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2月 08日
사동 개장한 후, 한동안 카페에 있었다. 청송에서 카페 영업하는 명재가 왔다. 어머님도 함께 오시었다. 경산에 결혼식 있어 잠깐 들려 인사 주시고 가셨다. 명재가 운영하는 ‘카페거기’는 청송에서도 카페 위치가 나름으로 좋아 영업이 제법 괜찮다. 하지만 명재는 그만두려고 한다. 아직 젊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배울 게 있어 카페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아무래도 청송은 촌이라 무슨 기회를 잡기에도 부족해서 시내로 나오고 싶은 의욕이다. 카페 영업으로 보면 평수대비 경산 그 어떤 카페보다도 좋지만 젊음을 대신할 순 없다. 어머님 고향이 경산이시라 겸사겸사 자주 오시는가보다.
정의와 예지와 함께 조회 했다. 어제는 예지 생일이라고 했다. 어제는 쉬었나 보다. 알면서도 그냥 넘기는 것도 대표로서 예의는 아니라 꽃다발 한 묶음 선물했다. 하루가 지나기는 했지만, 생일축하 노래도 정의와 함께 불러 주었다. 예지가 무척 기뻐하는 모습 보니 내 기분도 좋았다.
오늘은 꽤 맑고 화창하지만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분다. 압량, 에어간판을 도저히 바깥에 내어 둘 수 없었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휘청거렸는데 위험해 보였다.
본점, 강 선생과 동원이랑 커피 한잔 했다. 강 선생께서 드립 한잔 해 주었는데 케냐였다. 맛이 좋아 동원이에게 한 잔 더 부탁했다. 케냐는 날 맑으나 흐리거나 비가 오거나 어느 때든 잘 맞는 것인가! 박하사탕 하나 깨문 것처럼 입안 환했다. 동원이랑 어찌 이야기하다 보니 남녀관계에 관해 말이 나왔다. 요지는 상대에 대한 호감이 주 얘기였다. 몇 해 전에 커피 배워나간 어느 젊은이를 빌어 얘기했다. 요즘 젊은이의 결혼관과 황혼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이혼율, 세태의 성문화에 관한 얘기였다. 그러니까 결혼은 자꾸 줄어드는 것 같다. 남자가 바라보는 여자의 관념과 여자가 바라보는 남자의 관념은 차이가 있다. 물론 남녀관계를 떠나 중요한 것은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다. 내가 바로 서는 것이 중요하니 일과 공부를 바르게 해야 한다. 내가 능력이 없으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비굴해질 수밖에 없는 거고 나의 값어치는 떨어진다. 가게 열면 어떻게 하면 손님 오시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결국, 창업이고 바리스타의 일이니 커피만 커피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칠 때 있을 것이다. 고대국가에서는 말 잘 타는 기마병이 대세를 이끌며 제국을 건설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내 능력 다지는데 말도 중요함을 얘기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이 언어구사능력이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어떤 말을 사용하느냐에 거미줄이 달라진다. 큰돈 버는 것이 아니라 경영이다.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관리다. 나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본점에 몇 시간 앉아 있었다. 강 선생께서 국수를 삶았는가보다. 동원이가 함께 먹자고 얘기한다. 주방으로 걸어가면서 시인 백석이 생각났다. 국수를 참 좋아했던 시인이었다. 시인 백석은 겨울에 이 국수라는 시를 지었다. 백석의 구수한 평북 사투리가 생각나고 그의 시집 ‘사슴’이 생각났다. 그는 첫 시집 ‘사슴’에 ‘여우난골족’, ‘노루’, ‘가즈랑 집’ 등 모두 서른 세 편의 시를 수록했다. 1936년 1월 100부 한정판 자비로 간행했다. 훗날 시인 신경림은 ‘사슴’을 읽고 “10권의 장편소설을 읽은 것보다 감동이 더 컸다”고 술회했다. 지금도 다수 시인은 ‘사슴’을 한국 현대시 100년 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시집으로 꼽는다. 한마디로 백석 시는 북방언어의 보고다. 얼마 전에 그의 시집 초판본 ‘사슴’이 7,000만 원에 팔렸다고 한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히스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다진 김치와 초고추장과 마늘 넉넉한 이 비빔국수는 무엇이란 말인가! 한 그릇 참하게 먹었다.
입 닦고 잠시 앉았는데 우드테일러스 카페 사장님, 사모님 오시었다. 일요일이라 두 분 이곳저곳 카페 산책 겸 나오셨다. 월드컵대로 끝자락에 붙은 카페도 가보시고 죽 지나 조감도도 잠시 들여다보고 주차장에 차가 많아 이리로 곧장 오신 거다. 카페 일 여러 가지 애로점을 서로 얘기 나누었다. 카페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소비문화가 많이 바뀐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는 술 한 잔하며 얘기 나누었던 남자들의 생활문화가 카페로 오게 된 것이다. 더욱이 담배까지 어느 업소든 규제를 놓으니 놀이문화가 바뀌어도 많이 바뀌었다. 단체손님이 오시기라도 하면 주방일은 바빠서 정신없는데다가 손님이 띄엄띄엄 꾸준히 오는 게 아니라 한차례 몰리거나 아예 없거나 해서 일하기 꽤 힘들다. 어느 카페든 다 마찬가지다. 바빠도 커피값은 단지 커피값이라 거저 일로 일이라서 그 이상은 누릴 게 없으니 이 일로 만족한다. 사장님께서는 조감도 음악회에 관한 말씀을 주시었고 나는 그에 대한 답변을 드렸다. 이번 주 시간 나시면 꼭 오시라 했다.
헉! 손님 오신다. 연인이다. 얼굴 꽤 밝은 모습으로 “여기 이 층도 있어요.” 하며 물으신다. 그래서 대답했다. “아뇨 이게 다예요.” 슬그머니 무거운 문을 다시 밀며 썰물 빠지듯 나가신다. 나는 커피 한잔 주문하실 줄 알았다. 미처 물어보지도 못했다. 웃으며 나가시는데 나도 웃고 말았다.
사동, 오 선생께서 빵 구웠다. 롤 케익을 만들었으며 허니브래드 빵도 구웠다. 모처럼 출근하신 배 선생도 있었다. 한 며칠 남해에 여행 다녀오셨다. 압량과 본점은 방학이 아직 끝나지 않아 조용하기만 했다. 사동 거쳐 본점 마감 보며 동원이랑 함께 나왔는데 자네는 이제 집에 들어가겠구먼 나는 본부 들어가 미처 못 읽은 글도 읽어야 하고 글도 써야 하네. 했더니 한마디 한다. “CEO의 길은 힘든 것 같습니다.” 한다. 한바탕 웃었다. (동원이는 어정쩡한 게 매력이야, 혼잣말) 동원아 오늘 수고 많았네. 운전 조심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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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