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05日
맑았다. 바람 좀 불었다.
진짜 몸에 좋은 것은 맛이 없다. 아침 먹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달걀부침 하나와 김치 몇 조각으로 아침 때웠다.
사동 들어가는 길, 가로수 이팝나무 보고 웃었다. 마치 솜사탕을 양 길가 하나씩 꽂아둔 듯했다. 오늘은 또 어린이날이다. 저 꽃나무가 아이에게 또 어른께 얼마나 많은 동심을 안겨다 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참, 아름답다.
사동 문 열고, 중년 남자 손님 다섯 오셨다. 차車로 오신 게 아니라 걸어오신듯하니 아마 여, 백자산 산행차 오셨다가 카페에 들러 차 드시러 오신 듯했다. 앞에 내놓은 동인 시집을 보며 한 말씀 주신 분 있었다. ‘시마을’에 관한 말씀을 그러니까 무엇을 뜻하는지 물으신 분 있었는데 제대로 답변을 못 했다. 한 분이 메뉴 주문을 하시기에 포스 창 띄우며 메뉴 기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권 가져가셔도 괜찮다며 정중히 말씀드렸다.
압량에서 커피 한잔 마셨다. 요즘은 압량이 이상하게 편하다. 용준이가 커피를 잘 내리거나 자리가 편한 건 아니다. 거저 아무것도 없으니까 편하다. 오로지 수많은 차의 행렬만 있다. 오늘은 바람이 몹시 불었다. 하늘은 아주 맑았고 차 엔진 소리만 들릴 뿐이다.
어느 산문집을 읽었는데 모 시인에 관한 평을 읽었다. 그러니까 시인 ‘김민정’에 관한 글인데 ‘삐친 자지처럼’이라고 했다.(솔직히 여기서 나는 삐친 자지처럼, 이 말에 자지가 삐친 건지 그러니까 자지가 구부러지다. 뭐 이런 뜻 아니면 제유의 뜻으로 남성을 뜻하는 건지 순간적으로 만감이 교차했으나 역시, 시인이 쓴 글이라 제유로 보는 것이 맞다.) 김민정 시집을 읽으면 이외에 성기를 표현하는 시문이 무수히 많다. 나도 그녀의 시집을 몇 권, 사서 읽었다. 그것뿐인가? 조금은 천박하게 보일지 모르는 문장도 많은데 시 평론가는 이를 또 그럴싸하게 아주 멋지게 표현해 놓는 것을 보면 글이 그렇게 천박하게 보이지 않는다. 뭔가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독자께 이야기해 놓는다. 하지만 고리타분한 것보다는 낫다.
옥곡점
블랜드(믹스기) 이상 있다고 해서 잠시 들렀다가 다시 본점에 오다. 어제, 창업상담차 방문하겠다고 전화해 주신 젊은 사람이 오셨다. 고향은 강원도, 사는 곳은 특별히 정한 곳은 없다. 우선 남동생이 하양에 거주하고 있어 잠시 머무른다고 했다. 한때는 포항에서 살았다고 했다가 단양인지 청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도 있었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우스갯소리일지는 모르겠지만 유목민 같다며 한마디 했다. 투자자금은 1억 한도 내에서 일을 추진하고 싶다고 했다. 창업장소를 특별히 정한 곳은 있는지 물었더니 마땅하게 보아놓은 것은 없었으며 딱히 어디라고 정해서 창업하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어디든 경제적 여건을 생각해서 마땅한 장소면 일 추진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창업에 관한 이야기하려니 공공연히 많은 말이 나갈 것 같기도 해서 여태껏 이룬 카페 중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성공적으로 이룬 카페 두 군데를 지목하여 지금처럼 상담해서 창업에 이르는 과정과 지금은 또 어떻게 사업을 하며 우리 본점과의 관계는 어떻게 이루는지 앞으로 일의 발전 가능성, 그리고 카페와 더불어 내가 갖는 직업관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나중에는 내가 쓴 책 한 권을 사인해서 드렸다. 책에 얽힌 이야기 즉,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심은 이야기를 했다. 아주 감사히 받으시는 것 같았다.
오후, 봉덕동
서 부장과 함께 에스프레소 기계 떼러 갔다. 가는 목적지는 네비에 찍었다만, 본점에서 출발해서 달구벌대로 죽 달리며 한마디 했다. ‘그냥 이대로 죽 가면 돼’,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꾸벅꾸벅 졸았다. 졸다가 딱 깨었는데 아주 생소한 곳이라 가만 보니 범어사거리 지나 수성교로 가고 있었다. 서 부장, 네비가 안 일러주더냐? 하며 물었더니 그냥 죽 달렸다고 했다. 그래서 수성교에서 다시 봉덕동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이 선생과 이 선생의 바깥어른도 와 계셨다. 기계를 빼려니 전기와 수로와 배수로를 정리해야 해서 개수대 밑에 들어가 이것저것 만지다가 이걸 직접 하면 안 되겠다 싶어 서 부장더러 작업지시를 했다. 그 전에 줄곧 서 있었는데 작업지시를 내려도 다리는 여전히 뻣뻣하고 손까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그러니까 허리 굽혀서 몸 완전히 구부리며 개수대 밑에 들어가도 작업하기 어려운 일인데 거저 허리만 굽히고 다리는 반쯤 구부리고 들여다보는 정도였다. 나는 생각했다. 서 부장은 다리를 완전히 구부릴 수가 없나 보다. 아니면 옷 버릴까 싶어 그런 것인가 하며 생각하다가도 그리 좋은 옷을 입은 것도 아니었다. 캐주얼인데, 말이다. 보는 내내 답답해서 다시 개수대 밑에 몸을 밀어 넣고 배수로는 배수로대로 분해하고 수로는 수로대로 따로 정리했다. 전기는 약 1m쯤 떨어진 위치에 손이 제구 닿을 수 있는 자리에 꽂혀 있었다. 손 닿을 수 있게 억지로 밀어 넣어 콘센트 뺀다. 다 정리가 되었을 때 한쪽은 서 부장 한쪽은 직접 기계 들며 차에 싣는다.
압량 부적리
볶은 커피를 사가져 가시는 손님 있었다. 학생이다. 선배 집에 가는 데 빈손으로 가기에는 뭐해서 또 선배가 커피를 꽤 좋아하시어 사가져 간다고 했다. 커피값을 받고 아메리카노 아주 연하게 한 잔 서비스 드렸더니 감사하다며 인사한다. 머그잔도 하나 드렸더니 아주 감사하다며 말을 하기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바로 연이어 아메리카노 찾는 손님 있었다. 아주 연하게 한 잔 달라고 했다. 머그잔을 선물로 하나 드렸다. 이 닦을 때 쓰시면 효과 볼 수 있을 겁니다. 했더니 웃으신다. 잠시 자리에 앉으려다가 차가 또 선다. 이번에는 남자 분이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두 잔 주문이었다. 급히 만들어 내드리며 선물로 역시 머그잔 드렸다. 마침 그때 컴퓨터에서 흐르는 음악이 있었는데 경음악이다. 흔히 듣는 음악이라 조금 애달프게 흐르고 있었는데 선물 건네니 감격스러웠을까 눈에 눈물 어린 모습을 보았다. 블루마운틴 볶은 거 하나 달라며 추가 주문하신다. 갈아달라고 해서 갈았다. 머그잔을 이번에는 쇼핑백에다가 항거 담아 내드렸다. 아주 놀라워했다. 바로 아주머니 들어오신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뜨거운 거 한 잔 주문이다. 커피 다 만들고 내 드리며 선물 있다며 머그잔 드리니 밝게 웃으신다. 아! 매일 장사가 이와 같다면 얼마나 좋아! 순식간에 십만 원 훌쩍 넘겼다. 어제 문 닫은 분점에서 가져온 머그잔 여러 잔 있어 오시는 손님마다 하나씩 내드렸다.
사동 조감도
주방에 웬 낯선 사람 있었다. 누구냐고 묻기에도 뭐하고 해서 빵 만드는 오 선생에게 넌지시 눈치를 줬더니 점장 친구라 했다. 점장은 집에 모 심는다고 창원에 내려갔다. 배 선생과 예지는 퇴근했으며 주방은 정의 혼자 있었다. 오늘은 어린이날이기도 한데 아마도 정의 혼자서 꽤 바빴는가 보다. 잠시 있다가 나는 본부에 들어왔다. 사동은 오 선생이 밤늦도록 빵 구웠다. 본점 마감하고 오늘 일기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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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