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27日
맑았다.
오전, 사동 여자 화장실 문고리가 부서져 수리하려다가 나사와 구멍이 맞지 않아 한성에 전화 넣었다. 에어컨 사장과 기사가 다녀갔다. 직원이 에어컨 틀었는데 더운 바람이 나온다는 말에 잠깐 다녀갔다. 장 사장도 함께 내왕했는데 커피 한잔 마시며 바깥에 돌아가는 일을 서로 여쭙고 대답했다. 근래, 장 사장은 커피에 관해서 많이 묻는다. 얼마 전에는 친구네 집에서 커피를 샀는데 드립할 때 봉곳하게 오르지 않아 실망했다는 말과 커피 볶음 정도가 강했던지 기름기 보여 믿음 가지 않았다고 했다. 산패가 다소 빨라 맛이 제맛 나지 않았음이 틀림없다.
오후, 병원에 일하는 이 씨가 왔다. 실습생 빈 씨도 함께 왔는데 본점 바 안이 훈훈할 정도로 반가웠다. 용모도 그간 많이 바뀐 듯했다. 단발머리 해서 그런지 더 젊어 보였는데 입담은 역시 속일 수 없는 나잇값이다. 대체로 보면 밝고 즐겁다. 언제나 허허하시는데 함께 있으면 이야기 보따리가 꽤 있어 하나 풀면 또 하나가 있고 또 하나 풀면 또 하나가 있어 마트료시카다. 오늘은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마침 봉덕동에서 곧 사업하시려는 모 선생께서 오시었다. 이 분은 정평에서 강 선생 통해 교육받았다. 이미 우리 커피에 맛이 익었다. 앞으로 줄곧 우리 커피를 쓰시겠다고 했다. 그 외 드립과 그라인더와 아메리카노 원두 등 여러 가지 묻고 가셨다. 모레 수요일쯤 가게 들러 봐 드리기로 했다.
나이 들어도 가벼운 일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주위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는 법이다. 이제 불혹이거늘 어찌 따분한 삶이라고 한탄할까? 조금 바쁘면 몸이 힘들고 일없으면 지루하고 단조로우니 혼자 즐거이 쌓을 수 있는 지혜와 그 지혜를 풀어쓰는 일도 갈고 닦아야 함이다. 고목후주 枯木朽株라는 말이 있다. 마른 나무와 썩은 등걸이라는 뜻이다. 마를 고자와 나무 목, 썩을 후 그루 주로 형성한 사자성어다. 이렇게 풀이해 놓으면 한번 따라 써 보라! 읽는 것과 써 본 것과는 효력이 몇 배 아니 몇백 배 난다. 그러니까 늙고 쓸모없는 사람 혹은 쇠약한 힘을 비유한다. 어찌 보면 늙고 쓸모없는 사람은 노인을 두고 하는 말일 수도 있다. 경제인으로 사회활동 하다가 은퇴라도 하면 이제는 사회에 아무런 영향력을 가할 수도 없거니와 필요가 없는 사회악으로 전락하고 만다. 물론 비약적이거나 심하게 쓴 말일 수도 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젊어서 자기 철학을 완성하고 젊은이에게 폐가 되지 않는 나만의 소일거리는 있어야겠다. 차 한 잔 오랫동안 마실 수 있는 철학 말이다.
지난주 토요문화 강좌 가질 때다. 교육생 앞에 서서 교육 안내를 위한 말을 잇다가 사업에 관한 말을 한 적 있다. 그러니까 제로섬게임 같다며 얘기했더니 그러면 잘한 거라고 한 말씀 덧붙이는 선생이 있었다. 경영은 한마디로 관리다. 제로섬이면 넉넉하다. 마이너스 나지 않으면 잘한 일이다. 오늘 밤은 왜 이 말이 자꾸 생각이 나는 건지!
불혹도 지천명도 더 나간 세도
남아면 사랑방도 있어야 하네
잡은 필봉도 있어 갈고 닦아야
오래도록 바른 뜻 세워 지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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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