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2月 12日
사동을 개장하고 바로 한의대로 갔다. 경산에서도 제법 높은 위치에 자리 잡은 대학이다. 카페 조감도에서는 불과 오 분 거리나 많이 걸려도 십 분 안에는 갈 수 있다. 그러니까 바로 옆이다. 가끔 머리 아픈 일 있거나 주문받은 커피 배송이 있으면 여기에 온다. 대학에 있는 한학촌에 건물이 있는데 그 안에 카페가 있다. 한학촌은 경산 삼성현을 기리기 위해 지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옥으로 지었다. 대학에서는 인성 예절교육의 필요성과 전통혼례, 전통차 등 우리 고유의 문화를 내외로 소개나 체험할 수 있는 문화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다.
이른 아침, 카페에 들러 이곳을 운영하시는 백 현주 선생님 뵈었다. 한학촌 계단을 오르는 것도 꽤 숨차다. 마치 산을 오르는 만치 가파르다. 수십 계단을 밟고 올라야 카페를 볼 수 있다. 계단을 놓은 돌이 반듯하게 잘라 놓은 것이 아니라 투박하게 다듬은 거라 더 보기 좋다. 계단 다 오르면 맷돌 엎어놓은 듯 디딤돌이 카페까지 놓였다. 이 돌을 밟다보면 소싯적 놀이인 비석 치기가 생각나기도 한다.
오늘은 커피만 아니라 직접 지은 책 한 권 들고 들어간다. 언제나 카페 운영하시는 점장님 뵈면 늘 미소로 인사한다. 그러면 또 반갑게 반긴다. 책 한 권 직접 사인해서 건네면 또 나왔느냐며 인사 주실 때 괜스레 웃음이 일었지만 다 읽으시면 평을 안 아낀다. 전에 지은 것도 다 읽으신 듯했다. 몇몇 말씀이 나누는 대화에 있었다. 고마웠다.
사동, 조감도에서 직원과 긴급 조회했다. 이번에 나온 책을 소개하며 카페 오신 손님께 필요하신 분 있으면 적극적으로 홍보하도록 했다. 날씨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니 실내 히터를 될 수 있으면 자제하는 것과 졸업과 입학 시즌이라 오시는 손님께 바른 인사를 부탁했다. 무엇보다 카페는 우리 일터며 생활하는 공간이니 늘 청결해야 함을 강조했다.
카페만 몇 개 운영하다 보니 바에 서는 일은 잘 없어도 직원과 회의나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려는 지침만 있다. 작은 카페, 조감도 압량에 단 몇 시간 카페 보기는 하지만 손님이 그리 많이 오시는 곳이 아니라서 메뉴를 만드는 일은 잘 없다. 주문이 있어도 라떼나 아메리카노만 많이 나간다. 가끔 젊은 손님이 오시면 스무디가 있기는 하지만, 많이 없다. 이곳에 앉아 아주 짧기는 해도 책 보는 것만큼 행복한 시간도 없을 것이다. 식구가 많으니 왜 걱정은 안 하겠는가! 그렇다고 걱정만 한다고 해서 좋게 풀일 일도 아니다. 방법을 찾고 실행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엊저녁에는 오 선생과 얘기를 나누었다. 드립강좌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지만 별다른 묘책이 없었다. 그러니까 요즘은 기계에 더 관심이라며 얘기한다. 카페가 너무 많다 보니 또 바리스타 시험에도 기계분야가 적지 않게 나온다고 했다.
압량, 김 영수 선생께서 지은 ‘난세에 답하다’ 책, 다 읽었다. 책 끄트머리에 항우와 유방을 빌어 지도자의 카리스마를 논한 부분이 있는데 느낀 점이 많았다. 항우와 유방은 늘 전쟁터에서 한평생을 살았다. 정말이지 목숨이 오가는 곳에 분명한 것은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민심을 어떻게 포용하며 나를 뒷받침하느냐에 달렸다. 그러니까 넓은 마음과 삶을 바라보는 재치 그리고 개방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항우보다는 유방이 민심을 수습하고 이끄는 데는 아주 나았다.
주머니가 두둑해야 유머감각도 나오는 것인데 아무것도 없는 알거지가 배포 하나로 사람을 이끄는 것은 재주다. 기지와 남다른 재주가 있어야 한다. 역발상적 말 한마디가 가끔 웃기는 일인데 음 참 그러고 보니 아내는 가끔 툭툭 던지는 말에 웃음이 일기도 한다. 신간 나왔다며 책을 보였더니 책 제목이 ‘가배도록’이다. 그냥 ‘가배도둑’으로 해라! 그냥 멋없이 웃었다. 왜냐하면, 글만 신경 쓰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책만 좋아하니 여간 고독했을 것이다.
남편이지만, 무심하기 짝이 없다. 조직이 크든 작든 딸린 식구가 있으니 퇴근도 없는 직장, 본부 장자방 같은 곳에 앉아 계책도 없는 내일을 다져야 하니 말이다. 어찌 알겠나! 나중에 큰 도움으로 카페에 일조할 날 있을 것이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랄 뿐이다.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