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23日
맑았다.
오전 세차했다. 날이 며칠 맑았지만, 며칠 더 맑겠다는 기상예보에 따랐다. 가끔 늘 가진 것에 소중히 여기지 않는 버릇이 있다. 조금 더 관리하고 신경 썼어 보면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한데 가진 것에 애착이 없음이다. 잃으면 잃은 것이 모든 것이듯 매사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 깨끗하게 정리한 차를 보니 다시 조심히 타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은행 다녀왔다. 전무님께서 바리스타 수강비가 얼마쯤 하는지 물으셨다. 주위 아시는 분인데 나이가 예순쯤 되었다고 했다. 수강료가 80만 원 한 적 있었는데 이때 배우려고 했었다. 지금은 백오십만 원이라고 말씀드리니 많이 놀라셨다. 수강료를 조금 더 깎아달라며 부탁하시려다가 입이 쏙 들어갔다. 물론 수강료는 DC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여기는 촌이라 이웃지간과 아는 사람 통해서 어찌하다 보면 잘 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모두 갖고 있다. 하지만 토요 커피 문화 강좌 있으니 이때 오시면 좋을 것 같다며 말씀드렸다. 전무님과 차 한잔 마시며 커피 문화에 관해서 몇몇 얘기 나누었다.
정오 지나 서 부장과 함께 영천 거쳐 포항에 다녀왔다. 지난주 버튼 하나가 이상 있다고 해서 내려갔다. 또 기계 설치한 후 운영은 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현장에 들러 기계를 보았다. 오른쪽 네 번째 버튼이 잘 먹지 않았는데 비스듬히 누르면 신호를 받아들였다. 새 기계라서 버튼 갈아 끼우는 것도 낭비라 좀 쓰시다가 더 큰 이상이 있으면 그때 무상으로 처리하겠다고 했다.
포항 사장님은 교회 다니신다. 신앙을 갖는 여러 이유도 있겠지만, 나이 들어 교회에 다니는 맛도 즐겁다고 얘기하신다. 그러니까 동년배의 사람을 만나는 곳도 교회다. 사람 만나고 대화하며 사는 것이 인생의 참된 맛이라고 했다. 교회 가실 때는 항상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고 간다. 남들 보기에 뒤처지거나 보기에 흉하지는 말아야 인사하며 얘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사회가 필요하다. 자주 뵙지 못해 그런지 아주 수척해 보였다. 그간 몸 관리를 좀 하셨는가 보다.
사장님은 나에게 커피 오래 하라며 충고 어린 말씀을 주신다. 이렇게 기계 바꾸는 곳도 함부로 처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카페리코와 오래 거래하고 오래 일하다 보니 믿고 산 거라며 말씀 주신다. ‘요즘 바깥은 하도 많이 생기고 또 하도 문을 닫으니 믿을 수 있어야지’, 그래서 한마디 했다. ‘사장님 커피밖에 모릅니다.’ 했다. 오늘은 아드님도 나와 일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서 부장과 동갑이다. 포항은 오랫동안 거래하다 보니 왠지 친구 같은 느낌도 없지는 않았다. 나이를 떠나 동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오후 늦게 본부에 들어왔다. 시내 무봐라 카페와 한학촌, 인톡, 커피 주문 있어 급히 분담해서 다녀왔다. 서 부장은 오늘 퇴근이 꽤 늦었다. 다섯 시 훨씬 넘어 시내에 갔으니 다녀오는 시간이 꽤 걸렸다. 차가 많이 밀린 시간이었다.
조감도 사동에서 커피 마신 손님이었다. 카톡으로 인사 주시기에 거저 고맙고 감사하다며 답례했다. 그 후 계속 문자가 왔는데 흔히 말하는 유머라든가 그 유머와 또 유익한 말을 다루는 사이트를 나에게 보내며 종교적 발언을 조금씩 보내는 것이었다. 나는 손님으로 오신 분이라 쉽게 끊지 못하고 한동안 무관심 조로 바라보다가 점점 도가 지나치는 것 같아 아예 끊었다. 종교는 여전히 머리 아픈 조직이다. 그러니 책이 얼마나 중요한가! 95세 사신 남회근 선생도 책을 가까이하시며 마음을 수양하셨다. 친구가 없는 것 같아도 주위에 보면 친구가 얼마나 많은가! 내가 조금 더 관심으로 열어보면 친구는 늘 가까이 내게로 온다. 그러면 마음은 안정된다. 그리고 자연을 보라! 하늘을 보고 땅을 보며 조금만 걸어서 주위를 보면 나는 자연과 함께 묻혀 있으니 무엇이 그리 외로운 것이 있을까!
지금은 89세의 일기로 마감하신 백양 선생 만나며 보고 있다. 그가 쓰신 중국사를 읽으니 또 세상이 달리 보인다. 역대 시대상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각 시대의 정치와 경제와 사회와 문화를 본다. 역대 제왕들의 치세를 보며 그들의 잘잘못을 파헤치며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보니 그 기분도 새롭거니와 세상 보는 안목까지 넓으니 어찌 좋은 친구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生
깨끗한 백지 한 장 뚫어라 본다.
심어도 또 심어도 허접한 숲길
빼고 넣고 보아도 다시 막은 길
도로 나올 수 없어 꺽꺽 문자옥
밤늦게 중국 역사를 읽었다. 패배자의 유혈 참극을 글로만 읽다가 현대사 부분에 정말, 목이 떨어진 사진 몇 장 보았다. 그러니까 사람을 도살한 사진이다. 한 사람은 그러니까 군관은 피 뚝뚝 떨어지는 긴 칼을 가지고 섰고 주위는 많은 민중이 구경으로 나와 서 있는 사진이었다. 뒤늦게 저녁 먹은 것이 울렁거렸다. 현대는 그나마 인권은 보장된 사회다. 인류역사를 들여다보면 모두 피의 역사다. 서로 죽이고 죽는, 참담한 역사를 서술한 백양 선생을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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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