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15日
맑았으나 저녁에 비가 내렸다.
오전, 병원 분점에 다녀왔다. 사장님께서 계셔 에스프레소 한 잔 청해 마셨다. 이곳은 약 7평이지만 백 평 조감도와 매출이 비슷하다. 사람도 많이 쓰지를 않아 수익으로 보자면 조감도와 비교할 수 없다. 본부 돌아가는 일 사정을 말씀드리며 근래 카페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왔었지만 잠시 앉아 있는 시간에 오고 가시는 손님 꽤 되어 말씀을 잘 나눌 수 없었다. 모두 테이크아웃이다.
여기 주방은 두 평 남짓하다. 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제빙기며 하부 냉장고 냉동고, 빙삭기부터 온수기까지 모두 있다. 더구나 빵도 다루고 있어 병원에 오시는 손님이나 환자께서 출출하면 언제든 사다 드실 수 있게 예쁘게 진열되어 있다. 비교적 작은 공간이지만 영업에 효율적 공간이라 병원이 널리 알려지기만 하면 덩달아 사업은 동반 상승하는 곳이다. 여기는 병원장께서도 바뀌어 경산에서는 종합병원으로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는 곳이라 사람이 늘 분비다.
이곳 사장님은 여기 이 카페 말고도 한군데 더 한다. 시내에 자리한 테이크아웃만 전용으로 운영하는 카페다. 실은 매점으로 쓰는 공간에 조그마한 에스프레소 기계를 한 대 놓고 영업했다. 근데, 생각보다 매출이 괜찮다. 전에는 김밥 말아서 판매해 보았지만 별 재미를 못 보았다. 약 3평에서 4평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병원에 많은 보증금을 안겨다 주어 무엇이든 팔아야 한다. 팔지 못하면 보증금에 합당한 이자와 원금을 회수할 방도가 없기에 어떤 것이든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커피나 김밥도 영업방법에 따라 관련법에 적용방법이 다르니 운영하는 사람이야말로 신경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편의점에는 삼각김밥이나 캔 커피부터 각종 커피에 이르기까지 팔아도 위생허가라든가 용도변경이라든가 면허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커피나 김밥을 직접 추출하거나 만들면 위생허가부터 각종 법망에 피할 수 없으니 관련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니 번거롭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렇게 운영하는 것도 누군가가 관청에 신고했던 일이 생겼다. 그래서 관공서 직원이 나와 사진을 몇 컷 찍어갔다고 했다. 정식영업하려면 용도변경을 하라는 말만 하고 갔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다. 관청에서 요구한 몇 가지 조건을 갖추면 허가가 나올 뿐 아니라 영업도 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그 일에 관해서 잘 모르니 마냥 어렵게 여겼다. 신고와 더불어 합당한 영업을 하게 되면 관련 세금이 나오니 신경 써야겠다.
B 업체 돌격대장이 왔다. 누군지는 모른다. 거저 B 업체 직원이고 이름은 몰라 휴대전화기에 등록한 이름은 ‘B 업체 돌격대장’으로 올렸다. 커피가 필요해서 왔다. 사장은 돈 관계가 복잡하다. 얼마 전에는 정평에 창업한 강 선생의 진열장을 해주기로 했는데 돈만 받고 깜깜무소식이었다. 그러니까 답변은 ‘아직 수입되지 않았어요.’ 그러고 약 한 달이 지났지만, 물건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똑같은 물건이 칠성시장에서는 팔리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러니까 시장보다는 이 사장 물건이 조금 싸다. 약 오만 원 정도 차이 있기는 하지만 몇만 원 차이가 시간과 애간장을 태웠다. 결국, 물건도 못 받았지만 말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신임을 받기에는 어렵다. 글로 다 표현하기에는 지면은 어려워 그냥 여기까지 적는다. 돌격대장은 이곳 사무실에 일하는 정직원이다. 대구 약 두 평짜리 테이크아웃용 카페가 있다. 이곳에 쓸 커피다. 돌격대장은 어떻게 하면 커피를 많이 팔 수 있느냐며 물었다. 두 평짜리 카페가 평일이면 오만 원 주말이면 십만 원 가까이 팔기는 하지만 아르바이트 비용 충당하기에도 부족한 매출이다. 그러고 보면 시간이 돈이라는 말이 맞다. 최저임금 수준만큼 팔지도 못한 현 공급과잉시대를 우리는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바리스타로서 내가 경영인이라면 인맥을 다져 나가야 할 것이다. 드립을 팔든 커피를 팔든 인맥을 통해 각 가정에 사무실에 볶은 커피를 마실 수 있게끔 여러 가지 설명을 했다. 그리고 소비자는 ‘아무튼 뭐든지 귀찮습니다.’ 이 전제하에 커피를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 그러니까 드립주전자와 드리퍼와 거름종이를 갖춰 가며 커피를 내려 마시지는 않을 거예요. 내가 마시는 커피인데도 말입니다. 어떤 집은 거름종이에다가 커피를 놓고 물 내려서 마시고는 치우지도 않고 있다가 거기다가 분쇄커피를 더 넣어 추출해서 마시는 집도 적지 않게 봤습니다. 그러니 쉬운 용기를 권하며 또 관리가 쉬운 것을 추천해야 합니다. 나는 티포트를 꺼내어 확인해 드렸다. 그러니 돌격대장은 생각이 많이 달랐다. 눈 동그랗게 뜨며 질문을 계속 이었는데 합당한 답변을 이어야 했다. 그러고 한 시간쯤 흘렀을까 돌격대장은 두 평짜리 카페로 달려갔다. 바깥영업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그러니 외부세계를 개척할 수 있는 사람이면 카페가 필요할까! 또 카페가 필요하더라도 굳이 평수를 논할 필요가 있을까! 진정한 바리스타라면 온몸 거저 바닷물에 폭 담근 양 생활해야 하지 않을까!
이거는 사족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에는 ‘범려’라는 인물이 있다.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에 관해서 나름의 철학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러니까 월나라 왕 구천을 도와 구천의 목숨뿐만 아니라 국가도 부국강병으로 키운 인물이다. 절대 왕권시대에 시기적절하게 몸을 피신할 줄 알았으며 다른 나라로 가 상인으로 큰돈을 벌기도 했다. 또 벌었던 그 큰돈을 주위 이웃에 나눠주기도 했는데 참으로 정치와 장사 모두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토사구팽’이라는 말은 그가 강국으로 만든 월나라를 떠나면서 함께 고생했던 정치반열에 어깨를 나란히 한, 친구 문종에게 남긴 말이었다. 범려가 떠날 때 함께 떠나지 못했다. 권력에 눈이 멀었다만 결국 구천에 의해 자결하고 마는데 토사구팽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여기에다가 남겨놓는가 하면, 지금 현 세상도 마찬가지다. 사마천이 얘기한 사기에 나오는 인간의 군상은 참으로 많다. 시대만 다를 뿐이지 우리는 무대 하나만큼은 똑같다는 것이다.
우리는 양심껏 살아야 한다.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 피해 기준이 너, 나, 우리로 보아서 어느 기준에 따를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제삼자가 보아서 가장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봉덕동에 다녀왔다. 내부공사는 어느덧 다 이루었지만 관련 기계를 설치해야 한다. 현장에 들러보니 아직 어수선했다. 의자와 탁자, 진열장 등 영업하기에는 너무 혼잡했다. 엊저녁에 급히 칠한다고 제자리 놓지를 못했다. 뒤 주방에는 환기팬도 달아야 하는데 구멍만 뻥 뚫려 있다. 며칠 더 마감을 보아야 하지만 기계만 급했다. 서 부장과 함께 얼른 싣고 온 기계를 차에서 내려드리고 본부에 와야 했다. 구미에 볶은 커피를 택배 보내야 해서 들어왔다.
압량, 청도에서 전화가 왔다. ‘본부장님 어제 물건과 전표는 잘 받았고요. 근데, 전표 뒷면에 쓰신 글 읽고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물건을 이제 택배사에다가 맡긴다는 말씀을요. 이건 솔직히 체인을 해서 무슨 이점이 있으며 굳이 체인을 할 이유가 있겠나 싶습니다.’ 그래서 답변을 드렸다. ‘네에 점장님 우리 카페리코가 규모가 작다 보니 재고손실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최소 서른 개 이상 점포망을 갖춰야 유통으로서 재고손실도 줄이며 경비 또한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으로 보아 한 사람 인건비도 제구 맞추는 경우라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렸습니다. 당일 주문 당일 배송은 지금껏 저의만 그렇게 해왔는데 다른 업체는 그렇게 하지도 않거니와 할 수도 없습니다. 택배사를 운운한 것은 제 잘 못이 크지만 이렇게라도 토를 달지 않으면 독촉이 오니 마음으로 부담이 컸습니다. 어떤 집은 배송 가는 도중에 주문을 추가로 주신 분도 있고 배송을 다녀왔지만, 또 주문하거나 배송 범위가 청도나 영천 혹은 포항까지 커지면 또 말이 달라집니다. 하루에 일을 끝낼 수도 없거니와 일은 별로 없지만, 마음으로 갖는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다음날 배송으로 한 겁니다. 앞으로는 아마 직접 배송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 뒤로 통화는 더 가졌다. 지면으로 남기기에는 경영상 어렵지만, 점장은 이해했다. 혹시나 카페리코가 문을 닫는 건 아닌지 안 그래도 불경기에 자꾸 줄어드는 점포 수에 점장은 내심 위기를 느꼈다. 작년, 하반기 때였다. 본점 판매 부족에 따른 위기와 거기다가 세금과 각종 비용은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어 영업시간 단축까지 거론한 바 있었다. 하지만 고비를 잘 넘겨왔다. 그만큼 카페경영은 어렵다.
성수기를 맞고 있지만, 솔직히 비수기에 비하면 매출이 약 1.5배 이상의 신장세를 보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와 같은 경기에 비수기 보내는 일만큼 경영을 한다면 올겨울은 또 힘들겠다는 것은 뻔한 사실이다. 하루가 돌다리 같다.
모 점장이 본점에 온 일 있다. 다른 곳은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여기는 일 많고 바쁘다고 하니 그래도 장사 안되는 말 듣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면 결제는 왜 미루며 매달 그 결제금은 어찌 화장실에 변보고 나서 닦지 않은 모양으로 덕지덕지 남겨놓는가 말인가! 덕지덕지 남겨놓은 정도라면 꽤 괜찮다. 이거는 아예 똥 덩어리 채 남겨놓았으니 할 말 잃었다.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여러 사람이 보고 있어 그냥 꾹 참고 말았다. 모 점이라 얘기할 수 없는 일이라 답답한 마음뿐이다.
본점장 성택 군이 오래간만에 카톡 문자 왔다. ‘본부장님 본부장님보다 어린데 이런 이야기하긴 좀 뭐합니다만 세월 참 빠른가 봅니다. 작년 수련보고 열심히 셔터질 해댈 때가 어제 같은데 올해도 벌써 수련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벌레도 많고 깨끗하지 않은 고여 있는 물에서 피어나는 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향기로운 꽃입니다. 잎사귀 하나하나 같은 듯 다른 듯 붉기도 하고 처녀의 치맛자락처럼 은은한 분홍이 아름답습니다. 세월 가는 정도는 알고 삽시다. 오늘도 수고하세요.’
그리고 수련 꽃인가 본데 몇 장 전송됐다.
‘그러네, 꽃이 아름답게 보이는구먼! 저 꽃처럼 세상 환하게 보고 싶다만,
수고해 주시게, 나도 압량에서 건투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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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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