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19日
아지랑이 / 김영남
그동안 참 많이 방황하였구나 지평선에서
그때마다 중심 잡아준 게 하늘이었고
오늘 거기에 누굴 초대하고 싶으니
지평선이란
어딘가 그립게 문지르고 있을 때
누군가 내어주는 아득히 먼 곳
그 하늘 아래 긋는 비행운 거기에
준이 식구들 모두 저 언덕이 업어갔대
목소리 들릴 때
내 울어야 하는 사연
뉘 그런 비행운 그어줄 사람 없을까
있다면 거기에 내 숨어다 나타났다 하면서
지평선을 이보다 더 명랑하게 띄워줄 수 있을 텐데
鵲巢感想文
그냥 책거리 삼아 올려놓는다. 오래간만에 詩集을 샀다. 詩人의 詩, ‘앵두가 뒹굴면’ 이란 詩를 어느 紙面에서 읽은 적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우스웠다. 그래도 ‘詩’니까! 역시 詩人은 詩를 두고 詩를 얘기하는 것이니 무엇이든 비유가 아닌 것이 없고 또 어떤 것이든 글도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읽어서 독자께 어느 상상이나 재미를 안겨다 주었으면 더 나가 감동까지 안겨다 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상상과 재미만 있어도 꽤 성공적이다. ‘詩’니까!
읽는 讀者가 어디에 價値를 두느냐는 것은 여기서 따지고 싶지는 않다. 우리 文學의 잘잘못을 운운하기에 앞서 읽고 쓰며 이러 하다가 나의 말을 잘 다듬으며 잘 탈 수 있다면 생활도 문화도 분명 복되리라 본다. 거저 횡설수설 시간이 오늘은 많이 남으니까
이해해주시라! 그냥 책거리다.
鵲巢日記 15年 05月 19日
맑았다.
아침 본점 문 열 때였다. 문 앞에 개똥 세 동가리 보였다. 치우지 않으면 누가 밟기라도 할까 봐 냅킨 여러 장 들고 나가 몇 겹 싸서 버렸다.
사동에 있을 때였는데 장 사장 문자가 왔다. 본점에 왔는데 케냐AA 필요하다고 했다. 장 사장은 요즘 불로동에 집 짓고 있다. 이 집이 계기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서울 간다며 얘기한다.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인데 한 동 공사가 이 억 정도 되는 견적에 모두 7동을 해야 한다. 한동안 조용하더니만 결국 일을 냈다. 아마도 이번 건으로 한 몫 톡톡 챙기겠다며 얘기했더니 싱긋이 웃는다. 그간 늘 커피집 타령하며 보냈는데 며칠 아니 몇 달 얼굴 보기에도 힘들 것 같다.
단지 12
갈매기는낮게비행하는것을좋아한다.
개미같은나무껍질하나씩주워다가집을짓고
높은둥지에의미없는알을낳아
먼바다만깨지않은꿈으로바라본다.
화원에 카페 하는 후배가 교육을 받게 되었다. 로스팅만 받는다. 장 사장과 커피 한잔 할 때였는데 오 선생이 지도했다. 오후에 후배가 전화 왔다. 아까는 정말 알찬 수업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빔프로젝트에 관한 좋은 정보를 후배가 주었는데 오 샘과 상의하니 아직은 그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며 두고 보자는 의사였다. 가게에 조용한 맛에 오시는 분도 많을 텐데 어쩌면 뮤직비디오나 다른 어떤 영상물을 튼다면 어수선한 것은 분명하다. 그 어수선한 맛에 오시는 분도 있겠지만 잠시 생각해보아야겠다.
청도 점장 만났다. 배송에 관해 바뀐 일을 다시 더 부탁했다. 청도에서 바로 봉덕동에 갔다. 기계를 다시 보아 드리고 빙삭기를 설치했다. 블랜드 사용방법을 설명했다. 오늘만 손님 열댓뿐 오셨다고 했다. 오시는 손님께 커피 맛을 각각 물었는데 다들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그라인더 분도는 에스프레소 추출에 맞게 가늘게 맞췄다. 한 잔씩 뽑을 때마다 걸쭉하게 내려온다. 황금색 커피를 보니 맛이 절로 나 보였다. 뽑은 커피를 주위 서 부장, 이 선생, 한 잔씩 맛보시라 건넸다. 이때 이 선생께서 한 말씀 하시는 거였다. ‘사장님 커피 팔로 누가 들렀습니데이!’, 킬로 당 얼마며 맛보기용으로 한 봉 놓아둔 커피를 구석에서 꺼내시는 거였다. 명함도 주셨다. 그래서 한 말씀 드렸다. 더구나 이러한 일은 종종 있는 일이라서 태연하게 말씀드렸다. ‘호! 생각보다 커피 장사꾼 굉장히 많습니데이, 커피뿐만 아니라 시럽과 소스, 일반잡화까지 들릴 걸요. 무엇보다 사모님께서 마음에 드시는 커피와 부자재를 선택하셔 일관성 있게 믿고 거래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거래처를 너무 자주 바꾸면 맛도 바뀌게 되니 오시는 고객께 신뢰를 저버리게 됩니다.’ 이 선생께서는 그냥 다녀간 거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전에 본 가게와는 확연히 달랐다. 오늘은 탁자가 하도 깨끗해서 새것 사셨냐며 물었다. 예전 것 닦았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다녀왔다.
압량에 있을 때, 코나 사장님과 윤 과장, 그리고 사장님 자제였는데 정호였던가! 다녀갔다. 공장에 인사변동이 있나 보다. 전에 본 정 대리 그만둔다고 했다. 커피 업계 들어온 지 2년 차인데 월급은 약 150정도 받았다고 했다. 그에 비하면 우리 서 부장은 신참인데 그것보다는 많이 받았으니 복이다. 서 부장도 다음 달이면 나간다고 했더니 모두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 듯했다.
사업을 여러모로 생각해 보면 거저먹는 일은 결코 없다. 모두 경제원리에 정확히 맞물린 데다가 그 어떤 것도 이익 같아도 이익인 곳이 없으며 노력하지 않으면 한 푼 벌기는 더욱 어려운 사회다. 직원을 대하며 월급을 볼 때도 갑과 을의 관계를 떠나 사회 전체로 보아도 공정한 배분원리에 돌아가는 듯하다. 최저임금에 따른 경제 전반에 정부의 보이지 않은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으니 우선 경영인의 참된 윤리관이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 없는 처지임도 분명하다. 갑과 을과 병이 어느 입장에서도 손해 보지 않을 것이며 일절 이익이 없으면 모두 손 놓을 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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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