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29日
비가 좀 내렸다. 저녁에 그쳤다.
어제 자정쯤 여 앞에서 돼지고기 조금 샀다. 오늘 아침, 점심, 저녁 모두 걱정되어서 찌개라도 해놓을까 싶어 샀다. 계산대에서 계산하려니 계산대 보는 아르바이트 분이 ‘이거는 안 되겠어요.’ 하며 옆으로 재꼈다. 나는 왜 안 되느냐며 물었더니 색깔이 탈색되었는데 다른 부위는 빨간데 유독 살점 몇 점이 썩은 것 모양 색깔이 까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색도 아닌데 희스무레하다. 그러니까 마저 하나 산 것도 여간 찝찝했지만, 들고 올 수밖에 없었다. 자정쯤 김치 조금 넣고 마늘 넣고 파 넣고 요리해 놓는다. 맛을 보니 아! 냄새가 아주 짙은 것이 내일 아침 먹을 수 있을까 하며 뚜껑 덮었다. 아침, 여간 비위가 맞지 않아 국물 조금 떠먹다가 덮었고 점심은 서 부장과 여 앞에 보쌈집에서 사 먹고 저녁에 제법 한 숟가락 떠먹었는데 냄새는 여전히 짙었다. 나는 이 돼지고기가 상한 것은 아닌가 하며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식품위생에 관한 법률이 왜 까다로워야 하는지 생각했다. 돼지고기는 서민 식품이지만, 이것도 돈이 있어야 사 먹는 식품이다. 마트에 들어온 상품은 언제 건지는 모르나 유통기한도 불분명하고 색깔까지 간 것을 해먹으려니 여간 마음이 불편했다. 신선한 고기는 이렇게 냄새가 날까 하며 의심증이 생겼다. 뭐! 그렇다고 죽기야 할까? 전에는 동태 썩은 것도 국 끓여서 먹은 적 있는 나였다. 썩은 동탯국 끓여보라! 살점이 하나도 없다. 마치 어죽을 끓인 것처럼 희스무레하니까.
오전, 한성 직원 둘, 조감도에 들렀다. 여자 화장실 문 수리했다. 카페 들어가는 정문도 조금 손보았다. 출근한 직원보고 한성에서 오신 인부들 작업내용을 설명했다. 그러고 나는 나왔다. 정문에 다녀왔다. 커피봉투 제작 일로 잠시 다녀왔다. 마침 사장님 계시어 커피 한잔 얻어마셨는데 커피 향이 늘 마시는 커피와 조금 달랐다. 나는 게이샤커피가 아닌가하며 생각했다. 여전히 안은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 보며 최 과장과 함께 봉투 디자인 작업을 했다. 작업한 파일은 바로 봉투 제작 업소에 메일로 전송했다. 근데 관련봉투 재고가 없다. 수입해서 작업하는 것까지 약 2주 정도 걸린다고 했다. 들어오는 대로 작업을 부탁했다.
오후, 대구 남구 봉덕동에 다녀왔다. 정평에서 강 선생으로부터 교육받은 모 선생께서 인수한 가게에 다녀왔다. 가게는 십여 평쯤 되었다. 카페는 약 이 년 한 곳으로 지금 인수받은 선생은 세 번째 주인이다. 하루 매상은 십여만 원쯤 되며 가게 인수 금액은 이천삼백만 원이다. 월세는 오십 만원으로 테이블은 모두 네다섯이다. 주방은 비교적 솔았는데 에스프레소 기계가 상당히 위에 놓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까 밑에 제빙기 놓는다고 그랬던가 보다. 나름으로는 주방 공간 활용 때문에 높게 올려놓은 것 아닌가 하며 생각했다. 같은 위치에 얼음 깨뜨릴 수 있는 크레샤가 아닌 빙삭기가 있고 그 옆에 가정용 믹스기 있었다. 그 앞에 하부냉장고가 있으며 그 옆에 아주 작은 이상한 진열장 한 대 있었다. 주방에서 정면으로 보면 좌·우측은 모두 벽이라 답답해서 이번에 새로 꾸미려고 했다. 가게 문 열면 사람이 걸어 다니는 폭 1m 될까 하는 보도블록이 있고 그 앞은 바로 이차선 도로다. 이차선 도로는 차가 아주 많이 다닌다. 잠깐 주차할 수 있는 여건 같은 것은 없으며 커피 사가져 갈 수 있는 분위기 같은 것은 전혀 없다. 조금만 서면 바로 뒤에 차가 따라오니까! 통행에 있어 진로 방해가 되니까! 주방 뒤에는 약 한 평쯤 되는 공간이 있는데 쓰지 않는 개수대가 있고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 먹을 수 있는 화덕(버너)이 보였다. 가게에 들어와 이것저것 이야기하는데 정문은 걸어 잠겨있었다. 그러니까 지나는 사람이 커피 마시려고 문을 밀려고 하는 모습이 보여 나는 한마디 했다. 내부공사를 할 때 다시 하더라도 우선은 아메리카노 한잔이라도 파셔야 한다고 충고 어린 말씀을 드렸다. 마침 친구 두 명 오셨는데 어딘가 안면이 꽤 있었던 분이다. 알고 보니까 모두 경산 사람인데 옛 정평점장도 알고 있었고 옛 백천점장도 알고 있었다. 나만 까맣게 모르고 있었는데 그분은 나까지 알고 있었다.
가게 운영에 필요한 기계 상담했다. 여기 인수한 것으로 하면 되지만, 빙삭기와 믹스기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에스프레소 기계까지 권할 수는 없었다. 여기 있는 것도 후하고 낡았지만, 이 기계까지 바꾼다는 것은 여간 낭비 일터 쓸 때까지 쓰자 했다.
봉덕동에서 신매동으로 자리 옮겼다. 지난번 설치했던 기계였다. 손 좀 보아달라며 부탁 있었다. 여전히 그라인더 초점을 못 맞춰 며칠 끙끙 그렸던가 보다. 달구벌 대로변에 파리바게뜨 위치한 건물 5층이다. 댄스학원인데 여기 오기까지 여간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거래를 트는 처지라 가보았다. 오늘은 상냥하게 맞아주었는데 가게 안에는 여자 분만 셋 있었다. 주인장 이 씨는 댄스 출신이라 어떤 춤이든지 소화한다. 내가 기계를 봐 드리고 라떼아트를 선보였지만, 솔직히 주인장께서 하시는 춤을 한번 보고 싶었다만, 부탁할 수는 없었다. 이곳은 춤출 수 있는 두 개 방을 가지고 있다. 탈의실과 욕실도 있었으며 입구에 조그맣게 카페를 두었다. 의자와 테이블도 마련해 두었는데 아까 봉덕동보다 전망은 훨씬 좋다. 창밖을 보면 달구벌 대로가 훤히 보이며 동네 웬만한 차와 건물 사람까지 내려다볼 수 있어 좋다. 보증금 오천에 월 200이라 했는데 너끈히 마련할 수 있는 자리다. 주인장 이 씨로 보면 처음 사업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달서구에 1호점이 있는데 그곳에 일한 경험이 다분해서 이곳도 충분히 성사시킬 수 있다며 자신만만했다. 특별한 마케팅은 있느냐며 꼬깃꼬깃 물었는데 춤은 모두 특수 카메라로 찍어 인터넷으로 올리기 때문에 검색도 가능해 누구나 찾아볼 수 있고 또 찾아온다고 했다. 젊은 사람으로 참 좋은 일이라 이것만 한 일이 있을까 하며 생각했다. 그러니까 운동이면 운동이고 춤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며 남에게 보여주는 쇼맨십까지 갖췄으니 이 얼마나 복된 일인가!
압량, 더치가 몇 병 나갔다. 오 씨가 팔았나 보다. 날이 조금씩 더워지니 압량이 조금 나아지는 모습 본다.
시원한 커피 한잔 마음은 두잔
속 시원 터뜨리는 봄날 한마당
꽃처럼 손뼉 치며 땅벌 같은 일
소처럼 곱씹으며 뱉는 거미집
압량 마감하고 사동 가는 길, 대백에 들러 찬거리로 여러 가지 샀다. 실은 쿠키 사러 갔다가 갈치와 오징어, 그리고 채소를 더러 샀다. 압량 오 씨가 사놓은 쿠키가 있다. 출출할 때 하나씩 꺼내먹는 것인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 나도 하나씩 꺼내먹은 일로 미안해서 몇 통 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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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