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10日
맑았다.
오 선생과 국밥집에 가 국밥 한 그릇 했다. 아침이었다. 국밥 한 그릇 먹고 있었는데 작년에 낸 시집이 지나간다. 그러니까 김 가루와 깍두기가 있었는데 색감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 이제는 날이 더워지니 깍두기가 영 시큼하다. 한 입 먹을 때마다 눈이 절로 감긴다.
밥 먹으면서 얘기 나눈 것이다. 지난번, 식비 문제에 관해서 좀 더 신중하게 말했어야 했다. 줏대 없이 처리한 것에 주위 사람에게 평판을 듣게 되었다.
시지에 사업하는 우드에 다녀왔다. 샤워망이 찢어졌다. 소독해놓은 것으로 서비스로 교체했다. 고무가스겟 값만 받았다. 샤워망은 소독해서 재사용할 수 있지만, 여기는 아마도 지체 것으로 근 1년간 사용했던 것 같다. 매달 약품 청소와 더불어 기계관리를 잘한 집 중 하나다. 생각보다, 그러니까 기계 1년 사용한 집 하고는 비교적 깨끗했다. 날이 점점 더워지니 하루 매상이 점점 오른다. 사장님께서는 아르바이트로 일할 분 없느냐고 물으셨다. 정식 교육받으신 분이 많이 없어 추천해 드릴 사람이 없었다. 매출이 천에 육박하며 올여름은 넘을 것 같다. 지금 오전에 아르바이트가 있기는 하지만, 오후가 걱정이다. 요즘 자정은 여사고 오전 두 시고 세 시고 아무튼 그때까지도 문 열어놓은 적도 있다고 했다. 나이도 많으신데 일에 체력이 따라주니 놀라웠다. 아마도 동네 사람이 놀러 오시기라도 하면 맥주 한잔쯤 하니 시간이 그렇게 되나 보다.
사장님께서 직접 볶으셨다며 ‘블루마운틴’ 커피 한잔 내려 주셨다. 맛이 시큼했지만, 뜨겁게 마시니 감칠맛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작은 밥솥으로 볶았는데 로스터기가 작으니 볶은 콩 색상이 일률적으로 같지 않은 단점이 있으나 그나마 작게나마 드립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적당한 기계임은 사실이었다. 그에 비하면 본점 기계는 크고 좋아 색상이나 맛이나 비교될 수 없음이다.
오후, 청도에서 전화가 왔다. 블랜드(믹스기)에서 연기 뽈뽈 난다고 했다. 기계가 수입품을 쓰고 있다. 전에도 똑같은 일로 전화해 주신 적 있다. 수입품은 여간해서 AS 발생이 잘 나지는 않아, 그만큼 오래 사용해서 편하다. 여기는 이제 1년쯤 사용했는데 모터가 이상이 온 것 같다. 똑같은 제품을 쓰는 곳을 여러 비교해도 고장이 빠른 편이다. 주방기기는 대부분 기계를 잘 모르시는 여성분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AS 부문에서는 조금 난감할 때도 있다. 손님이 많거나 음료 만드는 빈도수가 갑자기 많을 때는 기계도 부하 걸린다. 이렇게 고장 난 기계는 관련 업소나 공장에 보내는데 그쪽에서도 수리가 끝나면 선입금해야 수리한 기계를 내려준다. AS, 그러니까 무상으로 처리해 주지 않느냐고 물으면 보통 ‘소비자 사용 부주의’이름하에 보기 좋게 듣고 만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기계라는 것은 사용한 만큼 AS는 참작해야 한다. 공장이라고 무작정 수리해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특별히 결함이 있으면 모를까!
메뉴 중 스무디가 문제였다. 스무디는 좀 뻑뻑해야 맛이 있는데 이렇게 뻑뻑하게 만들려면 블랜드(믹스기)는 힘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회전수가 빠르고 힘도 좋지만, 이것도 여러잔 만들어 내면 당연히 아무리 좋은 기계라도 퍼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약간만 더 부드럽게 하면 여기서 까딱 잘못하면 주스가 아닌 주스가 되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기계는 편하다. 맛은 문제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지간히 뻑뻑하게 만들면 기계가 힘 달리는 것은 분명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후, 본점에서 커피를 볶았다. 케냐와 안티구아 볶았다. 케냐와 안티구아에서 건너온 커피를 볶았다. 커피를 볶으면서도 나는 소득세를 걱정한다. 가슴이 답답하다. 언제나 세금 낼 때가 되면 옹졸한 사람처럼 궁색한 생각만 한다. 돈을 벌었으면 세금은 당연히 내야 하지만, 경영은 그렇지 못한 것에 나의 마음을 불안케 한다. 일할 의욕도 없지만 일할 의욕을 잃은 것도 사실이다. 경영을 생각하면 결코 마이너스도 플러스도 없다. 거저 관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결코, 욕심을 내서도 안 되며 그렇다고 노쇠한 것처럼 무기력한 자세는 더욱 안 되겠다. 이러콩저러콩하면서 콩 볶는다.
아는 형님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범어사거리에 사업하는 ‘커피바람’이다. 커피바람은 상호다. 이번에 만촌동에 2호점 냈다며 문자 왔었지만, 여러 일로 찾아가 뵙지 못했다. 커피바람은 창업한 지 4년 정도 되었다. ‘이**’ 형은 미국에서 이민 생활하시다가 범어동에 자리 잡았다. 처음은 꽤 힘들었다. 형도 자본이 없어 카페 처음 열 때 아주 힘들어했다. 내부공사도 혼자서 며칠 아니 몇 달을 걸쳐서 했다. 에스프레소 기계를 설치해 드렸지만, 로스터기는 미국에서 직접 수입하여 사용하신다. 중고다. 교육과 영업에 관해 조언을 많이 해 드렸다. 처음이 어렵지 지금은 그래도 어느덧 자리 잡으신 것 같다. 그 이후로 잘 찾아뵙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2호점 냈다며 문자를 주신다. 이곳도 처음 연 카페처럼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문자로 보아서는 힘들다는 표현을 안 아끼시니 말이다. 뼈대 있는 말씀을 놓으신다. ‘6개월 이상 홍보해야겠다는 것과 뭔가 명소를 만들지 않으면 그야말로 죽음이다.’라는 얘기다. 나는 이 글을 압량에서 쓰고 있다. 다섯 평 아주 조그마한 카페다. 차만 씽씽 다니는 거리에 깜깜한 밤에 혼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압량은 그야말로 사랑방 같은 카페다. 어제는 대구대 이 선생께서 오셔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갔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이 시대를 사는 경제인으로서 생각 안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의 경제활동을 보고 있다. 나도 그중 한사람이다. 강 건너 불 보듯 그렇게 앉아 있는 것만도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 사회복지가 점차 확대되어가는 시점에 우리는 살고 있다. 카페가 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 모두가 빠듯한 생활에 마치 시곗바늘처럼 짜인 현대의 삶을 누리고 있다. 시간 갈수록 이 조밀한 세계에서 빠져나오기는 더욱 어렵게만 보인다. 그러니까 여유가 없다. 어쩌면 여유가 없는 우리를 카페로 내모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17c~18c 과학혁명을 통한 산업혁명, 프랑스 대혁명에서 공산당 혁명에 이르기까지 문학과 예술과 정치의 밑바탕이었던 카페가 아닌 거저 이 시대에 삶을 노래하는 커피 한잔의 목축임 정도 말이다. 하지만 어느 시대든 막론해서 커피는 우리의 뇌를 자극한 것은 분명하다. 한마디로 계몽이다. 다음은 선동이며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있어야겠다. 거저 횡설수설 적는다.
본점 마감하고 여기서 가까운 막창집 김치찌개 놓고 늦은 저녁을 먹는다. 동원 군, 정석 군 함께 앉아 오늘 일 서로 얘기하며 먹는다. 정말 제대로 된 신맛 맛보기에는 이 집 막창집 장터 막창집이 최고다. 옆은 시끌벅적하고 오디오에서 들려오는 김건모의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찌개는 펄펄 끓고 한 숟가락 뜨는 한 끼 밥술에 그리움도 외로움도 없는 고달픈 배 달래는 밤 긴긴밤 잠잘 올 것 같아! 연탄불 위에 찌개는 폭폭 끓고 내일은 더 영업이 잘 될 거야, 아!
단지 5
그대먹어보았는가!
눈절로감기는
쩝쩝한그새그무레한김치
그냥김치가아닌
허름한냄비에폭폭익는
갓끓여놓은찌개
한젓가락건져보았는가!
새큼한그맛더욱
뜨거운한숟가락에
군침절로나는
고달픈배허기달래며먹는
폭폭담는
앗싸뻥뚫은맛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