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02日
맑았다.
토요 커피 문화 강좌를 열었다. 날이 맑으니 야외에 행차하신 분이 많을 것이다. 오늘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봄날에 커피를 알아보겠다고 오시는 분은 많지 않을 테니까! 교육에 대한 일정을 말하고 창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바리스타 자격증에 관한 것도 간단히 설명했다. 모 선생께서 질문 있었다. 내가 창업하고자 하면 어느 장소를 선택할 것인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 물가에 하거나 산 밑에 하거나 아니면 시내 공원가에 내거나 주택가 단지에 하거나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한 자리에 영업허가가 나올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식품위생에 관한 관련 관공서에 들러 알아보아야 한다. 모든 것이 이상이 없을 때 가게는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내부공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상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겠다. 모 선생께서 질문 또 있었다. 상표에 관한 내용이다. 유수 상표를 쓰면 왜 그리 비싼지 카페 내는데 왜 그리도 돈이 많이 들어가는지 묻는다. 실질적으로 큰 상표(브랜드) 하나 얻는데 대가지급 해야 할 금액이 만만치 않다. 그만큼 큰 상표는 나의 위상까지 높여주는 것도 사실이다. 스타벅스 커피 하나 들고 다니면 된장남 된장녀 같은 말이 나오니까 하는 말이다. 커피를 두고 말한 것이나 자동차로 예를 들어보자. 카페 교육을 담당하는 오 선생이 한때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주부로서 ‘제너시스’ 정도는 타야 어느 정도 나간다고 말하지 그 외 다 똑같다며 한 마디 한 적 있다. 그러니까 그 말이 맞는 말이다. 커피도 그와 비슷한 역할로 성립한다. 하지만 창업을 이루고 큰 상표로 발전하기 위해 애쓰는 여러 상표도 무수히 많다. 나는 오히려 후자를 더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나만의 가게를 하나 내서 지역 밀착형으로 다가가 오시는 고객께 최선을 다하며 그 고객께 알맞은 커피를 컨설팅할 수 있는 커피 전문가 말이다. 그러면 나의 직업으로서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소일 거리자 놀이자 나의 인생의 무대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교육 소개마치고 압량 개점했다. 손님 한 분 오셧는데 주스 찾으신다. 그간 겨울 보내며 주스를 하지 않았다. 과일 보관하기가 심상치 않아서 할 수 없었다. 오늘부터 판매해야겠다 싶어 본점에 들러 바나나와 키위외 신선한 과일 몇 개 챙겨가져다 놓았다. 더치 받은 것은 병에 담고 또 내리려 커피 분쇄해서 걸어놓는다. 압량은 주말에는 동원이가 가게를 보아주었는데 오늘은 사촌 결혼식이라 서울 다녀와야 해서 오 씨가 나왔다.
아내와 아들 둘과 경산 진못 근처 막국수 집 다녀왔다. 이 집이 유명하다고 해서 점심을 여기서 먹자는 아내의 말에 가족 모두 동행하게 되었다. 식당 주위에 차들로 가득 주차해 있기에 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 들러보니 이미 오신 손님으로 가득했다. 한군데 금시 빈자리 하나 생겼기에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보쌈 한 접시 나오고 국수 나오기까지 무려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많은 인내력을 필요로 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우리는 앉아 기다렸다. 그러니까 가게 돌아가는 사정을 이야기하며 직원 복장 문제에 관한 것도 서로 의논을 가졌다. 가게 문 앞에는 줄을 서기 시작했고 앉은 사람은 젓가락만 잡고 있는 분도 꽤 있었다. 여기는 식당이다. 우리 카페가 갑자기 지나간다. 카페도 손님께 주문을 받고 위층 올라가신 다음에 아까 그 손님께서 또 내려오셔 한 말씀 주시는 분 있었다. ‘커피 아직 멀었어요.’ 손님이 많이 오신 것도 아니지만, 주방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는 이것저것 잡다하게 많다. 거저 앉아 있으면 의연히 서비스한다. 혹시나 직원이 메뉴를 까먹거나 모르고 지나칠 때는 거의 없다. 그러니까 선지급제를 도입한 것이 주방 일 처리에 크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이미 발행한 영수증은 들 것이나 메뉴 나가는 쟁반에 세팅 착 되니까! 잊을 일 없다. 막국수 나왔다. 국수 면발이 대개 굵었는데 한 젓가락 집어 먹을 때마다 어린이들이 먹는 젤리 과자 같았고 얼마 집지 않았지만, 입안은 벌써 상추 한 쌈 집어넣은 것과 비슷했다. 그러니까 맛은 특별히 있을까마는 이 집에 나온 김치만 아주 산뜻했다. 보쌈도 그런대로 맛 좋았다. 비계가 적당히 붙어 입안 넣고 씹기에 물컹하고 쫀득했다. 씹는 고기 맛과 적당한 기름은 입안을 아주 부드럽게 했으며 그러므로 해서 느끼함은 마늘 한 쪽 된장 폭 찍어 넣어 먹으면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음이다. 늘 이렇게 외식을 하면 적당히 먹는 것 같다. 오히려 집에서 먹으면 과식 아닌 과식이 되어버리는데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생각나기도 한다. 뉴질랜드 어린이들은 배가 아주 뽈똑스럽기만 한데 이 이유는 단백질 부족한 음식을 많이 먹었을 때 그렇게 된다는 거였다. 그러니까 우리는 집에서 밥을 먹으면 이 밥이라는 것은 탄수화물인 데다가 단백질이라는 것은 그리 없게 된다. 고기를 많이 먹는 민족이 아니니까! 이렇게 야외 나와서 외식을 하면 편함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 먹으면 거저 자리에 일어서서 계산대로 가면 그만이다. 집에서 먹으면 식탁을 치워야 하고 설거지 걱정하며 보내야 하니까! 아무튼, 점심 잘 먹었다.
오후, 집에서 편안히 쉬었다. 책 몇 자 읽다가 누웠다가 다시 좀 읽다가 누웠는데 낮잠은 아니었다. 거저 눈감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가졌는데 약 한 시간가량 그렇게 쉬었던 것 같다.
압량, 책 ‘손탁호텔’에 관해서 읽고 있었는데 어느 중년 남자분이 아이스라떼 주문한다. 키는 좀 작았으며 중후한 외관과 말이 의젓해서 ‘선생님은 무슨 일 하세요.’ 하며 물었더니 조금 쑥쓰러워셨는지 그러니까 ‘저쪽 돌아서 저쪽에 일합니다.’ 하는 거였다. 나는 속으로 꽤 웃었는데 저쪽이면 어느 쪽을 말하는 건지 또 저쪽 돌아서 저쪽이면 도대체 어디야 하며 하고 있었다. 다시 묻기도 뭐해서 그냥 선생님이시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눈 댕그랬는데 그때야 한마디 더 한다. 무슨 폐 만드는 데 있다고 해서 라떼 만들다가 바 숟가락으로 한 번 젓다가 그만 앞에 말을 흘렸다. 그래서 한마디 더 했다. 옷 만드는 공장에 일하시는가 봅니다. 했더니 ‘아니 조폐공사요 조폐공사 말입니다.’하는 거였다. ‘아! 예.’ 거기서 경비한다고 했다. ‘책 좋아하시는지요. 선생님’ 했더니 좋아한다고 했다. 가끔 읽어보시라고 사인해서 한 권 드렸다. 책을 선물로 받는 것은 아주 오래간만에 일인가 보다.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한 손은 책 한 손은 아이스 라떼 들고 가신다.
실은, 손님께서는 아이스 라떼 주문했지만, 샷 하나 더 추가해 달라고 했다. 중년 남자로 한 오십 초반쯤 되어 보였는데 이렇게 원두커피를 찾으시는 것도 또 샷까지 추가해달라는 부탁은 뜻밖이라 커피 만들며 여러 가지 물었다. 손님은 커피값에도 조금 예민한 듯했다. 왜냐하면, 다른 집에 비하면 라떼가 비싸다는 말씀을 주셨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스타벅스 커피가 비싸다는 건 알지만, 그 외 커피는 얼마 하는지 잘 모른다. 여기는 앉아 드시는 것이 아니라 테이크아웃이란 것에 주목해야겠다. 그러면 조금 비쌀 수도 있다. 하지만 블루마운틴 커피를 볶아 파는 아메리카노 용은 아주 싸다. 외관상 풍겨오는 손님의 자태는 책을 좋아하실 것 같아 권해 드렸으며 커피 값에 한 말씀 주신 것도 내가 비싸게 받나 싶어 권했다. 손님께 책을 선물하겠다고 하니 시집이냐고 도로 묻는다. 그만큼 시집을 많이 내는 사회라 그런 거 아닌가 하며 생각했다. 시집도 있지만, 수필인데 생각보다 이 책 많이 팔렸습니다. 하고 건네니 정말 기분 좋아하셨다. 나도 기분 좋았다. 손님께서 비싸게 여긴 커피 값이 어느 정도는 수그러드는 일로 됐다.
압량 마감하고 본부에서 밤늦도록 사마천 사기와 그 외 동양 고전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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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