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24日
맑았다.
아침, 사동에 잠깐 있었다. 직원 출근하는 모습을 보고 영업 준비하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영업장 청소 끝난 후 커피 한잔 마셨다. 예지 더러 커피 한잔 마시자며 얘기했다. 배 선생도 계시면 함께하자며 했다. 그러니까 한 십분 뒤, 배 선생은 어제 점장께서 대전에서 산 샌드위치라며 조금 쓸어서 가져왔다. 역시 모닝커피는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둥글고 환하게 다가온다.
지난번 식비 관한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경영자로서 또 한편으로는 기득권이라는 특혜 같은 것은 이 속에는 없다. 직원 네 명은 매출대비로 보면 많은 수다. 하지만 경영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나 투자 매력은 없게 된다. 경쟁과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큰 문제다. 직원 처지로 보면 한 푼이라도 더 받아가는 것이 이로운 일이나 경영자 처지로 보면 사활이 걸린 문제다.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선은 지켜야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한 씨 문중 땅에 자리 잡아 영업하는 세 곳 중 매출액 가장 낮은 곳이 조감도다. 업계와 비교해도 동종업계로 보면 우리 조감도는 대우가 그리 나쁘지는 않으나 옆집 오릿집 남자 직원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보수다. 오릿집 남자 직원은 월 250은 너끈히 받는다. 그는 칼을 잡는다. 하루에도 오리 수십 마리의 목을 쳐야 하며 먹기 좋게 갖가지 다듬어 놓아야 한다. 한마디로 현대판 백정이다. 덩치 제법이며 힘 꽤 쓸 뿐만 아니라 아예 숙식까지 하며 지낸다. 몇 년 일하면 집 한 채 충분히 살 수 있다. 그러니까 밥값이 따로 나가거나 숙식비 따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버는 족족 저축할 수 있다. 하지만 카페는 그렇지 않다. 객단가가 낮을뿐더러 하루 들어오는 현금 총액도 세집 중 가장 낮다. 하루는 체인상담을 한 바 있는데 어느 중년 부부께 객 단가 얘기하다가 그만 자리 일어서서 가시는 분도 뵈었다. 그분은 장사에 도가 있었다. 시장을 파악하고 돈을 버는 것은 상인의 예리한 통찰력이 먼저 앞서야 한다. 외식업종 중 객 단가가 높은 것은 그만큼 힘도 몇 배가 든다. 투자비는 말할 것도 없고 인원관리도 몇 배 더 들며 더욱 홍보와 매출 신경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하면 커피는 거저먹는 일이다. 하지만 영업과 비교하면 매출은 턱없이 낮아 힘 드는 것은 마찬가지라 대다수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식비 관한 문제는 예전처럼 카페에서 해결하며 종일 근무자는 경비로 하자며 했다. 지금 받는 월급은 식비 포함해서 나가는 것이니 식비문제를 따로 거론할 이유는 없다. 단, 매출 이천오백 넘으면 상여로 월 얼마를 산정해서 적용한다.
조직을 이끌면 조직원의 소리는 늘 있게 마련이다.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들의 말을 무시하거나 듣지 않는 것은 경영자로서 바른 태도는 아니다. 서로가 다른 세계라 이해를 못 할 뿐 상황을 모르는 것이 되니 충분히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실은 이렇게 큰 카페를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잔잔한 유통업으로 시작하다가 나이가 드니 맞는 일로 조금씩 바꿔 하다가 갖게 되었다. 예전, 직장 다닐 때였는데 이 업체에 매출 크게 이바지한 바 있었지만, 그 가게는 1년을 못 버텼다. 다른 사람에게 매각하는 사장을 보았다. 나는 실업자가 되었지만, 사장을 탓할 수는 없었다. 사장은 거저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씀 한마디뿐이었다. 순간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지만 말이다. 지금은 내가 사장이 되었고 사람을 쓰고 있다. 시대는 많이 바뀌었고 그때보다 조건은 더 안 좋다. 여기서 무슨 큰돈을 벌며 어떤 욕심을 내겠는가! 적자가 나지 않았으면 하고 빚이 더 쌓이지 않았으면 싶고 하루 세끼 제대로 찾아 먹었으면 싶은 게 나의 조그마한 희망이다. 하루가 거듭할수록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낀다. 아무것도 없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노자의 도를 깨달으며 최소한의 옷 가짐과 최소의 먹거리와 거저 잠잘 수 있는 공간 하나쯤이면 나는 이미 성공한 인생을 산 것이다. 이것은 아주 평범하며 아주 평범한 일이지만 이것을 지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내 처지는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 그러므로 내 몸에 맞는 일을 하며 술과 담배를 하지 말며 적당한 사람을 사귀며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 몸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욕심을 부리면 먼저 몸이 망가지며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니까.
돈 문제를 거론할 때는 서로가 껄끄럽다. 돈 문제가 나온다는 것은 조직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당사자가 들어가 있지 않은 조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점장이 있으나 이도 월급 받고 일하는 직원이지 그 이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참, 닥치지 않은 일을 갖고 근심걱정을 한다. 가끔 극단적 생각으로 모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쯤이면 이미 몸도 상했다. 신경쇠약은 온 몸에 퍼져 뼈마디가 쑤시며 시름시름 앓게 된다. 믿음은 없으며 오로지 자본만이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1+1=2의 세계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어차피 직원은 떠난다. 만년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니 경영자는 이를 생각해야 한다. 좋은 일도 오래 하면 재미없으며 단순한 일도 오래 하면 지겨운 법이다. 한 가지 옷을 사계절 입고 있을 수는 없다. 만약 오래 일하는 직원이면 합당한 대우를 한다. 그러므로 이를 법으로도 정하는데 퇴직금은 그 예우다. 이것도 매월 산정해서 나가니 조삼모사가 되었다.
어느 가게다. 여기 아주머니는 밑에 일하시는 분이 딱 한 분 있다. 내가 이분을 알게 된 것도 10년 넘었다. 10년 전에도 일하시는 아주머니는 여전히 있었다. 일하시는 아주머니는 결혼도 하지 않고 이대로 나이 들어가고 있었다. 지금은 오십인데 언니(주인아주머니) 밑에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렇다고 일이 남들 보기에 존경받을 만한 직종도 아니거니와 보수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나름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이와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가게 홍보와 마케팅, 내부 인사문제, 사기충천士氣衝天과 인사성, 밝게 웃으며 가시는 손님과 다시 찾는 손님은 경영자의 책임이 아주 크며 함께 일하는 직원의 역량도 많다. 모두가 한 배를 탔다. 파도를 어떻게 헤치며 우리가 뜻하는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을까!
압량에 오면 좋은 점이 딱 하나 있다. 손님 대할 때다. 손님 대하며 커피 한잔 만들고 있으면 경영이고 뭐고 없다. 계산적이며 어폐며 말놀이 같은 것은 여기서는 없다. 구태여 던지는 말 한마디에 상처받을 이유도 없으며 신경 쓸 일도 없으니까! 방금 더치 한 병 사 가져가시는 손님 있었다. 남자며 학생이다. 그의 이름을 알기 위해서 책을 선물했다. 그의 이름은 황 경업이라고 했다. 나는 자주 오시는 단골인지도 솔직히 몰랐다. 저기 본점에도 한 번씩 간다고 했다. 여기도 전에 일했던 혜정님 있을 때도 자주 왔다고 했다. 나만 까맣게 몰랐다. 정말 반가운 손님이었다.
밤늦게 사동에서 오 선생과 대화했다. 오 선생과 대화 나눌 때는 많은 인내력이 필요하다. 상황설명을 너무 자세하게 하다 보니 끝까지 들어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습생 모 씨에 대한 이야기와 실습 기간에 관한 내용, 본점 영업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동 점장과 대화했다. 월급에 관한 내용으로 다른 업체는 어떻게 계산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니까 비교적 매출규모가 큰 모 카페를 더러 얘기했다.
11시쯤 동네 마트에서 돼지고기 샀다. 찌개로 한 번 해먹을 수 있게 소량 포장으로 해놓은 상품이 있는데 두 개 샀다. 랩 벗겨서 냄비에 넣고 김치 넣고 전에 이번에는 아예 그 라면 수프를 큰 봉지 한 봉지 산 적 있는데 그 수프도 한 숟가락 넣고 파 넣고 마늘 넣고 간장 조금 넣고 그냥 끓였다. 맛있는 김치찌개 완성이다. 허겁지겁 한 숟가락 먹었다.
그 외 오늘 한 일: 댄스강습소 이 씨 가게에 기계 설치했다. 이 일로 본점 기계를 바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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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