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21日
모처럼 맑았다. 하지만 세상 너무 조용했다.
옛 정평 점장 다녀갔다. 세금계산서 발행과 폐업신고에 관해 몇 가지 방법을 일렀다. 함께 오신 분도 있었는데 본부를 보시고는 꽤 흠 보지 않았을까 보다. 백천에서 가져온 물건과 몇 달은 청소하지 않아서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내 자리는 더욱 지저분했는데 컴퓨터 들여다보며 세액 정리할 때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보는 듯했다. 아마도 조금은 놀란 듯하다. 책이 난무한데다가 어느 곳이든 파지가 안 보이는 곳이 없어 쓰레기통도 이러지는 않을 거니까!
오전 잠깐 압량에 있을 때였다. 영대 성악과 대학원생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 한 잔 주문이었다. 꽤 미인이었다. 커피 만들며 책 좋아하시느냐고 물었더니 좋아한다고 했다. ‘구두는 장미’ 책 한 권 드렸더니 꽤 좋아했다. 미인은 대체로 책을 좋아하지 않은 법인데 의외였다. 책보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 아닌가! 시원한 느티나무 한그루 밑에 앉아 쉰 듯한 느낌이었다.
점심, 서 부장과 햄버거 사서 먹었다. 영대 음대에 들어가는 동문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가로수 아래에 앉아 천천히 먹었다. 날이 맑아서 꼭 소풍 나온 듯했다. 이제는 주위에 나무들이 제법 무성하게 자랄 듯 이파리 꽤 성성하게 피었다. 동문 주차장에 어느 부부이거나 연인이거나 잘 모르겠지만, 강아지 풀며 쫓고 쫓으며 노는 모습이 평화롭기까지 했는데 요즘은 애완견이 어느 집 어느 세대 할 것 없이 더욱 많이 키우는 것 같다. 어느 장소든 쉽게 보는 풍경이다.
백천에 어제 마저 싣지 못한 물건을 가지러 갔다. 하부냉장고와 하부냉동고를 서 부장과 함께 차에 실었다. 칠성시장 늘 거래하던 싱싱에 가져다 드렸다. 전에 반죽기를 여기서 가져온 적 있는데 반죽기 볼이 결함이 있음을 얘기했다. 관련 부품이 있어야겠다며 사장께 말씀드렸다. 갖추겠다고 했다.
분점이 올해 들어 몇 점 문 닫았다. 마음은 한결 홀가분한 것 같아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본시장 아래 그만큼 나의 시장이 죽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물결이 이미 시장에 잠식했을 뿐 아니라 잠정적인 고객마저 잃은 것이 된다. 하나가 죽는다고 해서 하나가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상표의 영향력이 떨어짐으로써 오히려 고객의 친밀도마저 떨어지게 되었으니 매출은 보지 않아도 뻔한 사실이다. 책임은 그만큼 준 것이 되니 준 만큼 다른 것을 모색해야 한다. 전에는 플라톤급이었다면 이제는 한 시대 오른 소크라테스다. 그만큼 생각을 더 가져야 할 때다.
오후 허 사장 다녀갔다. 시내 요즘 뜨는 상표 몇몇 이른다. 아이스크림 관련 상표와 커피에 관한 것도 이야기하지만 커피는 들어도 그리 신통찮다. 서울 보내려고 물건을 쌓다. 기계와 그라인더다. 오전, 어느 업자께서 기계 중고 없느냐고 물었는데 중고야 있지만, 지방은 가격이 터무니없으니 판매해도 별 재미가 없다. 낮은 가격이라도 서울에 보내면, 오히려 더 안전하다. AS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니 편하고 재고 부담도 가질 필요 없어 편하다. 지방은 판매해도 후속조치로 인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을 때가 많다. 팔아서 얻는 이익보다 뒤에 따르는 AS가 더 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사동 직원과 조회했다. 월급에 관한 일이다. 첫째 식비에 관해서 논하고 둘째 퇴직금에 관해서 논했다. 종전에는 주방에서 서로가 적당히 알아서 맞춰 해 먹었다. 이제는 식비를 정확히 산정해서 정산하기로 했다. 퇴직금 산정 내용을 일렀으며 매월 바리스타 예우비로 정산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질적으로 법정 퇴직금보다 더 받아가는 사실도 확인했으며 거기에 대한 노력으로 카페에 대한 사랑이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었다. 점장의 발언으로 인해 나온 조회였지만, 정작 도마 위에 올려놓고 이야기하니 아무도 말하지 않으니 카페가 제대로 돌아갈지 또 돌아가는 건지 도로 의심을 품게 했다. 매출은 여전히 위험 수준을 걷고 있지만, 대외 사정과 옆집 사정을 모르는 직원이다. 어찌 대표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답답한 실정이다.
사동 개점하고 처음 몇 달은 힘들어도 직원과의 관계는 좋았다. 서로 웃으며 이야기하며 커피 한잔 마시며 세상 이야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나씩 따지며 하나씩 챙겨야하며 그에 맞는 새로운 규칙이라고 할까 규율 같은 것은 도로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드는 일이다. 카페는 성숙하지도 않았는데 요구는 벌써 많아졌다. 그렇다고 이러한 요구가 피해가거나 은폐한 것도 아닌데 성급히 의논을 가진 건 안 된 일이다. 이미 옆은 갤러리 카페 신축 개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며 그 규모도 우리를 앞서고 있으니 그야말로 걱정이 태산 같았다.
점점 줄어든 파이 한 입도 안 돼
사바나 공원처럼 죽고 죽이는
살피지 않은 시장 스스로 죽어
에구 죽을지언정 미친 듯 놀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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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