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15日
맑은 날이었다.
사서삼경중 대학이라는 책이 있다. 격물치지 성의 정심 수신제가 치국평천하格物致知誠意正心 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물에 대하여 깊이 연구하여 지식을 넓히고 제 뜻을 진실 되게 하여 마음을 바로 정하고 몸을 닦아 수양하고 집을 가지런히 하고 나라를 다스리면 천하를 평한다는 말이다. 커피를 일 년 하던 십 년 하던 커피는 커피라서 커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더 깊이 생각하고 내 마음을 얹어야 한다. 마음을 고이 닦으며 제 몸을 다스릴 줄 알아야 집안도 보살필 수 있으며 더 나가 내가 이룬 사회도 곱게 볼 수 있음이다.
내 몸도 가지런하지 못하는데 어찌 사회를 두고 싸울 수 있으며 더구나 남을 보살피며 살 수 있을까! 압량에 일하는 오 씨께도 본점장 성택 군에게도 월급에 관한 명세를 분명히 했다. 내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으면 노력해서 분명한 결과를 가져야 하겠지만, 과열경쟁과 소비경기 위축은 내가 자리를 보전하는 것만도 행운이 돼버렸다. 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고객께 더 활력적이며 더 능동적인 모습을 갖춰, 다가가야 하겠다. 압량에 오 씨는 ‘본부장님 이렇게 머무르게 해주신 것만도 감사하다’며 인사 주신다. 오 씨는 아르바이트로 들어온 직원이다. 예전, 부산 점장으로 일한 바 있는데 영업이 되지 않아서 모두 정리하고 다시 경산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카페 경영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다.
본점장 성택군과 대화할 때였다. ‘본부장님 본점 매출로 보아서는 실질적으로 제가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본부장님이나 오 선생이 있어야 할 자리입니다’, 음 알고 있지, 하지만 자네 인건비만큼은 자네가 노력해서 나올 수는 있지 않은가! 경쟁에 살아남으려고 부피를 키운 것이 도로 위험하게 빠지는 경우도 잦다. 조직원이 하나같이 단합하고 이해하고 살려는 욕구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 조직은 희망이란 없다. 작은 업체보다 큰 업체가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일을 분담하니 나아가는 길도 더 수월한 것은 분명하다. 서로가 도덕이 있어야 한다. 한 푼의 월급을 받는 것도 그에 대한 응당 노력에 합당한 지 다시 살펴야 한다. 몇 명이 모여도 사회를 이루니 이 조그마한 사회도 말이 혼란스럽고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잦아 잔잔한 입씨름도 많다. 입씨름하기 전에 먼저 그 근본을 바르게 했는지 살펴야겠다. 내가 대우를 받으려면 먼저 남을 살펴야 한다. 남을 살폈는데도 합당한 예우를 못 하는 이는 그건 파렴치한 인간에 불과하다.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기에 가족 일일이 이 일을 두고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내부공사를 맡는 장 사장 만났다. 결혼한 후로 일이 별로 없어 보이는 것 같았다. 언제부터 밥 한 끼 하자며 했는데 강변 고등어 정식 집에서 식사했다. 그리고 기획사 정문에 들렀다. 정문기획사 위층 자리가 비었던 일이 생겼다. 세 들어 사는 업체가 그간 장사가 되지 않아서 권리금도 포기하고 빠져나갔다. 정문 사장님은 언제부턴가 가게와 더불어 카페를 했으면 했다. 이러한 이유로 들린 건 아니지만, 아무튼 장 사장과 잠깐 들러 커피 한잔 했다. 이왕이면 기획사를 운영하더라도 카페로 모양을 갖춰 한 십 년 내다보는 것도 괜찮지 싶어 여러 조언을 드렸다. 기획사 일은 나름으로 잘 된다. 요즘 모두 불경기라 힘들어하는 업체에 비하면 여기는 대학가 앞이라 경기와는 상관없다. 더욱이 지금 운영하는 집도 여러모로 낙후한 모습이라 새로 단장할 필요는 있어 위층과 더불어 모양새를 갖춘다면 영업에 더 도움이 될 거라는 얘기였다.
어쩌다가 직원 이야기가 나오고 월급과 상여, 퇴직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기획사 사장님도 생판 모르고 사람을 고용하니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아 여러 조언을 드렸다. 우리는 가족적 관계이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은 닥치지는 않을 거야 한다. 물론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친히 아끼고 보살피겠다. 하지만 뒤돌아서는 순간 뒤통수 맞는 사회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사회는 엄연히 계약이다. 계약관계다. 갑이 제시한 조건에 을이 마땅하지 않으면 이행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 조건을 번복하며 일하는 을은 없다. 하지만 병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재밌는 것은 갑과 을은 병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실습생 이 씨와 빈 씨를 만났다. 이 씨와 상담했다. 교육 끝나고 실습도 오래 했다. 물론 창업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서 고민되는 것도 물론이지만, 마땅한 일자리 있으면 먼저 일을 하겠다고 했다. 그 일자리도 나오지 않으니 마냥 실습 나오는 것이 미안했던가 보다. 나는 괜찮다며 위로의 말을 했다. 하루라도 거르면 교육받은 것도 잊게 되니 틈나는 대로 나오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 빈 씨는 분점 어느 한 곳에 면접을 보았다. 물론 점장께서 요구가 있었다. 마땅한 사람 있으면 소개해 달라며 언제부터 말씀이 있었다. 서로의 약속을 맞춰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빈 씨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 일단 보류했다는 거다. 또 일 있으면 소개하기로 했다. 마침 본점에 계시기에 말씀을 건넸는데 교육받으셨으니 어떻든 간에 일은 한 번 해보는 것이 이로울 거라며 조언을 했다.
瓮 2
좁은 무대 환하다 가릴 것 없다
시간도 너무 짧아 보잘 것 없다
한 번 스쳐 가는 길 상처만 깊다
비우고 또 비워서 옹이 샘 같다
鵲巢言
대구 경북지역 체불 임금이 작년 12월 말 기준, 840억 원에 19,823명에 이른다고 했다. 노동청에 보고된 자료다. 체불 원인은 경영악화가 54% 도산폐업이 84%로 나타났다. 작년 본점도 개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바 있다. 폐점하겠다는 것과 아니면 시간 조정을 해서 저녁은 폐점한다는 내용이었다. 임금 조정하면서 그래도 버텼지만, 시간제 보수와 퇴직금만큼(바리스타예우)은 고수했다. 일은 반드시 서류를 남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뒷날 크게 후회할 일 생기는 법이다. 예전 무역회사에 다닐 때였다. 전화로 상대국 오퍼상과 주고받다가 사장님께서 이 일을 보시고는 질책을 하셨다. 전화로 몇 번 얘기해도 다 헛것이니 반드시 증빙을 남기라는 말이었다. 세무보고 자료와 소득세 관련 제출용 자료로 월급명세서는 늘 따로 한 장씩 보관한다. 매년 부가세신고 자료도 몇 년을 보관해야 하니 서류업무도 적지 않은 일이다.
바리스타 임금은 연봉제도 있고 월급제도 있으며 아르바이트도 있다. 카페는 연봉제로 일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기업, 그러니까 기업적으로 운영하는 카페 한 분점을 맡는 경우는 예외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규모의 카페는 꿈도 꾸지 못한다. 월급제나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월급제도 순수 월급제로 받는 경우는 그래도 우량업체다. 시간제를 바탕으로 하는 월급제는 그 아래인데 이유는 카페자본금이 미약하거나 없는 경우다. 그때그때 영업으로 먹고사는 업체라 시간제 외에 별달리 좋은 방법은 없다. 왜냐하면, 사람을 더 쓸 수도 없거니와 일과 보수에 형평을 맞추며 운영해야 하는데 이는 인원조정을 예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기가 불안할수록 시간제를 많이 채택한다. 임금 차별은 시간당 보수 금액으로 한다. 아르바이트는 요즘 들어 일에 대한 구속력이 없어진 것도 사실이다. 정말 참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도 업주로서는 복인데 장기근속하면 대가를 더 생각하여야 한다. 아르바이트도 그런 업주를 만난다면 복이다. 내가 어떤 제도로 일하게 되던 분명한 것은 내 품삯은 내가 일한 것에 바탕을 둔다. 그러니 일의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하며 경영자는 이러한 사람을 만난다면 더없는 복이겠다.
더욱 이러한 관계를 서로가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더없는 아름다운 사회라 하겠다. 먼저 인의가 있어야 하며 도덕이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이 따라가는데 이 나라는 법의 천국이 돼버렸다. 법을 앞세운 진나라도 일찍 망했듯 법은 또 다른 법을 낳으니 법을 앞세우기 전에 내가 정말 도덕적이었는지 한 번 생각해보아야겠다.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