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2月 20日
우리나라는 산이 많다. 저 먼데, 산까지 훤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날 맑았다.
德
곡간이 두둑하면 예가 있나니
두둑해지기 위해 예를 표한다
예를 표하다 보면 덕이 쌓이니
덕 쌓으면 곡간이 중요치 않네
아침 사동 출근 하는 길이었다. *** ** 형님께서 문자 주셨다. ‘아우님 덕담 고맙고요. 그런데 엊그제 대형마트에 가보니 지금 내가 마시는 케냐AA가 250g에 육천 원 조금 넘게 정가로 매겨져 있고 1kg짜리가 22,000원 미만 이더만 마라와카 블루마운틴은 1kg짜리가 26,900원 이더만 이건 아우님 가게에서 파는 원두하고 같은 이름이라도 뭔가 다른 건가 궁금해서 햇콩이랑 묵은 콩의 차이인가? 시중 가격하고 아우님 회사 가격하고 워낙 차이 나니까 의아심도 나고 그 이유가 궁금해서 오해는 하지 마셔 그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유통구조의 차이인가 아니면 소형과 대형, 원두의 차이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으니 알려주소’
사동에 도착했다. 문자 답변을 드렸다.
‘네에 ** 큰 형님 말씀 매우 고맙습니다. 저의도 납품용은 위 제시한 케냐는 같고, 블루마운틴(마라와카 산)은 우리는 23,000~25,000원 판매합니다. 올해부터는 커피 유통법이 바뀌었다 합니다. 그러니까 일반 마트 소매점도 커피를 팔 수 있고 대기업들이 시장 진입할 수 있게 풀었다고 하데요. 만약 저의도 그렇게 판다면 분점과 관계가 그렇고, 또 일반인은 양이 많으면 커피 맛의 효력을 잃는 것도 있고요. 저의가 파는 커피 양도 일반인에게는 일주일 분 이상입니다. 보름 지나면 산패가 되어 커피 맛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혹여나 커피가 많이 필요한 업소 같은 데는 별도로 도매가 적용해서 위 제시한 가격으로 드립니다. 형님 소량으로 자주 드시는 게 몸에 좋고 맛 또한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250g양도 어느 곳은 많다고 얘기하는 곳도 있더라고요. 유명한 카페에 가면 더욱 소량으로 판매할 것을 권장하기도 하고요. 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산패 때문입니다.
‘행여 품질이 같다면 케냐AA 250g짜리로 비교하면 6,000원대와 15,000원이라면 소비에 사업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염려되네! 맛에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확연한 차이 그리고 정말 커피마니아 전문가 수준이 아니라면 일반소비자는 구분이 쉽지 않을 거고 그럼 내처럼 의문을 갖지 않을까 생각되네! 두 배 반이나 되는 가격차이니까 그리고 납품용 가격이 마트와 비슷하게 형성되어 있다면 일반 소비자에게 나가는 것도 가격을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되네! 일반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하거든 나부터 가격을 보고 의아해해서 아우님한테 물어보잖아 왜 그런가 하고’
‘네에 형님 심도 있게 고려해보겠습니다. 약간은 상표에 관한 문제도 있습니다. 영업회의 한번 거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해요. ** 큰 형님’
‘아침부터 불편한 이야기를 한 것 같아 미안하구먼! 커피 마니아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닌 일반소비자 내 경우 아주 묽게 마시니까 티스푼으로 세 스푼이면 적당해 그렇게 딱 하루에 한 번밖에 안 마시려고 애쓰지 그렇게 하니 한 봉지 헐면 20여 일 마시게 되더만 물론 산화가 되겠지만, 맛을 차이를 알아챌 혀는 아니여 일반 사람들은 다 그럴 걸 한 두 봉 소비하는 것은 전체 매출에 극히 적은 부분이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될 일인 것 같아서 기분 좋은 소리가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이야기했으니 이해하셔’
‘호! 아닙니다. ** 저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기분 더 좋은데요. 형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잖아요. 브랜드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형님 경영에는 이모저모 이론도 많고 설명도 필요하고 각종 처세도 중요한 것 느낍니다. 정말 기분 좋아요. 형님 건강하셔요. 커피 영 안 드시는 것보다 조금씩 드시는 게 오히려 건강에 더 좋습니다. 단점도 있는 것 같아요. 그냥 제 몸으로 느끼는 건데요.’
가격문제에 대해서는 더 소상히 문자답변을 못 드렸다. 아무래도 소량생산인 데다가 상표관리 측면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가격 단가를 낮추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성 그러니까 소비자의 소비성과 하루 판매량을 고려하여 정한 가격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관리 측면에서 우리 커피가 비싼 커피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왜냐하면, 경쟁업체의 가격은 오히려 더 높게 측정한 곳이 많은데 대부분 상표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에 맞게 각 회사의 신용이 그 회사의 가격으로 제시하니 말이다.
이건 경영의 문제지만, 또 이렇게 예를 들면 안 되지만 이런 것이다. 특정 연예인의 몸값은 왜 그리 높은가! 하는 문제와 다소 비슷하다. 꼭 그 연예인만이 어떤 주어진 배역을 소화해내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배우들도 많은데 그 사람만의 특정한 멋이 있다. 그렇다고 우리 커피가 어떤 연예인만큼 특정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거나 그에 합당한 어떤 멋을 내는 것도 아니다. 우리만의 믿음을 오로지 소비자께 제시하는 것뿐이다. 집집이 밥맛이 틀리고 장맛이 틀리다. 우리는 특정한 국밥집에 가 국밥 한 그릇 한다. 그 집만의 맛이 있기 때문이다. 기호식품 커피, 커피 또한 이와 비슷하다. 어느 집은 산미를 죽이고 오로지 부드럽게 내는 집이 있는가 하면 어느 집은 산미를 더 우려내는 곳도 있다. 자기 입맛에 찾아가는 고객, 그러니까 단골손님을 얼마나 많이 만드는 것도 카페 장의 역할이다.
압량 오 씨께서 출근했다. 용준이와 사동에 가, 커피 한잔 마셨다. 오늘도 본부는 별달리 일이 없어 용준이는 일찍 퇴근했다. 오후 내내 본점에 있었다. 전에 토요문화강좌에 오신 선생이었다. 아마, 어느 대학에 교직원으로 계시는 분으로 알고 있다. 드립 관련 제품을 판매했다. 선생님 전에 이 제품은 모두 다 사 가져, 가신 것 아니냐며 물었더니 어제 일가친척이 서울서 내려와서는 커피 맛있다며 관련 제품까지 모두 들고 갔다고 했다. 그래서 집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또 있어야 해서 오신 거였다. 이때가 오후 네 시에서 다섯 경이었는데 손님 띄엄띄엄 오시기에 주방에 일하는 동원이가 무척 바빠 보였다. 마침 본점장 성택군이 출근한다.
본점 교대시간이었는데 성택이는 집에서 닭을 튀겼다며 플라스틱 상자에다가 몇 토막 담아왔다. 깨소금도 담아왔다. 모두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밀가루 반죽에다가 묻혀 튀겨나며 물었더니 그렇다며 얘기한다. 겉은 조금 딱딱했는데 그런대로 맛있다. 튀긴 닭고기 하나씩 먹으며 얘기한다. 전에는 국수도 한 번 삶아 온 적 있나보다. 국수와 닭고기까지 요리 영역을 점차 넓혀간다. 아마도 뭔가 있는 듯했다. 장가가려고 하나 하는 생각과 창업하려고 하나 하는 생각 들었다. 동원이는 책에 관한 얘기를 했다. ‘커피 향 노트는 교과서라 생각하며 읽었습니다만 이번에 나온 가배도록은 마치 소설 같아서 재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커피 향 노트보다는 가배도록이 훨씬 좋습니다.’ 고 한마디 한다. 순간 조금 부끄러웠다. 단지 일기라서,
글은 삶의 중심에 들어가게 한다. 읽으면 관심이 가고 관심이 들면 찾아오고 찾아오면 내가 사는 환경은 풍족해진다. 외롭지 않다. 두루두루 삶을 엮어나가면 촘촘한 거물과 같아서 위험을 잡아주며 내일의 안녕을 기한다. 처음은 모두 어렵고 힘들다. 많은 자본이 들어간다. 들어가는 자본이 많다고 해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일은 뒤에 빛이 있으니 천천히 자기 속도에 맞게 걷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아침, 작가 조정래 선생을 보았다. 선생은 책 한 권 집필하는데 무려 수많은 책을 읽어야 함을 얘기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쓰는 것은 공부다. 공부하면서 내 경험을 어울려 더 나은 작품을 만든다. 나는 일기를 쓴다. 쓰는 일은 매한가지다. 일기를 통해 세상을 얘기하고 싶다. 이것이 아주 큰 소통으로 내게 행운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많은 말글은 죄다 이 삶 어쩌나
깜깜한 밤거리에 혼자 읽으니
주술 같은 달님에 달님은 웃고
하얀 마당 까맣게 웃는 저 님은
덮으면 몰라 열면 훤히 꿰뚫고
보는 마음 드리며 말은 또 잃고
가는 시간 그래도 이며 타는 말
저 님은 웃고 죄는 또 금세 짓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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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