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23日
맑았다.
토요 커피 문화 강좌 열었다. 새로 오신 선생이 세 분이었다. 나이 많으신 분이 계신 것 같아, 자신감 심어주기 위해 이미 여기서 배워 일하시는 분 중 나이 좀 있으신 분께서 운영하는 카페 두 군데 소개했다. 더군다나 창업비에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업계 사장님 몇 분 소개했다. 그러니까 생각보다 창업비가 그리 들어가는 것은 아님을 말하고 무엇보다 내가 커피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중요함을 이야기했다. 왜냐하면, 커피를 많이 알 게 되면 일은 자연스럽게 추진될 것이며 추진된 일은 부드럽게 진행될 것이니까 말이다. 모두 재밌게 말씀을 들으시는 것 같았다. 오늘은 드립교육을 했다. 전국 라떼 아트 최고 권위자로 활동하는 오 선생을 소개하며 시작했다. 오 선생께서 끝까지 수고해 주었다.
사동 직영점은 10시 정시에 모두 출근했을 것이다. 본점 교육이라 직원과 상면하지는 못했다. 압량 정오에 동원군이 출근했다. 동원군이 출근하자, 어제 주문받은 몇몇 군데 그리고 오늘 아침에 주문받은 곳에 들어갈 물건을 본부에서 챙겼다. 실은 어제와 오늘 주문은 월요일 배송해야 맞지만, 문자로 받은 내용은 모두 다급하게 주신 것 같아 직접 배송을 갈 수밖에 없었다.
우선 영천에 갔다. 한 시 좀 지났다. 손님은 한 분도 없었지만 하기야 이때는 점심 갓 지난 시간이라 손님이 있겠는가마는 아르바이트 남자 일꾼과 그의 여자 친구로 보였는데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남자는 20대 중반쯤으로 보였고 키가 훤칠한데다가 인물도 좋았다. 점장께서 계시면 커피 한잔 청해 마시며 배송에 관해 부탁 말씀을 드릴까 했다. 커피 내려놓고 확인하며 그냥 나왔다. 점장께 문자로 커피 왔다갔다며 인사드리시라 했다.
삼풍동에 들렀을 때는 두 시가 조금 넘었다. 손님으로 보이는 여자 두 분 있었다. 막 들어오신 듯 서 계셨는데 젊은 점장과 무슨 말을 주고받는 듯했다. 이곳 점장은 삼십 대 초반으로 알고 있다. 총각이라며 전에 점장께 들었다. 손님으로 오신 여자 분은 모두 미인으로 보였다. 젊은 점장은 커피를 곧 뽑을 듯 포타필터 들고 있었는데 나는 주문받은 커피를 내려놓고 전표를 바 넘어 건넸다. 그러니까 젊은 점장은 ‘구태여 이리 안 가져다 주셔도 되는데요.’ 하며 인사로 말했다. 거저 감사하다며 싱긋이 미소로 화답했다. 그리고 얼른 나왔다. 아무래도 그 시간에 들어간 것이 꽤 방해된 것은 아닌가 하며 생각 들었다.
사동에 (주)유리안 대표 이 씨로부터 받은 플라스틱 더치병을 내려놓고 물건을 확인했다. 근데, 받은 물건이 다르다. 300mL짜리 병이 내려와야 하는데 60mL짜리 병이 내려왔다. 이 씨께 사진 찍어 문자 보내며 주문한 물건이 다르다며 보고했다. 이때 세 시 가까이 됐다. 곧장 대구 곽 병원에 갔다. 월드컵대로 거쳐서 달구벌 대로로 달렸다. 졸음이 쏟아졌다. 한 손으로 핸들 잡고 한 손으로 좌석 중간쯤에 서랍 통을 열며 껌을 꺼내었다. 전방을 주시하며 껌 하나 빼는데 그만하나를 뺀다는 것이 두 개는 흘렀고 하나를 잡았다. 씹는다. 단물이 입안 착 퍼졌는데 눈이 꽤 맑았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당 떨어져서 그러나 하며 생각했는데 아닐 거야 하지만 머리는 꽤 맑았다.
4시쯤 곽 병원에 도착했다. 주문한 커피를 내려놓을 때 점장은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전표를 건네니 얼른 전화 끊으셨고 저쪽 병원에 일하는 이 씨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 손에 덜 익은 듯해요. 메뉴 숙지가 좀 부족한 듯합니다. 본점에서 실습하셨나요. 본점에서는 요즘 아이스카페모카에 토핑으로 시나몬을 뿌리는가 보죠. 등 이야기 계속 이었는데 나는 거저 미소만 지었다. 조금 더 두고 보면 더 잘 하실 거예요 하며 인사드리고 나왔다. 곧장 중앙병원에 갔다. 이 씨 보았다. 이 때 다섯 시 가까이 됐다. 에스프레소 한잔 청해 마셨다. 얼굴이 초췌해 보였다. 목도 쉬어서 어찌나 가련해 보이는지 거저 일 아주 잘하시는 거라며 격려 어린 말씀을 건넸다. 절대 커피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다시 한 번 격려했다. 그리고 주위 일하는 동년배 일꾼들을 이야기하며 앞으로 꿈에 더 신경 쓰시게끔 희망을 얘기했다. 이 씨는 잘하실 거라 다짐 삼아 적는다. 여기서 이 씨로부터 받는 보수 얘기를 들었다. 내가 보아서는 열악했다. 하지만 경영인으로 보면 잘한 처사다. 그러니 이곳 사장님은 돈을 버시는 가보다며 생각했다. 오늘 처가에서 밥 먹고 와서는 아내와 여러 가지 말을 나누었는데 직원 보수 얘기에 관한 것이 있었다. 분명히 우리 직원은 괜찮은 보수로 나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것은 업계와 비교해도 세무서에 발표한 평균자료와 비교해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직원은 오 선생께 이런 말을 했다. ‘아직 시급제로 계산하니 우린 알바나 다름없잖아요.’ 각종 수당과 4대 보험은 무엇인가? 하며 생각이 지나갔다. 오 선생께 한마디 했다. 중요한 것은 직원에게 나가는 보수만 문제가 아니라 국가에 내는 세금이 더 큰 문제다. 한 달 경영하면 제로섬게임이지만 세금 낼 때면 적자 면하지 않으면 다행히 아닐 수 없는 일이다.
머리가 뻑적지근하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최소한 자존심이며 나를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책을 생각지 않을 수 없는 일이며 책만 안 읽을 수 없는 처지도 맞게 된다. 누가 나를 위하며 누가 따뜻한 말 한마디 함께 하겠는가! 사는 것이 괴롭고 사람이 싫은지 오래되었다. 모르겠다. 돈이야 언제 벌릴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조용히 살 수만 있었으면 할 때도 있다.
처가에서 저녁을 먹었다. 오늘 무슨 날이냐고 아내에게 물었더니 어떤 날이어야 밥 먹으러 가느냐고 일축했다. 장인장모님께서는 포도밭에 일하시고 들어오셨다. 집에서 먹는 밥보다는 처가에서 먹으니 각종 반찬에 밥과 국만큼은 진수성찬이 아닐 수 없다. 장모님은 그리 바쁜 농사일에도 저녁을 이렇게 챙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었는데 평상시 잘 해드리지 못한 마음에 마냥 송구했다. 장인어른께서는 소주 한잔 하시게 하며 잔을 건네셨지만 운전도 해야 하며 아직 일끝나지 않아 사양했다. 식사 끝난 시간이 8시 반이나 지났다. 밥상머리에 앉아 오래간만에 여러 군말도 있어야 옳은 예의지만 9시 마감을 보는 동원군은 퇴근해야 한다. 장인어른께 저녁 인사드리며 나왔다.
9시 조금 지나서 압량에 도착했다. 동원군은 이미 마감을 다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 청해 마셨는데 오늘 소개팅 있다며 카톡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쿠 그러면 내가 시간을 너무 빼었나보구나 했더니 아직 연락 안 왔다며 괜찮다며 말한다. 삼십대 초반이다. 이성을 찾는데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일이며 또 신경을 그만큼 안 쓸 수도 없는 처지다. 평생의 반려자를 찾는 것이니 얼마나 중요한 일일까! ‘많이 만나면 끌리는 사람이 있을 거야 세상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니 근면성실하면 좋겠네’
단지 16
털깎은붕이있다.붕은강아지다.전에는한번씩보면매우지었는데지금은짓지는않고몸짓만한다.나는털깎은그녀의몸통을어루만진다.털은없지만,거죽은두껍다.털없는얼굴을본다.코며눈이며입이며날름날름내는혀며만질때마다엉덩이만치켜든다.지도여자라고생리한다.엉덩이는주홍빛이고보지는두툼하다.생리혈이깔아놓은보자기에여린무지갯빛같이쿡쿡찍었다.나는그러느니하며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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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