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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자리(작성일 : 2015-06-25 02:01:52, 조회 :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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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토마스 덕만 (무지 긴 글, 단편 소설 분량)      





<<토마스덕만>>

승객들이 다 자리를 잡기 전에 왜관역을 지난 기차는 어느새 낙동철교를 건너고 있었다.
낙동강은 여전히 도도하게 하류를 향해 흐르고 있었고, 강 양쪽에는 하얀 모래들이 길게
늘어지며 강을 따라 함께 흘렀다.

그때 문득 그 글자가 보였다. 누가 썼을까?
차창너머 보이는 낙동강 모래밭에는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의 큰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토마스덕만>
어린아이의 장난이었을까? 아니야...그건 아닌 것 같아...
도도히 흐르는 낙동강과 그 낙동강을 따라 줄지어 이어진 과수원들 사이, 길게 펼쳐진 모래밭에
크고 선명하게 쓰여진 그 글자에서는 이상하게도 뭔가 사연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글자에 생각의 꼬리가 잡혀있을 즈음, 마침 비어있는 옆자리에 노란 머리의 중년 외국인이 앉았다.

서울에 있는 무역회사에 면접 시험을 치르러 가던 나는 어쩌면 영어면접 시험을 미리 연습해 볼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설레었다.
평소 소심해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쉽게 말을 건네지 못했었는데, 오래도록 취직을 기다려온 데다가,
입사시험의 가장 주요 채점항목이 영어회화 능력이다 보니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아니었고,
한국에서 외국인과 같은 자리에서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도 않지 않는가.

"Good afternoon~"
"Good afternoon..."

나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피곤한 듯, 내 인사만 받고는 의자를 뒤로 젖히더니 눈을 감아버렸다.
더 이상의 대화를 원치 않는 느낌이 역력해 보이는 동작이었다. 그는 눈이 파랗거나 갈색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붉었다는 것을 빼곤 특이할 곳이 없는 보통의 그저 그런 외국인이었다.
왜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부대에 볼일을 보러 온 외국인인가보다 생각한 나는 금새 실망감을
접어두고 내일 치를 면접시험을 대비한 영어 자기소개를 다시 한번 암송하기 시작했다.

구미역에 다다를 즈음 이상한 느낌이 든 나는 차창 밖을 내다보던 시선을 거두어 그 외국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는 게 보였고, 그의 어깨가 들먹거리더니, 금새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기차여행에 옆자리에 외국인이 앉는 경우도 드물지만, 그 외국인이 우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고
황당한 경우가 아닌가...?
하지만 그런 것들을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그는 격한 슬픔에 사로잡힌 듯 보였고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말없이 손수건을 건네는 일이었다.

"May I help you? What's wrong with you?"
연습하지 않은 영어가 그 순간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미안하네. 그만 갑자기 눈물이 나서..."
내가 건네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던 그의 입에서는 유창한 한국말이 흘러 나왔다.
"어! 한국말을 잘 하시네요."
"나는 한국인이야. 지금은 미국인이지만 오래 전부터 쭉 한국사람이었지."
그 말을 하고 그는 입을 꾹 다물었지만, 나는 그가 다음 말을 하기까지 기다려야만 할 것 같았다.
이상하게 반말에 대한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에 그가 입을 열었다.

"혹 아까 낙동강을 지나면서 모래밭에 토마스덕만이라고 쓴 글자를 봤는가?"
"네. 봤습니다. 안 그래도 누가 썼을까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혹시...?"
"그래 내가 썼네...내 이름 토마스덕만."
그는 긴 숨을 내쉬며 드문드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 어머니는 참 고운 분이셨네...그 어머니가 사랑한 사람은 한국 동란에 참전한 미군 장교였지...
누구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시절이었네...
다행히 미군부대 군속으로 근무하던 어머니는 전쟁의 와중이었지만 생활의 궁핍은 면할 정도는 되었고,
근무지에서 만났던 미군 장교였던 아버지와 전쟁의 틈바구니에서도 서로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하게 되었다네..."

"그 당시로서는 외국인과의 사랑이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었지만 전쟁이란 상황이 아마도 국경을
초월하게 만들었을 테지...내가 어머니 뱃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아버지는 치열했던 어느 전투에서 그만 전사를 하셨다네...태어나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던
나라에서 사랑한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이 태어난 그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이국의 땅에
몸을 묻은 거라네...."

드문드문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예전에 보았던 영화들을 떠올려 보았다.
무기여 잘있거라, 애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모두 전쟁 속에 피어난 애처로운
사랑이야기들이었다. 막연히 그런 사랑이었을까...추측해 볼 따름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나를 임신한 채 고향으로 돌아온 어머니의 이름은 부끄러운 여인의 이름. 화냥년이었다네...
내가 태어나자마자 내 노랑머리와 파란 눈은 바로 그 화냥년의 증거가 되었지..."
흘낏 쳐다본 그의 눈은 붉은 색에서 어느새 파란 빛깔의 고운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우느라 붉은 색으로 충혈 되어 있었구나...

"아버지가 남긴 이름 토마스 뒤에 어머니는 한국 이름 덕만을 붙여 주셨지...우리들은 낙동강가에
있는 외갓집의 과수원에 유배되어 살았네...사람들의 눈과 귀를 피하고 싶은 우리 외갓집의
고육지책이었겠지...내 어릴 적, 어머니가 이른 새벽, 사람들 눈을 피해 왜관에 주둔한 미군부대로
출근하고 나면, 나는 어머니가 역시 사람들 눈을 피해 돌아오는 밤늦은 시간까지 온종일 혼자서
과수원이나 낙동강 가 모래밭에서 놀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네...지루하고 약간은 무섭기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내 일생 가장 복된 나날들 아니었나 싶네...언제 자네도 기회가 되거든 그 낙동강의
모래밭과 과수원에서 하루쯤 시간을 보내보게..."

"놀다가 지치면 치열했던 낙동간 전투로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스며들었을 그 하얀 모래밭에
몸을 누이고 하늘을 보았다네...봄 여름 가을 겨울 그 강 위에는 늘 파란 하늘과 내가 벗삼던
구름들이 떠다녔지...강물을 보고 있노라면 그 강물이 하얀 구름들을 품고는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더군...
열 대의 기차가 지나가면 해는 서산으로 지고...집으로 돌아오는 어머니에게서는 늘 술 냄새가
났었네...술을 먹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으셨겠지....하루는 오줌이 마려워 잠을 깼더니 어머니가
안 보이시는 거야...보름 달 빛에 의지하여 어머니를 찾아다니다가 결국 낙동강가에 앉아 있는
어머니를 보았지...두 손으로 모래를 가득 담아 바람에 날리면서 앉아 계셨네...다가간 나를 보며
'아버지의 넋이란다...' 말하시던 어머니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지...어머니의 슬픔이
내게 전해져서가 아니라 나는 어머니를 곧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함께 울었네..."

"담배를 입에 대던 어머니는 기침을 하는 날이 잦아졌고, 어느 날부터는 출근을 하지 않은 채
나날이 창백해져만 갔었네...자리에 누운 어머니를 보며 외할머니가 하는 말씀을 듣고 나는 어머니가
폐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가끔 기침을 하다가 손수건에 피를 묻히는 어머니가 슬슬 두려워졌네..."

그는 다시 감정이 격해진 듯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다가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참 자네는 왜 서울을 가는가?"
"네. 취직 면접 시험 보려고 가는 길입니다."
"그래? 꿈이 많을 시기구만...어떤 회산가?"
"작은 무역회삽니다만..."
"자신은 있는가?"
"면접을 영어로 본다는데...사실 걱정이 좀 됩니다."
"그래? 그렇다면 내가 좀 도움이 될 수 있겠구만. 내 이야기를 들어준 보답으로 내가 좀 도움을 줌세.
준비한 걸 한번 말해보게."
영어로 준비한 자기 소개를 진지하게 듣더니 잘 준비했다고 칭찬을 하고는, 몇 군데 수정할 부분을
지적해주었다. 면접에서 활용할 간단하지만 유익한 문구들도 몇 가지 더 일러주었다.

"아까 하시던 이야기 계속하시죠..."
이제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진 내가 재촉을 했다.
"그래...하던 이야기니 마저 해야지..."
그의 파란 눈은 다시 과거로의 회상으로 흐릿해졌다.

기차는 차창 너머 바라보이는 경치들을 휙휙 뒤로 날려보내며 대전을 지나 서울을 향해 열심히
줄달음을 쳤다.

"어머니의 기침은 한번 시작되면 좀처럼 멎질 않았네...지루하도록 계속되던 기침이 잦아들 즈음
어머니의 입을 가린 손수건에는 빨간 피가 겉으로 베어 나왔었지...나는 겁에 질린 채 벌벌 떨며
어머니의 기침만큼이나 오래도록 악악대며 울어대다가, 기진맥진한 어머니가 다시 쓰러져 잠이 들면
그때야 강가로 나가곤 했네....강가에 나가면 그곳은 하얀색과 파란색 둘 뿐이었지. 두려운 빨간색은
모래 밑으로 숨어들어 보이질 않았네...소리를 질러도, 악악대며 서럽게 울어도, 마구 달려도 강은
언제나 그런 나를 말없이 안아주곤 했다네..."

지나가는 홍익회 판매원을 불러 맥주 두 캔을 산 그는 나에게 하나를 권했다. 목이 마르던 참이었던지
한 모금을 마시니 시원한 느낌이 갈증을 아래로 몰고 내려갔다. 갈증이 사라진 대신 약간의 뇨의가 느껴졌다.

"겨울이 되자 어머니의 기침은 더 심해졌고 어머니의 입을 막던 손수건은 수건으로 바뀌어졌네...
어머니의 얼굴은 겨울 변태라도 하듯 흰눈처럼 하얗게 변해갔고, 어머니의 몸에 붙은 살들은 허물 벗듯 얇아져만 갔지..."

"그해 겨울은 유독 추웠네...드물게 강가가 얼어붙자 마을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러 강가로
몰려오곤 했네...열살 언저리의 나이였으니 얼마나 친구를 사귀고 싶었겠나...그런데 그 아이들
가까이 다가가면 그 아이들은 노랭이 새끼, 갈보새끼라고 욕을 하며 나를 향해 돌을 던졌네...
후후...그 욕이 무슨 뜻인지 아는 나도 적개심에 불타올라 그 아이들을 향해 돌을 던졌지...
아이들이 우 몰려오면 과수원 안으로 도망치고...그러다가 다시 나가 돌을 던지고...처음엔 화가 나서
하던 일이 나중에는 그들과 나의 즐거운 놀이가 되었다네...그 욕만 빼면, 아주 즐거운 놀이였지..."

그는 정말 그때의 기억이 재미가 있었던지 돌 던지고 도망가는 시늉까지 해보이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얼른 측은하다는 생각을 접어 넣고 마주보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하루는 그들에게 그만 붙잡히고 말았네...그들은 내 노란색의 머리칼을 한 웅큼 뽑아서는
신기하다며 후 불어서 바람에 날리며 장난질을 쳐댔지...내 눈을 까뒤집어 눈동자가 파랗다고
깔깔대며 웃기도 하더군...미군에게 얻어 씹던 껌을 내 머리 여기저기에 붙이는 것으로 그들의
장난은 끝이 났었네...그날 나는 그들에게 당한 수모보다는 내 머리카락과 눈동자와 피부색이
그들과 같은 색이 아니란 것이 그렇게 분하고 서러울 수가 없었다네..."

그는 다시 감정이 격해진 듯 눈을 감더니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길게 내쉬었다.
이미 그의 감정에 이입되어 버린 나에게도 그 분함과 서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는지 가슴 한쪽에서
울컥한 무언가가 솟구쳐 올랐다.
나는 숨을 고르는 대신 맥주를 벌컥 마시는 것으로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울며 집으로 돌아온 나를 보신 어머니는 모든 것을 짐작하신 듯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벌떡
일어나 부지깽이를 들고 강가로 달려나가고, 나는 방으로 뛰어들어 거울 앞에 앉아 저주받은
내 머리를 가위로 잘랐네...잘려나가는 노란 머리카락 부피만큼 내 마음도 가벼워져 붕붕 공중을
날 것처럼 느껴졌었네...내 머리가 쥐 파먹은 꼴이 되었을 무렵, 어머니가 돌아오셨지...
무슨 말이라도 하면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대들 작정이었지...왜 날 낳았냐고...근데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날 물끄러미 바라보시다가 내 손에 있던 가위를 대신 잡고 내 머리를 짧게 고르기
시작하시더군...거울로 건너 본 어머니의 눈이 점차 핏빛이 되더니 그 눈에 눈물이 고이고
한 두 방울 떨어지다가 마침내 주르륵 흘러내렸지..."

그의 눈에도 다시 눈물이 고이고 그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자 내 눈에도 눈물이 고이는 게 느껴졌다.
눈을 감자 고였던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돌아앉아 어머니에게 안기며 미안하다고...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고 말을 했는데 어머니는
도리질을 치시며 내 죄다~ 내 죄야~ 미안하다 토마스...미안하다 덕만아...이 말만 하셨지...
그 날 그 어머니의 품은 참 따뜻했었다네..."

"그날 밤, 어머니는 미국에 사는 할아버지가 곧 나를 데리러 오실 거라고...할아버지를 따라가면
그곳에서는 날 놀리는 사람들이 없을 거라고...그 곳에 가면 학교도 다니고 친구도 사귈 수 있을 거라고...
그 곳에 가거든 이 곳에서의 일은 모두 잊어버리라고...그러나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 덕만이는
잊지 말라고 말씀하셨지..."

"그날 밤은 긴장된 하루를 보낸 탓인지 어머니의 기침이 유독 심했는데도 나는 일찍 잠이 들고
말았네...잠결에 어머니의 기침이 멎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고...어머니의 찬 손이 내 뺨을 쓰다듬던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네...그 다음날 아침 어머니는 내 곁에 안 계셨네. 사흘 후에 어머니는
세 마을이나 내려간 아랫마을 강가에서 발견되었지...강이 얼어붙던 겨울이라 살아 생전 모습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웃고 계셨다고 외할머니는 내게 말해 주셨지... 집안의 수치라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어머니는 곧바로 과수원 옆의 공터에 작은 무덤 하나 남기고 아버지 곁으로 떠나셨다네..."
"그럼 할아버지 따라 미국으로 들어 가셨겠군요?"
"그랬지...할아버지는 날 볼 때마다 껴안고 우시곤 하셨지. 내가 돌아가신 아버지와 꼭 닮았다며
무던히도 나를 사랑하셨다네..."

"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이 곳에서의 일들은 이미 내 기억에서 죄다 지워지고
없었다네...아니...그냥 내 의식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고나 할까...그 교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네...아주 성격이 괴팍한 교수님이 한 분 계셨는데 그는 강의 시간 중에 아무나 불러 세워서
즉흥시를 짓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 교수였다네...많은 친구들이 그 교수의 제물이 되었지...
시제를 즉석에서 정해주니 미리 준비할 수도 없고, 긴장된 마음으로 지어내는 시야 이미 시가
아니니 그 교수의 혹평을 피할 수가 없었다네. 어느날 드디어 내가 그 제단에 바쳐졌네..."
"그래서요?"
새롭게 전개되는 이야기라 호기심이 가득한 음성으로 내가 물었다.

"그 교수 입에서 <강>이란 시제가 주어지자마자 까마득히 잊고있던 낙동강이 갑자기 생생하게
내 머리 속에 떠올랐어...미처 감상에 젖을 겨를 없이 내 입에서는 그 때의 기억들이 운율을 타고
흘러 나왔네. 따로 기교를 부릴 필요도 없었다네...그냥 그 강과 그 강이 품고 흐르던 하늘과 구름,
그 강을 가로지르던 바람, 강과 함께 흐르던 하얀 모래밭, 그 모래 밑에 스며든 젊은 넋들의 피...
철길, 기적 소리...그리고 어머니... 모두가 시가 되고 노래가 되었다네...다 끝내고 나니 내 눈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고...강의실은 한참 동안 조용했었네...이윽고 제물이 되고자 고개를 들어
교수님을 바라보니 바닥에 떨어뜨린 책을 주워들던 교수님이 천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곧이어 강의실은 온통 박수소리로 가득 메워졌다네..."
진한 감동으로 내 가슴이 뿌듯해졌다.

"지금 나는 미국에서 제법 유명한 시인이 되었다네...그 날 이후 낙동강은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내 시의 샘물이 되었고, 샘물을 퍼내면 낼수록 낙동강에 대한 내 그리움은 깊어만 갔네...
내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지만...내 아픈 기억의 현장이었던 그 낙동강에 대해 깊어져만
가는 그리움을 막을 수가 없었다네...그 그리움이 인연을 이끌었는지 마침 영시 강연에 초청되어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지..."
"그래서 그 곳을 다녀오셨군요?"
"그랬지...그 곳에 가서야 나는 알게 되었네. 나는 한국 사람이었다는 것을...몸은 비록 미국인의
것이고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나는 그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한국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네...설명하긴 어렵지만 나는 그걸 느낄 수 있었네...내 모든 정서와 감정이 이 곳에서
피어나고 있었음을 깨달은 것이지...낙동강은 바로 내 고향이었던 거야..."

다시 바라본 그는 여전히 노란 머리와 파란 눈을 가진 중년의 외국인이었지만 더 이상 이방인의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는 내 곁에 앉아서 어깨를 들먹이며 울 때부터 이미 한국사람이었다는 것을
나는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처럼 그 강가에 서서 두 손 가득 모래를 담아 날려보내며 아버지의 넋을 위로해 드렸네...
곧 지워지겠지만...어머니 무덤 가장 가까운 곳에 커다랗게 내 이름 <토마스덕만>을 새겨 두었지..."

건배를 하고 남은 맥주를 비우니 기차가 서울역에 멎었다.
굳은 악수를 하고 어색하지 않은 포옹을 하면서 우리는 서로의 귀에 이렇게 속삭였다.
"맞아요. 아저씨는 고향이 낙동강인 한국인이 틀림없어요. 잘 가요. 토마스덕만 아저씨..."
"자네도 꼭 취직되길 빌겠네...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세 젊은이..."

나는 택시 승차장을 향해 걸어가는 노란 머리 파란 눈의 한국인, 토마스덕만 아저씨의 등을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전철을 타러 발걸음을 옮겼다.
왠지 내일 시험을 잘 치를 것 같은 예감을 느끼면서, 복잡한 이방의 도시, 서울의 전철에 몸을
실으니 영등포를 향해 달려가던 전철은 곧 도시의 불빛들을 가득 담고 자못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을 힘자게 가로지르며 건너고 있었다.

'저 한강에는 더 많은 사연들이 녹아 흐르고 있겠지...?'




물가에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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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를 겪지 않은 세대이지만
우리 어린 시절은 온통 반공 방첩으로 무장된 시절이였지요
표어고 포스터고 온통 반공 방첩...
"간첩은 자수하라" 간첩 신고는 00 번으로...
토마스 덕만
이름 지은것만 봐도 충분히 주체성이 넘치는 ....
지금이야 국경 없는 사랑이라고 인정해 주고 아름다운 사랑이지만
그때 외국 군인들 사이에 태어난 혼열인 들의 설움은 말로 표현 할수 없었겠지요
아마도 우리 국민들의 무지가 한 몫을 했든 것 같습니다
외세 침입을 위 아래로 그렇게 받고 살았으면서 무슨 단일 민족 백의 민족이라고 핏줄을 내세우고.....
잠 못 이루는 밤에 단편 소설 한편이 더 행복하게 해 줍니다
사연이야 가슴 아프지만 주인공이 잘 되어 돌아오니 더 이상
해피 엔딩이 없습니다
6.25 같은 비극은 더 이상 있어서도 안 되고 있게 해서도 안 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행복하신 하루 되셔요 마음자리님
2015-06-25


마음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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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 철교가 보이는 낙동 강가에 외가 과수원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 딱 한번 가보았는데, 하얀 모래가 참 기억에 남았었어요.
그때의 기억과 첫 면접을 보러 가던 날의 기억을 합쳐, 써보았던
글이었지요. 6.25를 맞아 한번 올려보고 싶었습니다.
현재 겪는 아픔들도 어쩌면 먼훗날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자양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요.
물가에님, 이른 시각인데 아직 잠 못들이시고...
2015-06-25


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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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머물러만 갑니다.
긴글 올리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마음자리님!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2015-06-25


보리산(菩提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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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6 25,
피난간 곳에서 낙동강 전투를 목도한 세대
제트기는 낮에도 폭격, 밤에는 조명탄 쏘아 올려놓고 폭격,
즐비한 시채, 제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헛된소리일삼는 군상들 헛소리그만하고 지난 역사나 잊지않도록 하였스면.
그때의 한국사회를 지금의 한국 사람이보면 미개국이라고 흉보겠지요.!
2015-06-25


저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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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날에 읽는 토마스덕만 님의 생애
순간에 읽어 내려가면서 나도 같이 눈물이 주루르 흘러
화장지를 적시었습니다 가신 어머님 그 섫은 생을 어찌 견디고
가엾은 덕만을 어찌 남겨 두시고 하늘나라에 가셨을까요
비극은 그 전쟁 때문인것을 결국은 전쟁의 아픔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세상 끝날때 까지 지울수 없는 무서운 슬픔을
남기고 분단된 나라로 만들었지요
다시는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누굴 위한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에
슬픔의 생을 만들었을까요
따끔 거리며 흐르는 눈물을
닥으면서 토마스덕만님의 행복을 기도합니다

마음자리님 긴글 실화인듯 합니다 그후 분명 합격 하시여
그 무역회사로 외국에 가셨을듯 합니다
멋지고 건강히 아름답게 사세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
2015-06-25


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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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이며 슬픈 이야기입니다.
역사의 비극이었지요
지금이야 국경 넘나드는 사랑 보통이지만
그 당시엔 마음 고생이 참 심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5-06-25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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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야기
슬픈 이야기 이렇게 올려주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읽어 내려오면서 마음이 참 아픕니다
나라의 힘은 강해야 합니다
백성들이 마음 편하게 살게 하려면은..
201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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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8   제비둥지  [14]     물가에 아이 2015/07/05 591
20217   으아리꽃  [8]     ♡들향기 2015/07/05 422
20216   자연 편지지  [11]     고지연 2015/07/05 420
20215   추암 해수욕장  [10]     고지연 2015/07/05 347
20214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안에서 ~  [12]     저별은☆ 2015/07/05 531
20213   세월이 준 훈장을 어쩌리.   [19]     해정 2015/07/05 453
20212   숲 속의 요정  [5]     작음꽃동네 2015/07/05 361
20211   오늘은 토요공연  [9]     베드로(김용환) 2015/07/05 266
20210   즐거운 가족 나들이  [13]     숙영 2015/07/04 394
20209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 10  [5]     여농 권우용 2015/07/04 259
20207   길 위에서   [9]     고지연 2015/07/04 312
20206   원마운트위로 지는노을  [4]     베드로(김용환) 2015/07/04 300
20205   호수공원의 연  [6]     베드로(김용환) 2015/07/04 311
20204   화초 고양이 달타냥  [5]     宇山 2015/07/03 450
20203   연꽃과 보케 사진  [11]     저별은☆ 2015/07/03 349
20202   미하스 지나 그라나다 가는 길... - 9  [3]     여농 권우용 2015/07/03 263
20201   인동초  [5]     사노라면. 2015/07/03 309
20200   세미원 연 밭에서..........  [3]     베드로(김용환) 2015/07/03 267
20197   생강나무 전설  [8]     마음자리 2015/07/03 498
20196   능소화 그대 내 사랑   [15]     저별은☆ 2015/07/02 439
20195   3월 28일 천성산의 산꽃들  [10]     작음꽃동네 2015/07/02 369
20193   할매바위 만나기  [24]     물가에 아이 2015/07/02 411
20192   패스의 메디나, 1.300년 전의 고대도시. - 8  [6]     여농 권우용 2015/07/02 227
20191   나도 연-3 (세미원)  [6]     베드로(김용환) 2015/07/02 278
20190   나도~연-2...(세미원)  [4]     베드로(김용환) 2015/07/02 227
20189   6월의 마지막 수국화  [8]     줄기세포 2015/07/01 384
20187   붉은 수련이 피기 까지는 ~  [11]     저별은☆ 2015/07/01 330
20186   3월에 피는 꽃  [14]     작음꽃동네 2015/07/01 375
20185   채송화  [7]     사노라면. 2015/07/01 247
20184   아프리카 모로코 기행. - 7  [9]     여농 권우용 2015/07/01 308
20182   잉태 (두물 머리에서)  [16]     숙영 2015/07/01 300
20178   녹산수문  [7]     보리산(菩提山) 2015/06/30 298
20176   공작새와 앵무새   [11]     저별은☆ 2015/06/30 361
20173   6월 마지막 들꽃이야기(자귀나무꽃 외...)  [14]     작음꽃동네 2015/06/30 359
20172   스카이 워크 오륙도 황홀한 밤 풍광  [17]     해정 2015/06/30 339
20171   내 노래는  [9]     이재현 2015/06/30 348
20170   갈치구이 먹는 법  [10]     마음자리 2015/06/30 581
20169   행복한 경주나들이  [16]     다연. 2015/06/29 401
20168   주일날.....  [14]     베드로(김용환) 2015/06/29 326
20167   양귀비  [14]     작음꽃동네 2015/06/29 373
20166   다복 다복 참으로 아름다운[네 이름이 궁금하구나 ]  [22]     저별은☆ 2015/06/29 439
20165   아들과 좋은 추억을 남기다.  [12]     해정 2015/06/29 398
20164   옛 양수철교와 두물머리의 풍경~  [14]     소중한당신™ 2015/06/29 430
20162   주음치 강가  [18]     숙영 2015/06/29 420
20161   아라 연꽃  [6]     보리산(菩提山) 2015/06/28 344
20158   하늘말나리  [11]     작음꽃동네 2015/06/28 268
20156   왕원추리의 오해  [9]     작음꽃동네 2015/06/28 238
20152   삼강주막으로 초대2  [20]     다연. 2015/06/28 361
20151   애네들도 나리꽃인가요?  [10]     사노라면. 2015/06/28 246
20150   갯골에 석양이 붉어져 올때  [10]     저별은☆ 2015/06/28 338
20149   스패인 광장, 정말 스패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6  [6]     여농 권우용 2015/06/28 264
20148   인천 근현대사 기행중 만난 '김재열의 개항장 인천의 풍광전'에서  [16]     찬란한 빛 2015/06/27 677
20147   노란 꽃(괭이 밥)  [8]     사노라면. 2015/06/27 314
20145   눈깔사탕  [10]     마음자리 2015/06/27 340
20144   참나리  [13]     작음꽃동네 2015/06/26 306
20143   삼락공원 갈매기.  [17]     해정 2015/06/26 369
20142   풀잎처럼 눕다  [6]     유승희 2015/06/26 361
20141   세비야 대성당, 장엄하고 아름다운.... 여행 5  [5]     여농 권우용 2015/06/26 373
20140   오션월드와 골프장,스키장들  [14]     숙영 2015/06/26 334
20137   비오는날 삼강주막으로 초대  [12]     다연. 2015/06/25 482
20136   시원 합니다 ^^  [8]     8579笠. 2015/06/25 312
20135   한지붕 여덟 가족  [11]     작음꽃동네 2015/06/25 364
20134   한국의 OK 목장 [갯골]  [16]     저별은☆ 2015/06/25 485
  토마스 덕만 (무지 긴 글, 단편 소설 분량)  [7]     마음자리 2015/06/25 391
20131   65주년 맞은 6.25  [21]     물가에 아이 2015/06/25 291
20130   리스본의 관광 명소들..... 여행 4  [6]     여농 권우용 2015/06/24 289
20129   하늘에서 별이 내려왔어요(하얀 별꽃 세덤)  [11]     사노라면. 2015/06/24 471
20127   아름다움 의 절정 연꽃  [18]     저별은☆ 2015/06/24 422
20126   황홀한 선물의 행복  [16]     해정 2015/06/24 325
20125   잊혀진 사람들  [7]     마음자리 2015/06/24 375
20124   팔봉산 다녀 왔어요^^*  [14]     숙영 2015/06/23 404
20123   수련의 그림자놀이  [16]     해정 2015/06/23 320
20122   심오?했던 주변 스케치  [14]     다연. 2015/06/23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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