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09日
맑았다.
사동 개장하는데 아카시아 꽃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여기는 마치 산 중턱과 마찬가지라 주위에 아카시아 나무가 꽤 많은 듯 느꼈다. 오월은 역시 아카시아 꽃향기가 만개한 달이다. 날도 맑고 깨끗해서 더없이 좋은 날이다.
본점 커피 문화 강좌 가졌다. 모 선생께서 ‘커피 향 노트’를 읽고 감회를 말씀해 주셔 감사했다. 우연히 이 책 쓸 때 상황을 이야기했다. 다섯 평 카페 할 때였는데 어려웠지만, 열정만은 뜨거웠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냐?’ 생존에 관한 방법론이었다. 특별한 것도 없었으나 마구 헤쳐나간 그때 일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자, 우리나라 카페 역사에 관한 내용을 간략히 했는데 그러니까 1896년 커피가 처음 들어온 이래 시대별 특징을 이야기했다. 1902년 손탁이 카페를 할 때, 많은 궁중사람과 외국인이 자주 찾았다. 개화 물결은 아마도 인터넷 파급효과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외국문물을 연 시점은 주위 강대국에 비하면 늦었겠지만, 파급효과는 만만치 않게 급속도로 이루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마치 인터넷이 들어오고 각 가정에 미치는 영향처럼 말이다. 물론 내 생각이다. 30년대 이상이 카페를 했던 시절도 주위 커피 집은 많았다. 문학인들과 예술인들의 아지트였다. 50년대 미군 PX를 통해 들어온 인스턴트커피가 있었다. 양탕국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도 이 시기였다. 70년대 박정희 시대 때 커피는 인스턴트커피의 보급이 더욱 빨랐으며 80년대 경제개발 계획과 더불어 많은 산업노동자께 위안을 준 것도 이 커피였다. 90년대 외국문물을 보고 들어온 유학생들에 의해 테이크아웃점이 성행한 시기도 있었으며 국내 스타벅스가 들어온 시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대형 카페에 모방경영을 도입한 국내 유수 브랜드가 창출하며 지금은 커피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많이 발전해 온 것만은 사실이다. 커피에 대한 꿈이 있다면 언제 어느 시기에 창업해도 무관할 거로 본다. 일은 곧 스스로 하는 것이니 커피 컨설팅으로 고객께 다가갈 자신이 있다면 얼마든지 해도 좋다.
오후, 가족 다 데리고 촌에 다녀왔다. 어제가 어버이날이었다. 여러 일로 바빠 가지를 못 했지만, 오늘은 주말이니 특별히 시간 내서 또 당연히 찾아뵈어야 할 일이다. 경산서 출발하면 약 45분 정도 되는 거리다. ‘북삼’이라는 지역인데 이 지역은 내가 어릴 때는 면 소재지였다. 지금은 읍으로 승격되어 예전에 비하면 사람이 많아졌다. 솔직히 나이 어릴 때 내가 산, 동네는 골짜기나 다름없었지만, 지금은 교통이 편리하고 공기 좋아 인근에 돈 많은 사람이 많이 몰려온 듯하다. 주위에 보면 별장 같은 집도 있으며 군데군데 값나 보이는 집도 많이 들어 서 있는 것도 사실이다. 초등학교 등교하려면 산을 넘어야 갈 수 있었는데 이 산이 무너진 지는 오래되었다. 이 자리에 아파트만 높게 들어 서 있기 때문이다. 개울가에는 돌만 들어도 가재가 나왔고 돌미나리는 언제나 흔히 뜯을 수 있는 채마였다. 그러니까 주인 없는 채소라 누구나 뜯어 먹을 수 있었다.
이제는 부모님도 나이가 드시어 어릴 때 본 부모님 용안이 아니다. 피부나 거동도 노쇠하여 예전에 보던 부모님은 아니다. 이제는 성인병도 갖게 되어 어머님은 자주 병원에 가야 한다. 오늘 어머님께 병원비 쓰시라며 삼십만 원 챙겨 드렸다. 어머님은 불편한 몸으로 국수 삶아 주시기까지 했다. 우리 가족 넷이 안방에서 큰 대접에 비벼 오신 어머님의 국수를 밥상이나 놓는 어떤 자리 같은 것도 없이 거저 놓고 한 젓가락씩 먹었다. 아마도 아내는 이런 분위기를 결코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밥상도 없이 그냥 죽 둘러앉아 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양반네 문화라고는 전혀 없게 된다. 이렇게 먹으니 어릴 때 생각이 지나간다. 등마루에 앉아 먹었던 어머님이 비벼온 양푼이 비빔밥이 생각나는 것이다. 멀건 된장에 돌미나리에 돌나물을 비벼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버지는 당뇨 수치가 조금 내렸다. 전에는 400 가까이 올랐는데 근래는 100까지 떨어뜨렸으니 다행히 아닐 수 없다. 요즘 농사로 소일거리 삼아 하시는 것에 운동이 되었다. 땀 흘리며 일하니 당 떨어뜨리는 데 큰 도움 되셨다고 했다. 아버지 말씀을 들으니 문제는 나였다. 땀 흘리며 운동해 본 일이 없다.
오후, 3시 집을 나서 오후 4시 조금 넘어서 경산에 왔다.
처가에 다녀왔다. 장인어른과 장모님 뵐 수 없었다. 동네 모임이 있는데 거기에 가셨다며 뵐 수 없었다. 처형이 차려준 저녁을 한 끼 먹었다. 꽃값으로 아까 어머님께 드렸던 만큼 담아놓았다.
압량, 오래간만에 오셨다. 대구대 문학박사, 이 선생께서 오셨다. 포도주 한 병 사들고 오셨다. 어찌나 고마운지 거저 오시기만 해도 반가운 분인데 이렇게 선물까지 주시니 몸 둘 바 모를 일이다. 커피 한잔 마시며 그간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래 논문 쓰신다고 코피도 흘렸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혹여나 여기서 몸까지 무너지면 나의 모든 것을 잃게 되니 존재가 무엇인지 각성하게 되며 글이 새롭게 보인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글이 사대부만의 소유라면 지금은 지식층 즉 교수 세계에서 글을 쓰며 논하는 것만도 맞다. 하지만 이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며 사는 상인 즉 나 같은 사람도 글을 가지고 놀 수 있으니 그렇게 특권층만의 소유도 아니다. 어느 세계든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에 그 방법론에서 최소 무기는 글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한 몇 자 살았다면 전체를 볼 수 있으니 그 세계를 반영할 수 있다면 성공이다. 모르겠다. 나는 요즘 참된 것이 무엇인가! 고민에 빠졌다. 그러니까 솔직한 나 자신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묘사다.
단지 4
곽에담은포도주는검정이다.
아니다.
붉은색이다.
포도몇송이들었는지모른다.
어느지역에어떤기후에어떻게열매를달고숙성하였는지
하지만포도주는곽에있다.
누구나보아도포도주다.
포도냄새가아찔하게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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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