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28日
맑았다. 여느 때 없이 평화로운 날이었다. 저녁, 비도 아닌 것이 조금 내렸다.
볶은 커피를 포장했다. 납품용은 납품용 새 봉투에다가 담아놓고 직영점에 쓸 것은 따로 담았다. 생두는 마라와카 산 블루마운틴 커피다.
본점, 오 선생은 시청 위생팀 교육했다. 본부 바깥에 주문 들어온 게 없어 조용했다. 카페도 본점, 조감도 할 것 없이 조용했다. 아무래도 월말 다가오니 그런가 보다 하며 생각한다.
본부, 코나 안 사장께서 다녀갔다. 볶음 커피를 내려놓고 가셨다. 에스프레소 커피 배합용은 코나에 위임해서 볶는다. 드립용과 순수 스트레이트 커피는 본점에서 직접 볶지만 말이다. 코나는 올해로 거래한 지 십 년이 넘었다. 십 년이면 강산도 한번 바뀌는 세월이다. 그러므로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 서로가 큰돈은 못 벌어도 서로의 일에 꽤 보탬이 되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가끔 오시면 바깥에 돌아가는 사정과 다른 업계 동향을 이야기해 주시니 시장을 대충 읽을 수 있음이다. 나는 안 사장 뵈면 콩 볶아 배송하는 일이라 편할 줄만 알았다. 여기도 군데군데 깔린 미수 이야기 들으면 보통 일이 아니다. 사람 사는 사회 그 어디든 편한 곳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또 깨친다.
한쪽 팔은 깁스로 움직이지 못해 한쪽 손으로 상자를 이리저리 흔들며 차에서 빼낸다. 그냥 놔두시라 하며 직접 가져온 상자를 모두 내린다. 우리는 바깥에 서서 이야기했다. 커피만 볶고 배송하는 일이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리라 생각했다. ‘잘 아는 사람이 더 애를 먹입니다.’ 돈은 두 얼굴을 가진 것만은 틀림없다. 한쪽에 어렵게 노력한 일이 한쪽으로는 깁스로 왔다. 깁스의 원인은 분명히 있다.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의 욕심이 보인다. ‘사무실에 앉아 휴대전화기 노닥거리는 오락만 보니 어찌 돈이 나오겠습니까?’ 담배 한 대 물며 연기 연거푸 뿜어낸다. 안지 십 년, 끊을 수 없는 수족이다. 다 피운 담배 탁탁 틀며 담배 심지를 손으로 뭉갠다. 거친 숨결 둘둘 말았다가 꼬닥꼬닥 찢다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친다. 확 끊어버릴 수도 없고, 정말 뭐하자는 건지 말입니다. 아! 저는 욕심 없잖소! 마냥 글만 읽고 글만 쓰려고 하니! 사장 한 마디 한다. 그러면 안 됩니다. 이 사장이라도 많이 팔아야 하지 않겠소!
글은 자기 수양이다. 글을 읽어서 알아주면 덕이고 알지 못해도 최소한 내 마음은 닦았으니까 손해 볼 일은 없다. 모수자천 毛遂自薦과 같이 굳이 나서서 내 글을 알릴 이유도 없다. 글이란 말보다 더 못한 일이라 허점투성이다.
葉
잎 죄다 핀 사월에 마저 한 잎도
피워 하늘 보았네 햇볕도 짱짱
이내 바람도 짱짱 작은 소쿠리
떨어 담는 마음에 쩍쩍 붙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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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