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17日
맑았다.
사동 개장하고 바로 화원으로 넘어갔다. 후배가 경영하는 'AW COFFEE' 카페에 다녀왔다. 아래, 주문받은 커피를 보내지 못해 직접 배송했다. 여기서 한 시간 좀 안 되는 거리다. 범물과 상인을 잇는 터널이 없다면 아마도 두 시간 가까이 족히 걸리는 거리인데 그만큼 경산에서 보면 가까워졌다. 후배에게 물었다. AW가 무슨 뜻인가? 하며 물었더니 Able(가능하다, 할 수 있다)과 Wealth(부, 부자)의 앞글자로 ‘부자 되세요’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니까 친구 부자, 마음 부자, 시간 부자, 경제적인 부자 되시길 바란다는 뜻에서 가게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후배는 덧붙여 한마디 더 한다. ‘맛있어서 좋아서 아우성을 친다는 의미로 아우 커피라고도 부릅니다.’ ㅎ^^ㅎ, 그러게 말이다. 정말 이 집 커피는 커피 모두 다 맛있지만, 아메리카노 하나만큼 블루마운틴 커피를 볶아 파니 그만큼 고객께 배려하는 것이 된다.
후배가 경영하는 가게는 작지만, 여러모로 오시는 고객께 볼거리를 제공한다. ‘빔프로젝트’라 하는데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게 천정에다가 엡손사 제품을 장착해 놓았다. 얼마 전에 설치했다고 했다. 가게에 컴퓨터로 연결해서 영상을 즐길 수 있는데 화질도 깨끗해서 볼 만 했다. 또 며칠 전에는 에어컨이 싸게 나온 게 있다며 8평짜리 벽걸이로 신청했다고 했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가게 돈 벌어서 이런 기구 하나씩 사면 오히려 돈 달리겠습니다.’ 당분간은 가게 꾸미는 데 쓰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내가 머무는 카펜데 허술하면 나 또한 고리타분해지니까 뭔가 참신하고 신선한 맛이 나야 카페에 있는 맛이라도 나니까! 말이다.
결혼식 다녀왔다. 카페 조감도 사동점을 설계하신 건축사 오 사장님 자제분 결혼식이 있었다. 아들 둘 데리고 대구 동구에 자리한 퀸벨호텔에 갔다. 호텔이 자리한 곳은 방촌을 통과하는 큰 도로가에 있다.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강변에 주차했다. 주차요원이 그쪽으로 안내했다. 호텔에서 보면 제법 먼 곳이다. 차를 주차하고 호텔로 걸어갔다. 날씨도 좋은 데다가 나들이 삼아 나온 시민도 꽤 많아 보였다. 결혼식장은 1층이었는데 하객들로 꽤 붐볐다. 어깨가 서로 부딪힐 정도였다. 신랑 측 부조 받는 쪽으로 걸어가니 건축사 내외분이 한복 곱게 차려입으시고 서 계셨다. 참! 오래간만에 뵈었다. 가볍게 눈인사하며 나왔다. 부조를 내며 나눠주는 식권을 챙겼다. 실은 축하하는 마음으로 결혼식도 보며 나와야 하는데 우리는 식당으로 곧장 갔다. 애들 엄마만 없지 특별 외식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들 먹는 모습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건축사 오 사장님과는 나이 차도 있는 데다가 친분도 그렇게 있는 거는 아니라지만 조금 나 자신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충이’ 따로 없지 않은가! 밥 먹기 위해 여기까지 왔나 하는 생각, 현대사회가 각박하다지만 또 빠르게 가는 문화에 나 또한 여유라는 것을 잊은 지 오래되었다. 이것이 습성이 되어버린 걸까! 습성에 젖은 삶이라고 하지만 목적 없는 삶은 더 슬픈 일이다.
작지만 한 푼 두 푼 모아서 새로운 건설을 하고 싶다. 온몸을 하나로 통일하여 새로운 곳을 지목한 목적한 바를 향해 사심 없이 일념으로 달리고 싶다.
오후, 동호 형께서 가게에 오셨다. 마침 결혼식 갔다가 돌아오는 길, 형 가게가 보여 잠시 들려 인사드리려고 했지만, 형도 인터불고 호텔에 결혼식 있어 뵐 수 없었다. 그러고 한 삼십 분 흘렀을까! 형도 가게 일로 시간을 잘 낼 수 없어 오늘밖에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다. 너무 오래간만이라 이참에 보고 싶어 오신 듯했다. 본점에서 에스프레소 몇 잔 시원한 드립 한잔 드셨다. 이번에 2호점 낸 경위와 공사과정을 듣게 되었다. 돈이 제법 들어갔지만, 대구은행 통해서 신용대출이 꽤 나온듯했다. ‘이제는 뒤지도록 일하는 게 소원이야! 일하며 죽는 일밖에 없어.’ 하며 한마디 했다. 형은 참 예나 지금이나 말씀 하나만큼 허심탄회하다. 신용대출이라 죽으면 빚도 그만이라 한다. 형의 말씀을 들으니 이제는 은행도 자금대출 문턱이 아주 낮아졌다는 것만 또 느낀다. 사업하는 사람은 대출에 모두 민감하다. 한 푼이라도 빚을 더 내고 싶고 이자가 한 푼이라도 싸다면 말도 갈아타는 법이다. 커피 하는 사람이야 무슨 돈이 있을까! 거저 일하며 하루 먹고 사는 일, 어떻게 잘 돌아가면 최고만점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 무기력한 세상에 정말 나는 또 미치도록 살고 싶은 욕망이 순간 일었다. 또 도전하고 싶은 욕망 말이다. 하루가 무미건조하다.
저녁, 시마을 *** 형님께서 오셨다. 시와 문학에 관해서 얘기를 서로 나누었다. 영화 이야기도 있었으며 TV 드라마에 관한 얘기도 있었다. 그 어떤 얘기보다 가실 때 바깥에서 나눈 얘기가 더 솔깃했다. 형은 당이 높다. 당 수치가 높아 여러 가지 증상을 얘기해 주었는데 몸 관리는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임을 깨닫는다. 얼마 전에 어머님과 병원에 다녀온 일이 있다. 가족력이 있으니 나도 예외는 아니다. 꾸준한 운동과 때를 거르지 않는 식습관, 이 중에는 쌀밥을 먹지 말라는 말씀이 있었다. 나는 농 삼아 한마디 했다. ‘요즘 이상하게도 쌀밥이 달더라니깐.’ 참 평범한 말인데도 평상시 잘 지키지 않는 일이다.
단지 10
찻잔은소리만요란하다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의미없는샤워처럼
한시간이고두시간이고
물만흘려보낸다.
찻잔은개운하다.
거저멍하니앉았다.
하얀코털만자꾸간지럽다.
빨간입술처럼
담지도않은휘핑크림만구겼다.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