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25日
맑았다.
詩 찌개
김치는 서늘하게 잠자고 있었다. 끄집어놓는다. 이불 같은 밀폐 통 뚜껑 연다. 김치 한 옴큼 냄비에 넣는다. 이 천 년 전에도 천 년 전에도 오백 년 전에도 백 년 전에도 죽은 돼지, 한비자가 한 번 거론했던 돼지, 우리의 세종께서도 중국과 서로 맞지 아니한 돼지로 인해 우리의 돼지를 만들었다. 어제 죽은 돼지고기 피 쪽 빠진 살점도 한 살점 넣는다. 김치는 너울거리며 춤추며 있었다. 돼지고기는 ‘저는 냄새 나요. 넣지 말아 주세요.’ 속으로 얘기했다. 딱딱하고 긴 젓가락은 ‘괜찮아 넣어보자’ 한 옴큼 집는다. 냄비는 아무렇지 않게 그를 받아들였다. 냄비는 일단 넣고 보자는 뜻이었다. 돼지는 여전히 반항했고 정말 냄새 폭폭 풍기며 어느새 김치와 악수하며 있었다. 마늘 들어가고 간장 들어갔다. 오합지졸을 더욱 당긴 것은 파였다. 파는 성질이 한마디로 매운 녀석이다. 하지만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온몸을 푼다. 더욱이 그 어떤 녀석이 와도 정답게 지내며 냄비의 세계를 더욱 안전하게 만든다. 돼지고기는 여전히 못마땅하다. 기름기를 온 냄비에 퍼뜨렸고 걸쭉하게 만들었다. 살점은 폭 익혀서 이제는 딱딱하게 굳었다. 냄비는 어이가 없었다. 뚜껑은 들썩거리며 춤추고 하늘만 바라보았다. 맛있는 김치찌개는 거저 만드는 것이 아니다. 뜨거운 불이 있어야 한다. 그 뜨거운 불은, 물을 뜨겁게 만든다. 뜨거운 물은 이 속에 든 그 어떤 성질도 잘 융합하며 맛나게 우려내는 그러니까 돼지가, 돼지가 아닌 한 숟가락 폭 떠먹는 찌개가 된다.
사동 조감도에서 시마을(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동인 모임 했다. 모임은 1년 두 번 가진다. 봄과 가을에 전국 여러 선생님께서 한자리에 모여 인사 나누며 삶과 문학을 논한다. 오늘은 모두 16명 오셨다. 동인에서는 내가 가장 나이가 어리다. 그래서 더욱 편하게 느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감도에서 시 낭송 행사했다. 봄이라 꽃의 주제로 각 선생님께서 지은 꽃 시 한 수씩 낭송 가졌다. 또 이 시를 모아 시집을 엮어 주신 동인 선생, 이 승민 형께 감사하며 사회를 보신 허 영숙 누나께도 감사하다. 허 영숙 선생은 일일이 배경음악을 선별하시고 반주로 띄워주시어 시가 더욱 빛을 발했다. 이미 세상 달리하신 고 김종성 선생님 시를 아주 감칠맛 나게 낭송해 주신 시마을 낭송반 향일화 전 명숙 선생께도 진심으로 감사할 일이다.
행사를 마치고 옆집 두붓집에서 식사 한 끼 했다. 그리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셨다. 오늘 아주 기억에 남는 일은 박 영수 형과 김 부회 형께서 기타 반주에 부르신 노래다. 정말 멋있었다. 박 영수 형은 전에 동인 모임에서 노래 부르신 모습을 뵌 적 있었다. 오늘도 여전히 멋있었다. 부회 형께서도 기타 노래 부르셨는데 형의 새로운 면을 보았다.
사동 조감도 현관문 경첩이 빠진 일이 생겼다. 시공사 한성 사장께서 직접 오시어 손보아 주셨다. 위층 옥상 방수와 화장실 문도 손보아 주겠다며 약속했다. 한성 사장께서는 매출 어떠냐고 묻는다. ‘빚을 못 갚아서 그렇지 운영은 된다고 했다. 좋은 자리에 카페 하게 해주셔 감사하다며 인사했다.’
압량 마감하고 동원이랑 본점에서 커피 한잔 마셨다. 동원이는 친구 얘기를 했다. 요즘 한창 선 보는가 보다. 그러고 보니 십오 년 전이 생각나는 것이다. 그때 선을 참 많이 보았지. 대학친구들이 모두 결혼하고 나만 장가를 못 간 시기가 있었다. 그때 생각이 났다. 동원이 친구 얘기를 듣다 보니 그렇게 외모나 능력에 뒤지는 것도 아닌데 마땅한 여자를 못 만나나 보다. 그 친구는 끝내 외국 여자까지 보겠다며 한다. 그러니 옛 생각이 더욱 났다.
아버님께서 나의 책을 읽으셨다고 했다. 가배도록 1 보시고 커피 향 노트를 찾으셨다고 했다. 이 책도 보셨다. 가배도록 읽을 때마다 아버지께서는 ‘야야 카페 힘들다고 하는데 괜찮나!’ 하며 말씀 주셨다고 했다. 가배도록을 다 읽을 때까지 같은 말씀을 모두 네 번 하셨다. 그래서 동원 군에게 한마디 했다. 글은 솔직해야 하네. 그러니까 글은 좋은 공부라 미래를 준비할 수 있지.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랄 게 있다면 솔직한 사람과 친구 하세 득이 되었으면 되었지 실은 없을 걸세.
별이 별 보며 환히 내려 봅니다.
캄캄 어둔 절벽도 밝게 보이니
한자 걷는 마음은 가로등이라
씽씽 지나는 차는 안전 하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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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