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06日
맑았다.
베토벤 운명을 들으며 하루를 생각한다. 어찌 시작했던 결과는 있다. 저 운명도 창대하게 시작되었으나 끝은 분명히 있다. 연주와 같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또 한 주일은 얼마나 빨리 가는지 우리는 모르고 산다. 관계를 줄여야 한다. 관계를 줄이며 살고 싶어도 나에게 부닥친 상황은 그렇지가 못하다. 이제는 모든 것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베토벤은 어떤 마음으로 저 악보를 써내려갔을까? 수많은 악단이 자리하고 연주가 시작되고 인류역사상 최대의 명곡으로 탄생하는 저 순간을 어떻게 보았을까?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백지에 죽죽 그려나간 그의 필력을 우리는 듣고 있다. 모두가 적재적소에서 제 몫을 다하는 악단의 조화는 부러운 대상이다. 베토벤은 떠나고 없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을 심취하며 듣는 우리는 그를 잊을 수 없게 한다.
우리는 잔잔한 호수에 떠 있는 것이 아니다. 넓은 바다에 파도 같은 세상에 있다. 하루는 조용하게 보내다가도 하루는 정신없이 바쁘게 보낸다. 조용하게 보내는 날은 실업자처럼 우울하고 답답하고 가슴 미어지는 일이다. 정신없이 바쁜 날은 일의 고통에 헤어나지 못해 만사가 귀찮다. 그러니 파도 같은 세상이 아니고 무엇이랴!
서 부장은 노크했다. 나는 피곤해서 다리를 다른 책상 한쪽 모서리에다가 걸쳐놓고 잠시 눈 감고 있었다. 서 부장은 주사위를 던졌다. 그렇지 힘들 거야! ‘누가 나와 함께 일하려고 하겠나!’ 아니 커피 세계를 올바르게 보고자 노력하겠는가! 허 사장이 전화 왔다. ‘범어사거리 옷가게 아시죠, 거기 제빙기 수리해 달라는데요.’, ‘음 그래 알았어!’ 일은 바꿔가며 하는 거야. 너무 오랫동안 일했어! 20년이면 적지 않은 세월이지. 하나를 놓고 보면 어려운 일도 아니지 20년은 너무 많이 쌓은 거야! 그러니 가벼운 일도 무겁게 보일 수밖에, 아! 힘들다. 봉덕동, 전화가 왔다. ‘본부장님 내부공사 팀이 다녀갔어요. 뒤에 조그맣게 하는 것도 칠 백 달라고 하던데요. 바(bar)도 철 작업이 아니고 목수팀 붙이려고 하더라고요. 그냥 아는 데 수작업으로 해서 하면 안 될까요.’ 나는 전화 받고 잠시 머뭇거렸다. 나는 그만치 나오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직접 한다고 해도 그렇게 많이 줄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700은 적은 돈은 아니었다. 그래서 철 작업 잘하는 데 있습니다.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공장에서 제작해서 현장에 가져다 놓으면 됩니다.’ 말이 떨어지자 아차! 또 ‘일거리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없는 돈 긁어서 하는 가게다. 경험 삼아 일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라 줄여야 한다.
건영에 다녀왔다. 반야월에 있다. 화물을 취급하는 업소다. 이 집은 마치 6, 70년대 상황이나 다름없다. 창고 같은 컨테이너 상자 하나와 깔판 죽 펼쳐놓은 데다가 짐을 넣고 놓는다. 오른쪽 벽돌가에는 노끈으로 묶은 여러 짐들이 많고 간판은 아래 본 영화 국제시장 ‘꽃분이네’ 간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것도 한쪽 기울며 있었는데 누구나 보아도 난민촌 같은 가게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사장은 컨테이너 상자 안에 누추한 소파 위에 누워있었다. 낮잠을 아주 곤하게 취하셨는데 가볍게 ‘사장님’ 불러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약간 큰 소리로 ‘사장님’ 했더니 벌떡 일어나신다. 기계 가져왔습니다. 서울 보내야 해서요. 여기다 내려놓으면 될까요. ‘네에’ 택배비는 착불로 하이소. ‘네에’ 다시 컨테이너 상자에 들어가시는 사장님. 우리는 영천으로 향했다.
나이가 들면 힘들고 어려운 일은 피한다. 여기는 카페 해오름. 기계 샤워망 교체와 고무가스겟 수리 건이었다. 점장께서는 밥과 커피를 함께하니 일의 어려움을 하소연한다. 커피만 하면 어떠냐고 물으신다. 그러니까 밥은 들어가는 재료가 많고 과정이 많고 시기가 지나면 내놓기도 어려운 점이 있으니 여간 신경 쓰는 일이라 그만하고 싶다. 하지만 커피는 쉬우나 매상이 작으니 고민이다. 매상이 작아도 인건비는 나오지는 않겠느냐며 이모저모 맞춰본다. 가스겟 갈면서도 힘이 달려서 잠시 서 부장께 맡겼다. 나는 개수대로 다가가 손 씻으며 점장께 너스레 떨며 한마디 한다. 이제는 늙어서 고무를 빼지 못하겠네요. 싱긋이 웃는다. 그나마 이 일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눈에 보이는 일이며 결과가 보이는 일이라 쉽다. 힘 달려서 그렇지. 인사경영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일이다. 혼자 마음으로 결단해서 될 일은 아니다. 서로 마음 맞춰 일해야 한다. 마음이 맞아도 일이 안 맞으면 할 수 없고 일은 맞으나 마음이 안 맞으면 더욱 함께할 수 없다. 어느 것보다 마음이 우선이다.
단지 1
태양처럼유치한것은없다.
구름꽉끼었으니까!
아카시아나무는왜그리늘어져보이는걸까!
그러니까꿀벌만본다.
하얀아카시아꽃은텅비었다.
벌통꽉잠그고경계했다.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