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13日
맑았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커피 배송체계를 조금 바꾸었다. 당일 주문은 익일 배송하며 주말은 쉰다. 그러니 일이 훨씬 덜 복잡하고 하루 여유가 있으니 마감도 편하게 되었다. 오늘은 어제 주문받은 분점 두 군데만 배송 다녀왔다. 서 부장이 수고해주었다.
갈수록 몸이 안 좋은 것 같다. 이제는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몸소 느낀다.
본부에서 책 읽으며 하루를 보냈다. 몇 군데 전화가 오기는 했지만, 모두 기계 관련 상담이나 AS라서 전화로 되는 일이었다. 월배에 일하는 후배가 전화가 왔다. 내일 두 시 전까지 본점으로 오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로스팅 실습에 관한 교육이 필요한데 로스팅 과정을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오후 동네 한 바퀴 운동으로 조금 걸었다. 학교 앞, 서점에도 다녀오고 거기서 위쪽으로 더 오르면 압량 조감도가 나오는데 조감도에도 잠시 들러 시원한 물 한 잔 마시며 본부에 들어왔다.
고구려왕조 실록을 모두 읽었다. 끝에 수나라를 개국한 수 문제 양견과 그의 아들 수 양제 양광은 고구려에 막대한 병력으로 침공하지만, 실패한다. 그 뒤 당 태종 이세민 역시 여러 번 고구려 침공을 감행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를 막았던 안시성은 고구려의 수문 역할을 톡톡히 했는데 성의 성주는 밝힐 수 없었지만, 훗날 조선 시대에 와서 송준길과 박지원은 이 성주를 양만춘(梁萬春)이라고 했다.
커피 발견 시점이 약 600년경이었다. 이때 우리는 삼국의 역사 중 하나인 약 구백 년의 역사 고구려가 그 흥망성쇠의 종지부를 찍는다. 수나라와 당나라가 침공해도 무너지지 않았던 고구려였다. 역시,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다. 안에서 먼저 곪고 나무는 쓰러진다. 연개소문이 죽고 그의 아들들의 권력다툼에 의해 점차 쇠망의 길을 걸었으니 말이다.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이 커피 한잔 마시면서 수나라와 당나라의 군사를 대면했다면, 양견과 양광, 이세민이 커피를 좋아했다면 하는 생각이 퍼뜩 지나갔다. 물론 유럽에도 들어가지 않았던 커피가 동양 세계에 먼저 들어왔다면 아마도 유럽의 르네상스보다 훨씬 빠른 근대문화의 산물을 태동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 참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유교문화 속에 얼마나 계몽을 일으켰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절대 왕정 시대에 말이다.
헉! 진량에 어느 고객이다. 단골손님이신데 스타벅스 텀블러에다가 커피를 담아 달란다. 전에도 늘 이 잔에다가 담아 드렸다. 내용이 조금 많이 담기기는 하지만 얼음 양을 빼면 거저 보통 잔만큼은 된다. 그래도 행사가격에 샷도 하나 추가하니 그런대로 맛을 보나 양을 보나 커피 값은 꽤 저렴한 편이다. 거기다가 쿠폰도 내밀다가 그만, ‘저기요 샷도 하나 추가한 데다가 행사가격으로 들이니 쿠폰은 안 되는데요.’ 하며 말씀드렸다. 싱긋이 웃으시며 ‘아! 그렇지요.’ 하며 머리 긁적인다. 늘 오시는 손님인데 재밌다.
본점과 사동 조감도 눈꽃 빙설기 기계가 고장 났다. 오 선생은 청소 잘하려다가 그만 센서 하나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공구 들고 관련 부품을 풀어 청소하며 조립한다고 했지만, 뒤쪽에 붙은 마이크로스위치 하나를 제대로 놓지 못해 전원을 올려도 작동되지 않았다.
올해 팥빙수를 처음 맛보았다. 백제의 역사를 읽기 시작했다. 고구려 왕권에서 분리 독립한 비류와 온조, 처음은 열 명의 신하와 더불어 나라를 세웠다고 해서 ‘십제’라고 했다. 후에 다시 백제로 고친다. 온조라는 말도 오늘 새롭게 알았다. ‘온’은 순우리말로 온전하다 모든 것 등을 나타내는 말이다. 온조라는 것은 한자로 굳이 표현하자면 태조로 표기해도 무관할 정도다. 비류와 온조의 남하에 관해서 저자의 의견을 읽었는데 중국을 통해 뱃길로 왔다는 것인데 이 일로 중국 일부 그러니까 산둥반도일 것이다. 산둥반도와 요동반도 일부 또한 백제 땅이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한 역사 왜곡도 아직 통일을 못 이룬 우리나라로서 거저 지켜보는 일뿐이지만 우리의 역사해석도 조금 달리 보는 역사가의 움직임도 보는 것 같았다. 꼭 한반도 내에서만 이루리라는 법은 없었다. 옛 선조의 활동무대를 다시 본다. 그러니까 지금의 우리가 사는 시대와 크게 다를 바 없겠다는 생각이다.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