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14日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날이었다. 날도 맑아서 마음이 참으로 여유로웠다. 저녁에 어느 곳은 아주 심하게 비가 왔었는데 마치 깨끗하게 씻으라는 하늘의 뜻인가 보다.
오전, 어제 가져왔던 기계를 다시 포장했다. 늘 거래하던 건영에 전화하여 물건을 실어 가시게끔 했다. 그라인더 포장하고 줄로 다시 묶는데 웬 8톤쯤 되는 차가 본부에 대고 있었다. 가만 보니까 몇 주 전에 주문했던 아이스 컵과 뚜껑이었다. 모두 80여 상자다. 이 물건 내리고 창고에 정리하며 재 놓는 것만도 기진맥진할 일이다. 무게도 무게지만 부피도 만만치 않은 품목이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압량에 머물고 있던 서 부장이 왔어 이 많은 물량을 내릴 수 있었다. 용달 오신 기사는 육십 가까워 보였는데 제법 힘 쓰이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하였다. 서 부장은 두 상자 들고 가다가 한 상자를 떨어뜨려서 그만 한 상자씩 들고 가게끔 했다. 용달 기사께서 두 상자를 들고 창고까지 가는데 몇 차례, 지며 오며 했지만 물건 떨어뜨리는 일 없으니 일은 요령이 있어야겠다. 영주에서 이곳까지 오셨으니 많이 피곤하실 만도 한데 말이다. 싣고 온 물건 반 내렸다. 반은 또 어디에 가시는지 짐 보듬으며 가신다.
오후, 지난번 화원에 개업했던 후배 가게에 가려고 했다. 모 분점에서 에스프레소 기계 버튼 하나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AS가 들어왔다. 서 부장께 화원을 맡기고 분점에 다녀왔다. 작년 연말쯤 임대로 나간 기계다. 새것 설치했지만, 오늘 기계를 보니 연식 더한 압량 보다 더 오래된 듯했다. 그만큼 기계에 대한 애착이 덜하거나 아니면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분이 그간 많았거나 하겠다. 기계는 청소만 잘해도 어느 정도 수명은 보장받을 수 있다. 본점 기계는 만 오 년을 사용해도 그대로며 잔고장도 없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관리하며 쓰는 기계라 별달리 고장이 없었다. 점장은 기계 청소하는 방법을 알고는 있다지만 그렇게 꼼꼼하게 청소하는 분은 잘 없다. 본점과 직영점은 담당 통제권 아래에 있으니 청소하지 않을 수 없어 몇 년을 사용해도 새것처럼 사용한다. 그러니 마감이 얼마나 중요한가! 기계 버튼이 잘 못된 게 맞았다. 다시 관련 버튼을 세팅하며 세팅방법을 가르쳐 드렸다.
본점과 사동에 일하는 직원 모두께 한 달간 수고하심에 고마움을 전했다. 일일이 만나 뵙고 감사함을 전했다. 우리 가게에 찾아오시는 고객께 더욱 친절히 배려하시고 살피라며 부탁했다. 하나같이 내 일 같이하여 더욱 안전한 직장이 되길 바라는 뜻에서다.
직원의 마음을 다 읽을 수 없으나 모두가 일을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은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게 경영자의 마음이다. 어느 업종이든 안 어려운 게 있을까마는 이 커피 업종은 더욱 경쟁이 심하니 직원의 친절한 마음은 곧 가게의 얼굴이다. 모두가 직장만큼은 자유스러우며 편안한 마음을 가지되 엄격히 구분이 되어야 한다. 서로가 미루는 일 없이 먼저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상대방을 챙겨줄 수 있는 마음이면 일도 즐거울 것이며 보람도 있을 것이다. 다 함께 노력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恥
담은 것도 한 모금 담은 잔 같아
느낀 것도 쓴 것도 비운 잔 같아
오늘도 커피 한잔 허허 잔 같아
담고 비우고 씻고 내나 잔 같아
같은 경산 지역도 아주 먼 지역처럼 느낀 하루였다. 사동과 본점과의 거리는 약 삼리나 사리쯤 된다. 압량에 억수같이 비가 왔다. 압량 마감하고 본점에 잠깐 들렀을 때도 비가 왔는데 사동에 들리니 거짓말처럼 비가 오지 않았다.
자정, 경산에서만큼은 제대로 경영하는 카페 주인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었다. 그 어느 곳보다도 보수를 많이 지급하는 카페, 그래도 내가 노력하면 받을 수 있는 카페로 말이다. 3년 전, 모 점장께서 본점에서 독립할 때였다. 나는 별도로 퇴직금이라는 명목은 두지 않았지만, 예우 차원으로 조금씩 통장에 모아두었던 것이 있었다. 나가실 때 챙겨 드렸다. 하지만 우리 교육생은 어느 곳 어느 카페에서 일해도 퇴직금이라는 명목으로 보수를 받았다는 분은 보지 못했다. 이 업계가 영세하다 보니 관례가 그렇다. 하지만 본점과 직영점은 모두 바리스타 예우라는 명목으로 지급한다. 이 말도 분란이 있을까 이제는 분명히 기재한다. 하지만 오늘 이 일로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 있었다. 같은 물을 마셔도 뱀은 독을 만들고 소는 젖을 만든다. 그래 경영, 참 우스운 일 아닌가! 인륜도 도덕도 모르는 이가 어찌 커피를 한단 말인가! 예우를 다하고도 욕먹는 일이 생겼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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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鵲巢言
이 나라가 최저임금을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임금도 못 받는 이가 많으므로 정한 기준이다. 하지만 우리 카페는 이 최저임금보다 더 나간다. 최저임금뿐인가! 하지만 다른 카페를 보자. 대구 경북 지역 그나마 이름 있는 카페를 제외하면 모두 일용직 임시직이며 아르바이트다. 한두 달 하고 그만두고 가는 사례도 많지만, 오래 일한 사람도 대우를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아직도 일하다 그만두면 관례상 인사치레로 예우 정도지 퇴직금이라는 것은 없다. 또 나가는 자도 자기가 머물렀던 곳이 잘 되기를 바라지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서로 인사치레라도 하였다는 것은 그나마 인륜의 정이 남은 곳이다. 웬만한 소규모 사업체를 경영하는 이를 보자. 모두가 가정 부채가 삼사천 만원 안 되는 곳이 없다. 삼사천 만원이면 양호한 편이다. 요즘은 은행도 너그러워서 신용이 어느 정도 괜찮으면 무작정 빌려주는 곳이라 일억이나 이 억 정도는 여사다. 직원 여럿이 있는 사업체보다 한두 명 정도 소규모로 하는 사업은 알짜배기다. 그러니까 사람 많이 쓴다고 해서 진정한 자본가는 아니듯이 말이다. 그러니 기획사와 모텔사업은 얼마나 알짜 기업인가! 고부가가치며 사람 많이 쓰지 않는 일이니 말이다.
매달 살얼음판 걷는 나도 우스운 일이다. 오늘 망하더라도 비난을 덜 받기 위해 매달 정한 퇴직금이다. 똑같은 보수를 받아도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분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분도 있으니 경영자로 얼마나 어려운 일 아닌가! 거저 무심코 넘어가기에는 속상한 일이다. 돈을 다 주고도 예우는커녕 싫은 말은 듣지 말아야 한데 말이다. 대표라는 것은 듣지 말아야 할 말도 듣는 위치라 그래서 힘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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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