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17日
아주 맑은 날이었다.
母
커피처럼 어둡다 한 통의 전화
밤과 같은 어린 길 달처럼 뜨다.
눈 뜨고 펼쳐보아 볼 길이 없어
환한 낮도 밤이라 눈물 어린 길
어머님께서 아침 전화 주셨다. 내일 병원에 다시 진료 받으시러 들어가신다고 했다. 동생은 어머님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내일 오전 교육 끝나면 동생 집에 들러 어머님 뵈러 가겠다며 말씀드렸다. 동생 집에서 고향까지 모셔드리고 어머니 눈 상황도 보아야겠다.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시력저하다. 엊저녁 동생 전화 받고 고생하시는 어머님 생각하니 가슴 답답했다.
어머니 살았을 제 만져 보라고
다시 더 한 번 꼬옥 안아 보라고
카페 오신 님께서 부탁합니다
결코 잊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오전, 권 선생 커피 이론 교육 마쳤다. 배전에 따라 커피 맛이 어떻게 다른지, 배합과 추출방식에 따라 커피 맛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했다. 그 외, 일본 요식업 문화를 통한 직업관을 간단히 설명했는데 우리의 커피 문화도 앞으로 점차 바꿔 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아주 소규모 카페라도 말하자면 커피 전도사와 같은 바리스타 말이다. 한 분이 오시더라도 커피의 전체적인 공정을 일일이 보여드림과 한 잔의 커피를 내리고 내린 커피를 마시며 커피와 엮인 사회, 문화, 철학, 문학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 잔의 커피 값이 제법 되더라도 진정한 철학적 이야기가 담긴 소크라테스 카페가 될 것이다. 물론 앞에 글로 한 번 쓴 적 있다.
권 선생께 어머님 이야기해 드렸더니 살아계실 때 꼭 안아 보세요. 하신다. 어머니는 삼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목소리는 변함없는데 몸은 바짝 마르셨다.
오후, 본점 ‘커피 볶는 집’ 간판 등이 나갔다. 이 간판은 정 삼각형 모양을 하는데 본점 입구 오른쪽 사람 두 길 정도 자리에 벽에 붙었다. 본점 건물 옆에 긴 사다리 하나를 여비로 갖춰놓고 있는데 이 사다리를 빼내었다. 이것도 몇 년 만에 뺀 것인데 그간 빼 쓰지 못한 이유는 사다리가 길어서 빼기가 여간 힘들었다. 오늘은 생각보다 아주 수월하게 빼내어 바깥벽에다가 걸쳐놓고 작업했다. 전동 드라이브로 간판을 풀어헤쳐 보니 안정기와 배선이 모두 삭았다. 이 전등을 해 넣은 지 오 년이 넘었으니 삭을 만도 한데 인건비 아끼자고 두 시간 동안 풀고 끊어내고 다시 잇고 했다. 괜한 작업이었다. 결국, 수리 못 했다. 배선이 너무 삭았다. 장 사장께 간판을 새로 해야겠다며 전화했다.
간판 등 갈겠다고 두 길 족히 되는 높이에서 작업하고 있을 때였다. 어제 모 분점에 일하기로 했다며 문자 주신 실습생 이 씨께서 전화가 왔다. ‘본부장님 통화돼요?’, 상황이 어정쩡해서 바쁘다는 말은 못하겠고 거저 어물쩍거렸더니만 그러면 ‘다음에 전화하고’ 끊으려고 했다. 그래서 전화하셨으면 말씀해보세요? 했다. 실은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말을 이었다. ‘근데요, 일은 참 재밌을 것 같아요. 점심때는 바쁘던데요. 손님 많이 와요.’ 네 그렇지요. 본점 매출 세 배는 될 겁니다. ‘아 그래요. 근데요, 점심은 어떻게 해요’, 거기 식당이 있어요. 식당에서 식사하시라고 점장께서 말씀 안 하시던가요. ‘도시락 싸 갖고 오라 하던데요’, 아 네에. ‘본부장님 차 타고 와야 하고 도시락도 싸야 하고 그러면 이럴 땐 어떻게 되나요.’ 아마도 이 씨는 보수관계를 여쭙는 것이었다. 나도 별달리 어떤 답변을 못 했다. 분점의 경영은 각 점장이 하는 것이라 아르바이트 비용은 각 점장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실은 바깥의 돌아가는 상황은 모두 최저임금에 따르는 수준으로 모두 나간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카페를 오래 한 곳일수록 더욱 확고하게 잡혀가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 보수는 젊은 사람에게는 돈의 가치가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많은 세대는 맞지 않는다. 가정을 이끄는 주부의 처지는 별별 찬은 금액이라 당기는 보수는 아니다. 하지만 일의 경험을 쌓거나 어떤 목적을 위해서 일의 가치를 더 높여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중에 창업으로 가면 이 이해를 그때 알 수 있을 거니까! 그냥 어물쩍거렸다.
은행잎 파릇한 데 눈 감깁니다.
감은 눈 다시 뜨면 은행잎 한 잎
바람도 좀 불어서 잎 흔드는데
가지에 새파랗게 피는 은행잎
압량, 토요 문화 강좌에 오셨던 모 씨께서 오시어 볶은 커피 사 가져갔다. 시간 괜찮으면 내일 오시라고 했다. 그 외 띄엄띄엄 손님 오시어 책을 잘 볼 수 없었다. 마감하고 아이들과 함께 내당동에 다녀왔다. 처가에 동서가 왼쪽 팔이 목 부위와 더불어 신경이 눌렸던지 수술했다. 아직 완치되지 않았는데 손은 쥐었다 펼 수 있지만, 그 위 어깨에서 팔꿈치까지 움직일 수 없다. 병문안 잠시 들렀다. 수술부위와 상황을 들었는데 끔찍했다. 앞쪽 목 부위에 약 오 센티 가량 찢고 깊이는 뒤쪽 목뼈까지 칼이 들어간 것 같다. 그러니까 아주 위험한 수술이었다. 병원에서 이 번가 도로 어느 밥집에서 모두 함께 고기와 밥을 먹었다. 지하철을 오래간만에 탔다.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