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03日
비 쭐쭐 내리다.
오전, 사동 점장께서 보고한다. ‘본부장님 남자 화장실 문 또 빠졌습니다.’, 그래서 화장실에 가서 확인했다. 아래, 한성 직원이 와서 문 본지가 얼마 됐다고 또 빠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일요일이라 전화 드리기도 뭐했다. 그래서 사장님께 문자 보냈다. ‘사장님 카페 조감도입니다. 남자 화장실 문짝이 떨어졌습니다. 경첩(힌지)이 튀어나왔는데 문을 열 수도 닫을 수도 없습니다. 완력으로 하면 열리기는 합니다. 일요일인데요. 잠깐 오셨어, 좀 보아주시면요. 커피도 한잔 드시고요.’ 그러니까 정오쯤에 오셨다. 점장은 사장님 오셨다고 전화했고 나는 얼른 뵈러 갔다. 사동에 오니 이미 문은 제대로 끼웠다. 사장님과 커피 한잔 마시며 지난번, 마저 해결하지 못한 잔금을 일부 드리며 여러 가지 말씀을 나누었다. 사장님께서는 얼마 전 인사사고를 겪었다. 사동 조감도 주차선 그을 때도 간판 대 작업할 때도 오신 분이었는데 몸이 마르시고 키가 컸었는데 모 소장님께서 어느 일터에서 합판 내리시다가 뒤로 넘어지는 일 있었다. 이 일로 그분은 병원에 실려 가셨다. 무려 한 달 반가량 지나서야 잠에서 깨어나셨다고 했다. 지금도 주위 사람을 알아보기는 어렵고 한쪽 손과 한쪽 눈은 마비되었는지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넘어지면서 뇌를 다쳤다. 이 일로 사장님은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산재보험을 들었다지만 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말씀을 주셨고 병원비라든가 도의적 문제까지 생각 안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일 좀 더하려다가 오히려 낭패 본 셈이다. 요즘 어디든 수익구조가 다들 빠듯해서 먹고사는 일로 급급하게 돌아간다. 이러한 인사사고는 사용자 측도 위험하게 빠뜨리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내 하는 일마저 위험하다. 병원비가 무려 몇백만 원 나가는 현실과 거기다가 앞으로 또 얼마나 더 깨질지 모르는 경비는 말해서 뭐하랴! 사람 썼어, 일한다지만 요즘은 제 몫은 각자 벌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 경영자는 오로지 관리뿐이다. 더구나 대기업체가 아닌 이상 하루 사는 것이 디딤돌 두드리며 가는 것과 같아서 잘 못 디디면 영 빠져 헤어날 수 없는 어려움이다. 이야기 듣고 보니 남 같지 않았다.
오후, 사동에서 오 선생이 전화 왔다. 이번에는 여자 화장실이 문제 생겼다며 전화한다. 오 선생은 가벼운 일도 아주 크게 버무려서 하는 습성이 있어 말에 솔직히 많이 놀라웠다. 그러니까 여자 화장실에 사람이 갇혀 나오지도 못하고 마냥 그렇게 안에 있다는 거였다. 장석이 스프링으로 되어 있으니까 스프링이 어떻게 튕겨 나간 것인지 아니면 굳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나 문고리가 안 되는 것뿐만 아니라 문이 영 안 열렸다. 더구나 쇠톱을 가져와서 잘라 안에 있는 사람은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거였는데 가만 듣고 보니 사태가 심각한 거였다. 전화 받고 곧장 철물점에 들렀지만, 문이 닫혔다. 다른 철물점에도 마찬가지였다. 오전에 뵈었던 한성 사장님께 할 수 없이 또 전화를 넣었고, 나는 현장에 들렀다. 화장실은 닫혔지만, 안에 사람은 없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으며 화장실 하나를 쓸 수 없다는 것에 그냥 씁쓸했다. 오늘은 일요일인데 말이다. 한성 사장은 전화를 직접 받지 않았다. 내부에 인사사고까지 겪어 사장의 마음은 어딘가 전화라도 오면 간담이 서늘할 것은 분명했다. 더군다나 조감도 이 건물도 한성이 지은 거라 여간 신경 안 쓸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방수며 누수며 냄새며 방충망과 문고리까지 하나같이 사람 손이 필요하다. 갑자기 시인 이상 시가 생각난다.
가정 / 이상
문을암만잡아당겨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조른다.나는우리집내문패앞에서여간
성가신게아니다.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해간다.
이하 생략
더욱, 2층 여자 화장실 문고리 보러 갔다가 사람을 못 알아보는 실수를 했다. 몇 년 전 교육받은 교육생이었다. 그때도 김밥집 운영했지만 지금도 김밥집은 여전히 한다. 우리 아들은 저녁을 늘 이집에서 해결하는데 몇 년 만에 뵌지라 알아볼 수 없었다. 이 층 창가에 앉았는데 어느 지인과 함께 커피 마시며 있었다. ‘안녕하세요, 본부장님’, 알아볼 수 없어 아주 미안했다. 나중에 문자로 반갑다며 인사 올렸다.
사동, 깜빠뉴 메뉴인 빵 재고가 부족할 정도로 손님께서 많이 찾았다. 오 선생은 빵 만드느라 자정 가까이 일을 했다. 한성 사장은 내일 아침 직원을 일찍 보내겠다고 했다. 화장실 문이 잠겼는데 내일 손보아야 한다. 본점, 동원군과 정석군이 있었는데 함께 일하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실습장소로서 이만한 곳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일은 사동이 많고 바쁘기는 하지만 편하고, 본점은 일은 없으나 가끔 들어오는 주문을 처리하는데 부담이 간다고 동원이가 말한 적 있다. 명색이 본점이라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은연중에 있나 보다. 본점 옆집에서 부탁이 있었다. 에어간판을 치워달라고 했다. 옆집 세 놓기 전에는 주인장의 도움으로 간판을 세워 놓을 수 있었다. 이것도 오랫동안 세워놓았는데 세입자가 아무 말 없기에 그대로 놓아두었다. 엄연히 말하면 남의 땅을 점거해서 이용한 셈이다. 아무런 이득도 없는 옆집 간판을 그대로 보아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치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원이랑 본점 마감하고 몇 개월 아니 몇 년, 보초병처럼 문간을 지켰던 간판, 그 불을 끈다.
詩
잠근 문고리처럼 묶은 운동장
수십만 군사처럼 사열한 빗물
우산 없이 걸었던 쏟은 커피라
씁쓸한 오감으로 혀끝 맴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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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