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07日
맑았다.
서 군, 땅 심는 사회에 있지만 땅 심은 없다. 그렇다고 노자가 움직이는 사회에 노자가 아니듯 곱게 핀 코스모스다. 그는 공무 사회와 같은 일절 정시 퇴근한다. 동원 군, 섬유로 만든 나비 사회 같지만 절대 섬유로 만든 나비 사회는 아니다. 화이트칼라 깔끔한 바지 그를 보고 있으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산토리니만 그립다. 정석 군, 밭두둑에 채마 시대에 살지만, 밭두둑과 채마는 먼 이웃 나라 얘기다. 그는 꽃을 볼 때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모두 확인하며 본다고 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소름 돋았다. 나는 결코 꽃이 아니니까! 성택 군, 같은 소리 시대를 지향한다. 같은 소리가 있다. 그의 빼어난 키는 갓 등 하나쯤은 너끈히 갈 것 같다. 하지만 가게에 등 갈았다며 얘기 들어 본 적은 없다. 그의 라떼 아트를 보고 있으면 창공을 날고 있는 듯했다. 정의 군, 어디든 안 맞을 곳도 없는 그 어떤 사회라도 받아들일 것 같다. 커피를 두고 바른 뜻을 갖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모두 한 가지 정점에 서서 오로지 하늘과 같은 님만 본다. 그러니 바리스타다.
전쟁으로 점철된 우리의 역사를 읽거나 그에 관한 영화를 보면 우리 민족은 행운아다. 이 한반도에서 살아남아 지금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만도 얼마나 행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가진다. 더욱이 우리의 얼과 문화를 담을 수 있는 세종의 한글 창제는 더없이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로 인해 한글로 만든 모든 문화유산은 앞으로도 우리의 살길을 터놓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다. 고구려 역사를 읽으며 고구려인의 삶을 읽다가 대륙의 여러 민족 사이에 그들이 살았던 배경을 읽으니 가슴이 저렸다. 또 아래 본 영화 ‘국제시장’ 흥남 부둣가 상황은 참으로 약소국으로서 처한 상황이 아니고 뭐겠는가! 강대국의 온전한 사상적 대립에 그들의 싸움판인 한반도가 아니었던가! 그나마 세계사 앞에 살아남았다는 것만도 대단한 거였다. 현재까지는 말이다.
오후, 범어 사거리에 자리한 옷 가게 다녀왔다. 제빙기 수리 다녀왔다. 서 부장도 함께 갔다. 공구 통 싣고 관련 부품도 실었다. 범어 사거리는 여기서 약 삼사십 분 거리다. 세 시에 출발해서 세 시 사십 분쯤 도착했다. 일단 제빙기 전원을 넣고 기계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어쭈! 물도 제대로 공급하며 냉동기도 돌아간다. 그러면 또 상황이 달라진다. 일단, 약 십오 분 정도 지켜보아야 한다. 얼음 얼리는 곽 쪽에 얼은 얼음을 떨어뜨리기 위해 물은 제대로 흐르는지 지켜보아야 한다. 근데, 모두 정상이었다. 떨어진 얼음 들고 주인장께 보여주며 모두 정상이라며 말씀드리니 한 말씀 주신다. 전에도 ‘이와 같았어요. 제빙기가 돌아가다가 물만 흐르고 내리는 경우도 있고 또 되었다가 안 될 때도 많아요.’, ‘네에’ 그러면 상황이 또 달라진다. 제빙기에 물을 공급하는 관련 밸브가 불량이라는 것인데 지금은 기계를 돌려놓았으니 한동안 지켜보았다가 그때 수리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난 일이라 또 정상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르니까!
청도에 다녀왔다. 분점에 커피 주문 있었다. 봉덕동에서 전화가 왔다. 내일 내부공사 들어가니 잠시 와주셨으면 했다. 하지만 내일 위생교육이 잡혀, 갈 수 없으니 사진과 기계 크기를 문자로 보냈다. 본부에 들어온 시각 오후 다섯 시 사십 분, 편의점에 가 삼각 김밥 샀다. 전주비빔밥 하나와 참치 김치인지 김치 참치인지는 모르겠다만 하나 샀다. 각각 800원, 900원이다. 저녁이었다. 삼각김밥이 아무리 작다지만 한 손으로 먹으면 낭패 보기 쉽다. 그러니까 다 먹지도 못하고 뚝 떨어뜨리거나 아예 통째로 떨어뜨리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두 손으로 작은 삼각 김밥을 잡고 한 입씩 먹어야 한다. 그렇게 먹으니 마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거지처럼 궁색하게 보이기도 한다. 뭐 사는 것이 궁색하니 부끄러울 것도 없으며 그렇다고 표낼 것도 아니다만, 저녁은 삼각 김밥으로 때웠다.
압량에 있을 때였다. ‘가배도록1’을 읽으신 어느 독자께서 오시어 인사 주셨다. 책을 너무 감사히 읽었다며 또 군데군데 써놓으신 시에 더 매료되어 감동하였다며 인사 주셨다. 읽은 책을 다른 분께 정말 괜찮은 책이니 읽어보라며 선물하셨다고 하니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단지 2
느티나무에개미오른다.
잔가지마다오른길은아슬아슬하다.
하늘도보고푸른이파리도보았다.
사월이가고오월이왔지만
느티나무는내나그자리다.
칼같은개미발은도로간지럽다.
개미가밟고간자리에각질이있다.
껍질하나가너덜거린다.
단도이도밭에
개미는아직도까맣다.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