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16日
오전 맑았으나 오후 흐렸다. 오후 늦게 비가 왔다.
카페에 일하는 직원,(그러니까 아르바이트까지 포함한다) 월급은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수도권이라 해서 커피값을 더 받고 지방이라서 덜 받고 하는 차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커피 전문점은 영업이 잘 되어서 많은 사람이 창업하기보다는 카페가 갖는 여러 가지 매력으로 인해 시대에 변함없이 뜨거운 열풍이 일었다. 하지만 이 속에 일하는 점장과 임원은 여타 일반음식점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고상한 인격과 품위 하나쯤은 있었지만, 결국 주방은 노동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커피 전문점은 비교적 영세종목이다.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하루 매출이 고작 몇만 원에서 이삼십만 원 수준이니(약 삼십 평 기준), 비교적 간이과세자다. 그러니 커피 전문점 포함해서 패스트푸드, 제과제빵,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관련 업종은 임금 노동이 체납되는 경우도 많으며 1년을 일해도 퇴직금을 못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임금은커녕 사업주가 폐점에 이르는 일도 생각보다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폐단을 적는 이유는 현실을 똑바로 알자는 뜻에 글을 남기는 것이며 그나마 우리 카페는 매월 월급과 퇴직금과 매출에 따른 상여를 정산하는 바른 업체다.
하루는 세무서에서 일이다. 한 해 부가세 신고 금액이 많아 부담 가진 적 있었다만, 만약 매월 정산하면 금액은 얼마 되지 않았다. 월급쟁이는 세금을 모두 정산하여 지급하니, 사업주에 비하면 부당한 처사로 보일 수 있음이다. 퇴직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분명 노동청에서는 시간당 최저임금 또한 지정해놓고 있음과 월급명세서에 관한 항목도 분명히 기재하라고 지시해 놓고 있다. 이에 우리 카페는 최저임금 그 이상으로 몇 년간 지급하고 있다. 실은 이것도 경제논리에 맞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커피값은 매년 오른 것도 없이 몇 년은 종전가격으로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경쟁에 커피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웬만한 배포가 없으면 실로 어렵다. 시장 상황을 잘 못 파악했다간 경쟁에 밀려 문 닫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업주가 이끄는 사업체가 여간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 아님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정부에서 매년 최저임금을 올리는 경우는 시장의 물가도 암묵적인 조정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하나같이 경쟁과 생존에 부닥치는 일이다.
인생 사십 무겁다 못 견디겠다
오십은 또 육십은 첩첩 무겁다
아직 닥치지 않은 오는 일까지
미리 와 잡은 발목 쓰러지겠다
사람은 참으로 청렴결백해야 한다. 어떤 한 일을 처리할 때도 형평에 맞아야하며 공정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들자면 겸손해야 한다. 나는 매번 그것을 느낀다. 요 며칠 전에 퇴사한 강 선생 일로 마음이 꽤 언짢았다. 이 일로 함께 있던 모 씨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한마디 한다. ‘서울 사람은 다 그런 거 아닌 가요’ 가만히 듣다보니 썩 기분은 좋지 않았다. 나는 서울 사람이건 광주 사람이건 지역감정을 가져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쁜 뜻으로 한 말은 아님을 잘 안다. 실은 나도 타지 사람 아닌가!
나는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특출하게 부를 일구었거나 또 유명세 타며 사는 사람은 더욱 아니다. 또 그렇게 위세를 내세우며 이 지역에 산 것도 아니며 거저 하루 일 열심히 하며 근근이 먹고 사는 평범한 사람이다. 아마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매일 어떻게 살아야 하는 생각을 한시도 잊은 적 없으며 근심·걱정을 단 일 초도 놓은 적 없으니 참 불행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사회생활은 힘든 것이다. 지난주 85세 고령의 문중 어른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칠순 넘어 모든 일을 접었을 때 진정 삶이 보였다고 했다. 붕정만리의 인생이라 하지만 하루가 가시밭길이니 무슨 재미가 있나!
오후, 몇 군데 커피 배송 다녀왔다. 서 부장과 동행하여 다녀왔다.
사동에서다. 실습생 이 씨와 상담했다. 모 분점에 일자리가 생겨서 일해보시라는 뜻에 건의했다. 다음은 이 씨로 인해 적는 글은 아니다. 나는 여러 교육생께 바깥에 일자리가 나오면 해보라며 적극적으로 얘기한다. 하지만 대부분 조건을 내세운다. 나는 오후가 안 되며 어떤 분은 오전이 안 된다. 그리고 조건이 다 맞으면 시간당 보수가 또 걸리는 문제다. 고용관계는 사업주가 편하기 위해 사람을 쓰는 경우가 실은 많다. 고용인을 위해 사업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교육목적은 창업이라는 큰 주제도 있겠지만 배워서 사용하지 않으면 다시 원점으로 가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세계를 알고자 하면 교육만 가지고는 어렵다. 직접 세계에 뛰어들어야 그 세계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나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최소한 구상이 잡힌다. 교육과 실습은 동굴 안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현장에 일하면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만약 처지 바꿔 내가 사업주라면 나는 어떤 사람을 쓸 것인가! 생각해보라! 사업주에게 맞는 사람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방금 문자가 왔다. 이 씨다. ‘본부장님? 오쌤? 일단 내일부터 며칠간 분위기 익히며 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답변을 올렸다. ‘아! 정말 잘했어요. 모모 씨 정말 기쁩니다. 일은 처음부터 천천히 해나가며 카페 분위기 익혀가는 거예요. 색다르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겁니다. 첫발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러니까 몇 분 뒤 답장이 왔다. ‘감사해요. 신경 써주셔서 더 고맙고요. 내일 보고 한번 들리든가 할게요’
압량, 단골이다. 고 씨다. 그의 고향을 알았다. 서울이다. 결혼은 한 것 같은데 여기서 혼자 산다. 나는 늘 오면서도 아주 궁금했다. 목소리나 낯빛이 어두웠는데 꼭 무슨 사연 많은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오시면 아메리카노 아니면 라떼 주문이었는데 오늘은 모카라떼 한 잔 달란다. 초콜릿소스 듬뿍 넣고 따뜻한 우유도 잔 가득 따라 넣었다. ‘돈을 벌어도 재미가 없어요. 사는데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마도 이혼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별거하며 사는 듯 보였다. 매일 늦은 시각 작은 배낭 하나 이며 지나간다. 들리면 운동 다녀오시느냐며 인사 한다. 그는 운동이 아니면 이 시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동, 상현이 다녀갔다. 일에 관해서 여러 가지 묻고 갔다. 손님이 일찍 끊겨 동원이와 정의, 모두 함께 앉아 커피 한잔 마셨다.
모처럼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님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고 했다. 당뇨 합병으로 인해 시력을 잃으셨는데 주사와 치료를 받았지만, 좋지 않다는 말만 한다. 당장 찾아가 뵙지 못해 송구했다.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