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주말, 교사회의가 있었다.
늘 교회에서 했는데 오늘만큼은 어떤 성도님(채현석, 조선덕)이
집들이 겸 생신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사실, 다들 늙은?건지 귀잖은 건지는 모르지만
움직이는 거 무척이나 싫어하는데... 아무튼 멀리 장안평까지 갔다.
그래서 이렇게 늦은 시간(한국 시간으로 밤 11시)에 집에 돌아왔구...^^;;
오자마자 샤워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컴을 열었다.
사실, 너랑 통화한 이후 메일을 쓰고 싶었는데...
뭘 어떻게 말해야 하는 지... 조금은 난감했다.
그래서 이렇게 늦어버린 메일, 여전히 받는 태옥이가 되버렸구나.
나도 널 잊은 건 아닌데... 왜 그리 낯설게 느껴지는지...
아무렇지 않게 대하면서도 태평양의 거리만큼이나 멀어진 기분이다.
마음과 몸이 이렇듯 따로 움직이는 거 또 한번 경험하구...^^;;
사실, 그동안의 일을 어떻게? 뭘 어디서 부터 말해야 할지...
민토라는 닉네임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에 대한
그만큼 나는 너를 그리워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잊으려고 했었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었는지...
나의 옹졸함이라고 표현해도 좋구, 나의 인색함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사랑이 없다고 해도 할 말이 없구...--;;
그게? 뭐라구...
날 이렇게 까지 속좁은 친구로 만들었는지...
길어진 시간만큼이나 힘든 건 사실이다.
한 해, 두 해 거듭할 수록 나는 나를 통제하고
적어도 나를 이겨내야 살 수 있었으니까... 숨쉴 수 있었으니까...
이렇게 뒤늦게 고백하듯이 말을 흘리는 것이
잘 하는 일이 아님을 알지만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여전히 힘든 시간이구...--;;
그래도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건,
어떠하든지 날 향한 주님의 뜨거운 사랑 때문이다.
날 받아주고 지켜주는 남편 때문이다.
적어도 불임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혼자 겪는 고통이 아니라고 해도
그 근본 문제가 내게 있으니까...--;;
기억에도 없을 정도로 많은 도전을 했구 실패를 했다.
그 와중에 기적같은 자연임신(지난 7월, 벌써 작년?)이 되었지만
자궁외임신으로 난관절제 수술(8월) 받았구.
이제는 병원 도움을 받지 않고는 도저히 임신 불가능한 상태가 되버렸다.
수술날, 심장까지 뛰고 있는 태아를 보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살릴 수만 있다면 어떠한 방법으로든 살리고 싶었다.
그러나 현대 의술로는 불가능한 일...
정말, 우리 부부를 향한 하나님의 어떤 뜻이 있는 지는 몰라도
하루하루가 버티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다.
적어도 이렇게 발버둥쳐야 하는 시간은...--;;
그게 다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자꾸만 간절함이 생긴다.
욕심이라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
사실, 욕심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찌됐 건, 병원 다니면서 인터넷 상담 때문에 컴을 배웠다.
아니, 억지로 떠밀리듯 배웠다.
인터넷 연결했으면서도 몇 년을 그냥 방치했으니까...
그러다 병원 게시판에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이후로
개인 홈피를 만들게 되었다.
그게 정확히 1년 전의 일이다.
아무튼 너랑 헤어진 뒤의 일, 대충의 사연이라면 사연이다.
그러다, 네 전화받고 눈물나게 반가운만큼
내 신변의 변화없음에 목까지 차오르는 격함이 나를 더 화나게 했다.
그런 모습 적어도 보이기 싫었는데,
그냥 순식간에 보인 거 같아서...
사실, 홈페이지 말한 거 후회 할 정도로...--;;
그래, 어쩌면 이런 고백 처음으로 하는 것인지도 몰라.
교회 사람들에게도 웬만하면 보이기 싫은 부분이었으니까...
다들 아이들 낳고 잘 살고 있거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면서도 가끔은 정말 가슴이 운다.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는데... 눈은 깊이 젖어 있다.
이게 지금의 정직한 모습이라면 모습이야.
가끔, 그렇게 말 없는 남편도 아이에 대한 간절함을 표시하니까...
오늘은 이쯤에서 접어야 겠다.
말하다보면 한도끝도 없을 거 같다.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도 아닌데 말이야. 그치?
그리고, 네가 말한 거... 늘 잊지 않고 있어.
그렇게 남편과 나 기억나는 대로 너희 가정을 위해 기도하니까.
지금껏 너희 가정 소식을 다른 사람들의 입술을 통해 들으면서
뭔가 팍팍함에 힘들어 한 건 사실이지만
이제는 그런 거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편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은다.
그게 너무 잘 한 일이라는 거, 어느 순간 깨달은 날 부터...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 없다.
그런 거 보면, 널 여전히 내 친구로만 묶어두려고 했었나봐...-.-
미안해... 미안해...
모쪼록 새해에는 너와 나의 우정이 회복?되는 해였으면 좋겠다.
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서는 해였으면 좋겠다.
더불어 모든 식구가 건강하길 바라며
먼 이국 땅에서 흔들리지 않는, 주님을 향한 멋진 모습으로
지금처럼 살아줬음 좋겠다.
간간히 내가 메일 보낼께...^^;;
넌, 세 아이 키우느라 정신 없을 테니까...^^;; 맞지???
널 여전히 좋아하는 친구, 태옥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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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