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14日
맑았다.
은행에 다녀왔다. 월급 맞추기 위해 계좌확인차 잠시 들렀다. 전무님께서 인사 주신다. 전무님은 자리에 앉아 업무 보고 계셨는데 그 앞에 놓은 티포트 들어 보인다. ‘이거 사용해 보니까 꽤 편하더라고요. 세 개쯤 언제 한번 주문할게요.’, ‘전무님 도움에 저의가 삽니다.’ 하며 인사드렸다.
돈이 아무리 천하더라도 깨끗이 사용해야겠다. 어느 고객으로부터 받은 만 원짜리 지폐가 약 1/10 정도 훼손되었는데 그러니까 종이 양쪽 모서리가 뜯겨나갔다. 은행 CD기에도 먹지 않고 계산대에서도 꺼렸다. CD기 먹지 않은 돈은 돈이라 볼 수 없다. 세종대왕 용안을 생각해서라도 조심이 사용해야겠다.
본부 배송에 관한 일이 느낌상 줄어든 것 같다. 하루만 미루어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서 부장은 다음 달까지 일하고 싶다고 했다. 아니 당장에라도 그만두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음 달까지 새로 인수인계할 분이 있으면 그때 그만두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얘기는 했다. 하지만 상황으로 보아서는 더는 인원을 채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업계에 기계 부문 AS만 없다면 일은 그리 부담 가지는 않아 쉽게 처리할 수 있겠다. 그래서 서울 모(母) 회사에 전화를 넣었다. 혹시 대구 경산에 AS 처리할 기사가 있느냐며 물었더니 어느 집이라고 얘기를 한다. 1년 미만은 무상이지만 그 이상은 유상처리 해야 하니 아무 이상 없더라도 출장비는 받는다고 했다. 앞으로 이 업체에다가 맡길 계획이다.
화원에 일하는 후배가 찾아왔다. 로스팅에 관해서 궁금한 것도 있고 기계에 관해서 물어볼 것도 있었다. 본점, 후배가 보는 앞에서 커피를 볶았다. 케냐 커피를 볶았다. 볶은 커피를 어떻게 포장하며 또 상품은 어떻게 이루는지 그 공정이라 해보아야 별것 있겠는가마는 하나하나 찬찬히 해 보였다. 마침 볶은 이 콩으로 커피 한잔 마셔볼까 했는데 저쪽 조감도 더치에 관해서 묻기에 후배 차로 조감도로 자리를 옮겼다. 더치 상품도 보이며 커피 한잔 마셨다. 후배가 살아왔던 인생을 커피 한잔에 듣게 되었다. 대학 졸업하고 보험회사에 일하다가 피자집을 경영했다. 피자집 경영할 때 잘 나갈 때는 하루 매상 꽤 올렸다. 해인사에서도 주문받은 적 있었는데 피자 오십 판을 만들어 배달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한겨울이었는데 피자를 열어 보일 때 젊은 스님의 눈매는 잊을 수 없다. 또, 오토바이사고로 잃은 직원 얘기를 듣기도 했다. 마주 오는 차의 불법 뉴턴에 그만 부딪혔는데 거기다가 달려오는 차에 피할 새 없었다. 그만 직원을 잃었다. 조의를 표하고 부모님 대할 때 마음을 듣기도 했다. 그리고 그간 아파트로 돈 벌었던 얘기, 그 결과 지금 커피집 하기까지 과정을 들었다. 하지만 커피집이 만만치 않다.
단지 9
서서삼각김밥금줄하나뜯는다.
모서리얇은속옷같은비닐벗기며
잘비벼놓은빨간김밥을양손
잡으며조심스럽게한입씩먹는다.
저녁, 만촌동에 2호점 냈던 형이 전화 주셨다. 지금 범어 사거리에 낸 카페는 그나마 세가 싸다. 하지만 재개발지역이라 여러모로 영업에 불안하게 했다. 어차피 커피를 계속하려면 어딘가 가야 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 기회가 마침 왔다. 그래서 낸 곳이 만촌동 2호점이다. ‘커피바람’이다. 형은 여러모로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 범어동에 비하면 세가 몇 배나 비싸고 바리스타 쓰기까지 하니 인건비 또한 적지 않은 걱정인 데다가 그 외 전기세라든가 각종 세금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러니 총 매출이 천은 올려야 하지만, 지금은 영 미치지를 못한다. 뚜렷한 홍보 또한 없지만, 자연적으로 이 자리가 알려지기까지는 몇 개월 필요하다. 지금 오월이니 오 개월 지난다 해도 아득한 것은 겨울이다. 커피 일로 보면 비수기에 접어든다. 참으로 암담한 일이나 이래 죽어나 저래 죽어나 어차피 부닥쳐보아야 할 일이니 먹고 사는 일이 보통 일 아니다.
세가 작은 지역은 영업이 좀 덜 되더라도 마음은 편하다. 나가는 지출이 작다보니 다음날 조금 더 하면 어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심리로 일을 능동적으로 이끈다. 하지만 세가 비싼 지역은 하루 영업이 안 되면 마음의 긴장이란 마치 심장이 멎을 듯 답답하며 숨을 쉴 수도 없거니와 얼굴은 노랗게 뜨기까지 한데 잠 못 이루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이때는 사람이 살았다고 하나 이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 죽음도 불사하게 된다. 그러니 자본주의 시대에 손에 쥔 기회로 끝까지 살아남는 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며 인간승리다. 더구나 지금처럼 국가경제 아니 세계경제 침체에 내가 만든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별 따기만큼 힘든 일이며 이 상품이 소비자께 각인되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재 구매와 단골로 이어지며 관계를 맺기에는 더욱 힘 드는 일이다. 뭐든지 직접 나서서 해도 되기 힘든 일인데 이를 밑에 직원까지 그 위험수위를 어떻게 교육하며 그들에게 삶을 절실히 깨달아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 중 하나다.
하지만 형은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수대비 세가 너무 비싸다. 그 자리가 어떻든 건물의 조건이 어떻든 크게 상관하지는 않는다. 삼일 영업에 세 맞추지 못하면 무임노동이라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무임노동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좋은 카페에 앉아 시원한 커피 한잔 주문하며 책 읽으며 보내는 것이 오히려 몇백 배 인생을 즐길 수 있으니 사서 고생할 이유가 없다. 하! 웃기지 마라! 사서 고생도 한다는 말은 젊을 때 이야기지 경영하는 세대까지 미치는 일은 없다. 삶이 그렇게 길지 않음을 명심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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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