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24日
맑았다.
사동 개장하며 출근한 직원과 청소했다. 청소 끝나고 배 선생과 예지와 오래간만에 커피 한잔 마셨다. 음악회에 관심 두는 손님은 있었는지 물었더니 모두 없었다고 한다. 예지는 오히려 음악회 물어보는 손님은 여태껏 오시지는 않았다며 얘기했다. 나는 웃으며 그분도 간첩이었나 했다. 카페 활성화 방안으로 무엇이 좋을까요? 물었더니 배 선생께서 여러 가지 말씀을 주셨다. ‘다른 카페는 바깥에 앉아 커피 마실 수 있는 테라스가 있는데 우리는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테라스는 멋지게 만들고 싶다. 지대도 높은 데다가 바깥을 훤히 내려다보며 커피 마실 수 있는 공간 하나쯤은 만들고 싶다. 하지만 이건 엄연히 불법이다. 관에서 허용한 영업 공간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업주는 하시는 일을 더욱 장려하기 위해 테라스를 많이 만든다. 하지만 이거는 경쟁을 부추기는 일도 되지만 동종업계에 심기를 건드리는 처사로 민원 들어갈 소지가 크다. 민원이 들어가기라도 하면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원상복귀로 철거명령을 받을 수 있는 일이다. 내 하는 일을 더욱 잘하기 위해서 한 거라지만 우리는 주위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셈이다. 더구나 카페는 다중이용시설이기에 관심 대상이다.
‘여 밑에 파스타 집 있죠. 팔려고 내놓았다고 하던데요.’ 배 선생께서 한마디 했다. 얼마라며 금액도 자세하게 말씀을 주셨는데 돈이 꽤 되었다. 하기야 대로변인 데다가 신축 건물이다. 주차장까지 완비해 놓고 있으니 땅값 제대로 불렀다. 파스타 한 접시 파는 것보다 땅덩어리 채로 파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정도 돈이면 충분히 땅 사서 새롭고 건실한 창의적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자본이다. 어찌 보면 세금도 절세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유목민의 삶의 철학이 오히려 현대인의 삶을 더욱 빛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안주하면 오히려 죽을 것이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나서는 사람이야말로 살 수 있을 것이다. 먹고 싸며 쉬는 삶의 주기를 길게 잡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것 말이다. 그러니까 하루 벌어 하루 경비 떨고 급급하게 쪼들리며 사느니 큰 덩어리 하나 만들어서 팔아버리고 그 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서 더 좋은 정보로 멋진 아이디어 상품을 만드는 시간까지는 어느 것이 더 긴가 하는 것이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매일 쪼들리며 사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비평을 받겠지. 비평을 받은 만큼 돈은 벌겠지. 글이고 뭐고 없겠지. 하지만 유복한 삶은 살겠지. 모를 일이다. 더 못할 수 있으니 앞을 장담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내실을 다지며 마음을 다스리고 내 하는 일에 뜻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만이 하루를 살아도 바르게 사는 것이며 오래가는 것이리라 믿는다.
오후, 사동에서 책 읽으며 보냈다. 정평에서 문자가 왔다. 20일 자 커피가 향이 좀 덜하다며 오히려 지난 거 남은 것 있으면 바꿔달라고 했다. 마침 사동에 재고가 있어 바꿨다. 옛 점장 손 씨가 있었는데 커피 확인하기 위해 아이스 에스프레스 한잔 청해 마셨다. 맛과 향만 좋다며 한마디 했더니만 주위 있는 사람도 ‘커피 맛 괜찮은데요.’ 하며 맞장구 한다.
본점에서는 오 선생께서 본점용 아메리카노 커피 전용으로 쓸 커피를 볶았다. 가비와 한의대에서 커피 주문을 받았다. 내일도 휴일이라 전화 한 분도 있었지만, 문자로 혹시 쉬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보내신 분도 있었다.
압량은 옆에 성당에서 무슨 기공식 가졌나보다. 오시는 고객께 물었더니 동편에 있는 건물을 허물고 대학생을 위한 용도로 건물 짓는다고 했다. 성당에 신부님도 한 번씩 바뀌는데 이번 신부님은 젊으신 분이다. 아직 사십이 안 되신 거로 안다. 전에 신부님은 어찌나 딱딱하셨는지 옆에 커피를 팔면서도 여러 가지로 신경 쓰이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 이번에 새로 부임해 오신 분은 아직 인사도 못 나눴다. 오신지 아마 1년 넘었지 싶은데 말이다. 대로변이 두 겹으로 주차한 차로 아주 붐볐다. 저녁때였는데 이렇게 붐빈다고 해서 커피 판매하고는 거리가 멀다. 임시 주차요원으로 나서며 차를 정리하신 분 있었는데 가만 보니까 전에 암웨이 통해서 알 게 된 전 사장님이다. 전 사장은 건축자재 관련 일을 한다. 그러니 이번 공사도 건축 관련이니 이렇게 참석하시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얼떨결에 눈 마주쳤는데 악수하며 인사 나눴다. 실은 친함이 없으니 먼저 인사하기가 쑥스러웠는데 손을 건네니 밝은 얼굴로 악수하며 가게로 바로 들어왔다. 성당의 신부님 처세를 간접적으로 보는 마당이다. 아무튼, 전에 신부님보다 신자가 는 것은 사실이다.
단지 17
주차한차가대로변에두겹이다.가로수은행나무가제그림자만길게늘여놓는다.구린내폭폭나는은행알이여기서왜생각나는건지!나는그은행알을뭐잘모르고주슨적있다.아이스테이크아웃용컵에다가가득담았다.어떤때는손으로이개며씨를발겼을때도있었고그냥물에폭담가놓았다가좀삭으면다시이개며씨앗을얻은적도있다.주황색소쿠리에그씨앗이한가득있다.아무짝도쓸모없이내버려두었다.차는한대씩빠져나갔다.은행나무는그대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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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