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점을 보는 저녁 / 허영숙
-THE MOON
생각이 많으면 발목에 힘이 빠진다
발목을 접질리고 앉은 저수지에 물 내를 품은 달이 떴다
그건, 오래된 불안과 새로 오는 다짐사이에 서성이는 내게
누가 작정하고 내민 카드라고 나는 믿는다
하늘과 저수지, 두 개의 달을 놓고
어느 쪽이 내가 바라보고 싶은 것인지 망설이는 동안
바람이 발묵한 구름이
잠시 두 개의 달을 지워준다. 그러나 여전히 달은
두 개의 얼굴로 마음의 행간을 번갈아 다닌다
이 불안의 기원은 오래되었다
내가 뭔가에 대해서 함부로 결정짓지 못할 때, 알아차리지 못할 때,
누군가가 한쪽은 허상이라고 말했을 때도,
바람이 불자 저수지의 달이 물주름을 만들며 번져 나간다
네가 그림자였구나, 그것도 모르고,
켜켜이 쌓인 마음 한 장 쉽게 뽑아들지 못해 손 떨리는 감정을 소모하고 있었구나
물 위의 상을 지우며 바람이 하나의 괘卦를 알려준다. 가장 먼저 어두워지는 집에서부터 불빛이 하나씩 새로 태어나고 있다
*타로 :THE MOON의 정위치는 어두움과 불안과 혼돈, 역위치는 해결, 결심 , 알아차림 등을 나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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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을 동인 [동인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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