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아래에서
-고 김종성 시인을 추모하며
/ 박 광 록
고 김종성 시인!
봄 가울 동인모임 때마다
손수 만든 복분자, 오디주. 인삼주를
항아리 째 안고 신나게 달려오던 그가
밤새 안녕! 하고 떠났단다.
첫 부음 접하고선
꿈이려니 어리둥절하고 기가 막혀
믿겨지질 않았다.
전날 밤까지 그토록 유쾌한 웃음꽃
한방 가득했는데....
이틀 전, 설날아침엔
아들딸 손주들로부터 세배를 받으며
선선히 축복 해주던 덕담이
마지막 유언일 줄이야!
인생무상이라더니 이리 허망해서야
치매 걸린 구순 노모를 지극정성으로
수발하던 효자인 그가
정작 자신의 죽음은 전혀
예상도 준비도 못한 채
한마디 인사도 없이 그는 홀연히
우리를 떠나 그 강을 건너고 말았다
그럴 바엔 차라리 정이라도 떼고
갈 것이지...
어느 철인(哲人)은
“내일 당장 세상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이 사과나무를 심겠노라”던 말이
과연 그의 철학 이었나
그랬다
그는 어제도 그제도-
줄곧 사과나무를 심고 있었다.
이제 그가 심고 간 나무아래서
쓰리고 아린 가슴 쓸어내리며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범벅이 된 눈물로
그의 얼굴을 떠 올린다
훗날,
그의 사과나무에 달린
풍성한 열매를 반갑게
따 먹으리라
아사삭 하는 소리 들으며
한입 베어 물때마다
그의 미소로 보리라
그의 노래로 들으리라
그의 시(詩)로 읊으리라
2015. 2. 21(토)
-김종성 시인의 부음을 듣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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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을 동인 [동인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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