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 비밀일기장

♨ 태그연습장 ♨ 맞춤법검사 ♨ 표준어규정 ♨ 통합사전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로그인

이름

정덕희	(작성일 : 2011-04-11 12:06:55, 조회 : 2150)

제목

결혼한 딸 집에서

결혼한 딸 집에서 / 정덕희

     퇴근 하고 바로 결혼한 딸 집으로 향했다
     결혼생활 3년만에 첫 아이을 갖게 됐는데
     바쁜 딸을 위해서 집 안 청소라도 해주고 싶어서이다
     얼마나 바삐 출근 했는지 집안이 엉망이다
     창문을 열고 청소를 시작 했다

     화장대 위에도 책상 위에도 어지럽게 늘려 있는 것을 치우고
     옷장도 정리하고 거실도 쓸고 닦고 현관에 신발도 나란히
     놓고 나니 이제야 집안이 정리가 된 것 같다
     꽃병에 물도 채우고 나니 문득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도 우리 엄마가 살림을 다 해주셨고
     애들까지 다 키워 주셨는데 그 당시 난 엄마의 고마움도 모르고
     살아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나 엄마께 죄스럽고 마음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잘 해드리지 못 했던 게 너무나 후회스럽다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했는데 나는 자식을
     둘이나 낳고도 부모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이제야
     결혼한 딸 집에서 일 도와 주다가 부모의 마음을 알아내고
     있으니 참 철이 늦게 든 것 같아 한없이 마음이 아프다

     우리 엄마도 지금 내 마음처럼 딸을 위해서라면 힘 들어도
     다 해주셨던 것 같아 너무나 엄마께 죄스러워 청소 하다말고
     눈물이 나온다
     우리 엄마가 나를 도와 주셨듯이 나 또한 결혼한 딸을 위해서
     도와 주고 있으니...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나는 이자를 붙여 더 해줘야 할 것 같다
     엄마한테 잘 해드리지 못한 죄까지 포함해서 벌 받는 느낌이 든다
     우리 딸도 나중에 나 처럼 늦게야 엄마의 고마움을 깨달을까?
     그래서 지금 나처럼 마음 아파하지 않을까?
     왜 그때는 그렇게 엄마께 차갑게 대했을까 ...
     내딸은 나처럼 후회 없어야 할 텐데... 아마도 아직은 내 딸도 엄마의 마음을
     잘 모르겠지...

     그래도 딸이 있어서 고맙고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고 말 해주고 싶다
     청소를 끝내고 집에 가기 위해 현관문을 닫으려니 거실에 걸려 있는
     액자에서 딸과 사위가 행복한 모습으로 웃고 있는데 너무나 사랑스럽다
     오늘따라 집으로 향하는 길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상쾌하다
     이것이 자식 가진 부모의 마음인가...
     벌써 내가 할머니가 되어 간다는 사실도 잊은 채....

불변석
수정 삭제

가슴이 찡한 아름다운글.!!!
고맙게 읽고 퍼 갑니다
감사합니다.

2011-04-22

청신호
수정 삭제

가슴이 찡 하네요...
세상 모든 엄마 들의
마음 이겠죠 ? 잘 읽고 갑니다...

2011-05-03

정덕희
수정 삭제

불변석 선생님, 청신호 선생님..
부족한 글 읽어 주시고 댓글에
감사한 마음 입니다

2011-05-04

원조갈매기
수정 삭제

그런데 저는 이글을 읽는순간 몇년전 여교수들이 모여서
하는 얘기가 생각나네요..급히 출근하고 난후에 시어머님이
오셔서 꼭 청소해놓고 냉장고 먹을것 사넣고 간다고 정말,

불쾌하다고 하는얘기를 듣구 깜짝 놀랐어요..그래서 그게
왜 불쾌하냐 했더니 자존심 상한데요..어머나 무슨 그럼 말씀을?
했는데.그분들이 지금 연세가 53세? 시어머니라는 존재는
그리도 불편하고 어려운지요..쩝

2011-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