하면 온전한 사업체를 이끌어 가는 사람은 몇몇 없을 것이다. 실지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거나 특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사업체는 폐업의 길로 간다. 산업구조가 취약한 것도 문제다. 커피전문점만 이리 많을까! 도대체 내 하는 일에 얼마만큼을 팔아야 종주국인 주나라를 섬길 수 있을까! 군주께서 내려주신 사회복지제도에 우리는 또 얼마만큼 믿고 따르며 맞춰나가야 하는가! 하루도 버티기 힘든 나날에 맞지 않는 현실경제에 마치 바짝 마른 우물만 들여다보며 뜨는 달을 보겠다고 목 놓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격이다.
*각주] 노자 지음 ‘노자’ 김원중 옮김 104p
鵲巢李鎬杰
감사합니다. 나도향 선생님 인사 늦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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