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1月 27日
오늘 날씨 꽤 맑았다. 아침에 햇빛을 보았는데 아주 오랜만에 본 듯했다. 점장과 정의가 출근하는 모습 보고 바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은행 볼일을 보아야 했다. 압량에서 아메리카노 네 잔 뽑아 담아 갔다. 은행, 마침 전무님께서 계시어 약간의 립 서비스(말치레)하다. “전무님 보고 싶어 왔다며” 인사드리니 반긴다. 은행 나갈 때 예쁘게 포장한 정종 한 병 주신다. 거저 오며 가며 인사에 이렇게 정붙여 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그래서 인사가 중요하다. 은행에 입금업무와 설에 쓸 잔돈 용으로 신권을 좀 챙겨 주십사 창고에 일하는 직원께 부탁했다.
청도에 다녀왔다. 운문사 앞에 자리 잡은 “카페가비”다. 가비는 13년 늦여름에 창업했다. 그 당시 주인장께서는 커피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여러 상담 끝에 커피 교육받게 되었다. 그 교육의 결과, 지금 하시는 영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오늘은 세금관계 일로 오게 되었다. 근래 들여놓은 생두 “과테말라 안티구아”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그러니까 다른 커피에 비해 신선하다는 뜻으로 들었다. 몇 번 볶았는데 맛이 괜찮았다는 평을 주신다. 볶음 정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으셨다. 그러니까 콩의 표면이 가장 팽창했을 때가 가장 좋다고 말씀드렸다. 시티에서 풀시티 사이가 좋다. 너무 볶으면 뒷맛이 메케하게 닿을 것이며 산패(酸敗) 또한 빠를 것이다. 너무 약하면 풋내가 나니 볶을 때 주의를 가져야 한다.
점장께서는 손님의 입맛에 관해 이야기했다. 여기는 운문사 앞이라 스님도 꽤 오시는데 커피 아시는 분이 많다고 했다. 점장은 커피를 직접 볶다 보니 커피에 대한 설명이 자연스럽게 했을 것이다. 어찌 보면 그것이 더 믿음을 주었을 것이다. 물론 그 영업의 결과로 다시 찾아주시는 손님 대할 때면 기분뿐만 아니라 커피 일의 보람까지 느낄 수 있음이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마음을 선하게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악한 마음이 언제나 자리 잡고 있어 그릇된 길로 가기 쉽다. 그릇된 길로 가게 되면 일관성을 잃게 되며 일관성 잃으면 내 하는 일 모두 원칙을 잃게 된다. 원칙이 없는 일의 결과는 해도 보람이 없고 의미도 없어 결국 그만두게 된다. 직업이면 하는 일에 의미를 심어야 오래간다.
출판사, 팀장과 통화했다. 출간 내용이 전부다. 표지는 어떻게 하며 색상은 어떻고 오타수정은 어떻게 했는데 등등 최종적으로 중요한 말 한마디가 남았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하는지 아시죠!” 그러니까 인쇄비다. 어려운 경기에 책을 낸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생각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쓰고 내는 나의 입장도 무척 생각하게 한다. 이 일은 봉사다. 커피를 생각하는 사람에게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관심 두는 분께는 혹여나 읽혀 질 것을 생각한다. 한번 지나간 경험이 빼곡히 들어가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쓰는 사람의 바른 자세로 가기 위함이다. 그 전에 잘못된 자세로 인해 쓰는 것이 아니다. 깨닫고 또 깨닫고 깨달으며 가야 한다. 먹고 사는 일에 큰 지장이 없으면 진정한 선비로서 써야 한다. 어렵지만 출간에 동의했다.
사마천은 헛된 죽음을 경멸했다. 그런 죽음은 소 아홉 마리 중에서 털 하나를 뽑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비하했다. 그렇다고 나의 글이 사마천의 글만큼 가치가 있어 이런 비유를 든 것은 아니다. 죽음이 값지려면 생은 더 값진 경험의 질로 점철되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경험은 오지 않는다. 그 모든 삶의 희망은 아주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다. 읽어야 길이 있고 길이 있으면 걷는 자의 경험이라 그 속에는 여러 감정어린것이 있어 삶을 더 돈독히 한다. 일기는 나의 문학에 원석이다. 쓰는데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진량에 다시 다녀왔다. 에스프레소 기기에 소리가 난다고 해서 들렀다. 가만 들어보니 압이 과하면 한 번씩 새 나오기도 한다. 정상이었다. 여기서 압량에 자주 오시는 고객 한분 만나서 반가웠다. 날 따뜻해서 손님이 꽤 오시었나 보다. 점장의 얼굴이 밝았다.
점심시간쯤 강 선생께서 문자가 왔다. “국수 드시러 오세요.” 외근 중이라서 갈 수 없었는데 삶아 건져놓으시면 일 마치고 가겠다고 했다. 본점에 들린 시간이 4시였다. 서 부장도 마침 함께 들어오게 되었는데 본점에 가, 같이 먹었다. 본점 바(bar)에는 실습 받으시는 빈 씨, 장 씨께서 오셔 주방 안이 조금은 북적거렸다.
압량에 머물 때다. 전에 토요 문화강좌 때 알게 된 모 초등학교 선생께서 오시었다. 볶음 커피와 핸드밀을 선물용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그 선생은 다섯 평도 안 되는 이 조그마한 카페가 아주 마음에 든다. 이곳만 들리면 천정과 기계, 앞에 놓인 컴퓨터를 유심히 바라본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커피와 더불어 이 작은 공간이 더 좋다. 시간만 괜찮으면 커피 한잔 마시고 싶은데 바깥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가야한다고 했다. 어두컴컴한 밤 길 도로다. 낮에 비하면 해 떨어졌으니 어느새 바깥 공기는 싸늘하다 못해 춥다. 압량 마감하며
사동에 왔다. 오 선생 생일이라며 배 선생께서 족발 한상 차림해 주셨다. 그 덕에 약간 맛을 보다. 사동은 오 선생께 맡기고 본점 오다.
1,2 층 트인 공간 밑에 탁등 아래 책 펼쳐놓고 읽다. 오가는 손님이 있었으며, 본점장 성택 군이 내린 드립이 있었으며 사마천의 사기 몽염*과 몽의의 죽음을 두고 써 내려간 김 영수 선생의 논평이 있었다.
유언이라는 게 있다. 죽으면서 남기는 한마디 말이다. 지난 삶을 어떻게 그 짧은 순간에 정리하며 말할 수 있을까! 몽염의 죽기 전 말 한마디는 후세의 비난이 되었으니 말이다.
*각주]
鵲巢 曰
만리장성의 전신인 장성을 쌓은 인물, 역대 집안이 장군 출신이다. 그러니까 조부(몽오), 아버지 몽무 역시 장군이었다. 집안의 명성과 후광에 힘입어 진시황제 때 장군이 되었으며 그의 명성 또한 크게 떨쳤다. 1, 800리에 달하는 도로망 건설을 시도했으나 완성하지는 못했다. 그의 동생 몽의는 역시 진시황으로부터 형님 못지않은 총애를 받았다. 그의 형제는 진시황제 때의 안팎의 중요 관료였다. 하지만 진시황제의 사후, 환관 조고와 승상 이사의 모함에 의해 죽음을 면치 못한다.
중요한 것은 몽염의 마지막 죽을 때 남긴 유언이다. 백성을 위한 말 한마디가 아니라 정치에 대한 한탄의 목소리였다.
鵲巢李鎬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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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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