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12日
대체로 맑은 날이었다. 어찌 보면 끄무레한 날 같기도 하다.
일은행잎
은행잎 파릇하게 오르고 있었다. 일보 떨어져 자는 아내와 안방에서 자는 아이를 보며 아침도 먹지 않고 본점 거쳐 압량 지나 사동에 왔다. 은행잎은 파릇하게 오르고 있었는데 아내는 시내에 애들 데리고 놀다 오고 엊저녁 밤늦게 들어왔다. 은행잎은 파릇하게 오르고 있었는데 사동은 점장과 박 실장이 출근하고 아침 먹었느냐며 물었더니 점장은 이제 청소하고 하면 된다는 말에 조금 미안한 감정이 이는 것이었다. 점장의 말이 떨어지자 아침 먹고 오겠다며 길나서며 아내에게 전화했다. 은행잎 파릇하게 오르는데 아침은 여전히 늦잠 자며 아직 누웠는데 아침 먹으러 가자며 얘기하니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러자며 일어나는가 보다. 은행잎 파릇하게 오르는데 애들도 이왕이면 깨워서 가지하며 문자 보냈고 차는 벌써 집 앞에 도착했다. 은행잎 파릇하게 오르는데 아내와 아이들은 운동복 차림으로 모두 내려 왔어 차에 타는 것이다. 은행잎은 여전히 파릇하게 오르는데 국밥집에 가 국 네 그릇 시키며 본점 돌아가는 얘기하며 국 한술 뜨고 있었는데 맏이는 고기를 먹지 못해 밥만 끼적대며 있는데 한소리 고함지르고 싶었지만, 그냥 먹어라 낮은말로 했다. 결국은 국 다 먹지 못하고 애 엄마가 그 반을 먹었다. 은행잎은 파릇하게 오르는데 폭 퍼진 밥알처럼 헤진 입술로 밥 먹는 애 엄마 보니 은행잎은 파릇하게 오르는데 더덕더덕 붙은 놋그릇에 뭉그러진 밥알처럼 떼지 못한 본점 밥덩이처럼 건져먹지 못한 소고기처럼 입 툭 튀어나온 아이처럼 일은 그 얼마나 고되며 쓸쓸한 것인가! 은행잎 파릇하게 오르는데 말이다.
이벚꽃
봉곳한 벚꽃 망울 결국 터지고 솜사탕처럼 벚나무 다시 봉곳 한데 어느새 바람은 불어서 눈송이처럼 벚꽃잎 날리는데 푸른 잎 상큼한 계절로 내달리며 살아야 하는데 볼 베어링은 모래처럼 껄끄럽게 돌며 돌아가는데 얼음덩이도 지난 세계 돌덩이 같은 멍에도 깔아뭉갤 수 있으나 뭉개야 하는데 하반 모터 뽈뽈 연기만 나니 성에 같은 마음은 결국 불안케 하여 해서 밭고랑도 이랑도 자연히 늘어나네
바람은 자꾸 불어서 꽃잎은 다 떨어지는데 떨어지려고 하는데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꽃잎만큼 손 없으니 마음은 하늘처럼 비우지 못해 바깥에 잔디밭 밟으며 깔아놓은 맷돌 반석 밟으며 걸어서 지나는 손 밟는 보도블록도 밟다가 다시 들어와 만져보는 볼은 여전히 껄끄럽게 돌며 돌아가는데 가벼운 주스만 돌리자고 옆에 재껴두고 창밖에 눈송이처럼 날리는 꽃송이 바라보며 애타는 바람만 자꾸 느끼네
청도 가비에 다녀왔다. 블랜드(믹스기) 볼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서 새 제품 하나 싣고 갔다. 볼 하나 드리고 왔다.
삼스억
스억 서거덕 석 스억 서거덕 석 석 스거덕 스억 본점에서도 콩 볶고 사동에서도 콩 볶았네 이 씨가 주문한 커피와 영천 일면식 없는 고객이 주문한 커피 있었네 이 씨는 본점에서 일면식 없는 커피는 사동에서 볶았네 이 씨는 성당 신부님께서 주문한 커피라 했네 일면식 없는 커피는 아주머니네 이 씨는 참으로 애가 씐 커피였네 배춧잎 생각하면 볶지 말아야 할 커피지만 어쩔 수 없이 끌며끌며 돌리며 가네 일면식 없는 커피는 아주 소량의 주문이었네 오후 늦게 이 씨 전화했네만 본점에 있다고 했네 최 선생께서 전달해 주었네 일면식 없는 커피는 어떤 남자분이 찾아왔네 한 시간쯤 전화가 왔네 그람이 맞나요 네에 정확히 담았어요 했네 스억 서거덕 석 스억 서거덕 석 석 스거덕 스억 오늘도 콩 볶으며 가네
사무제
담뱃갑만한 행성, 인쇄기 위에다가 놓고 동영상처럼 돌아가는 산 꿴 구름의 낯익은 장대 보며 있었네 장대는 예언자 낚싯대를 뜨겁게 달구었다가 다시 빼며 옥구슬보다는 아주 작은 단어를 담는다네 도꼬마리처럼 산 그림자 안은 파도가 장대 다독이며 다시 뜨거운 우주로 달려가네 별을 담는 바구니는 두 쪽 가지런하게 놓였다가 하나가 금시 사라졌는데 어쩌다가 깨끗한 바닥을 볼 수 있었네 우주선은 늘 불시착하며 빙빙 도는 고무풍선만 지목했다네 그때마다 지구의 산만 그리운 까만 우주비행사는 달려가곤 했네 째깍째깍 어두운 공간은 아직 이르리 공 팔시 이십이에 공자 맹자 손자 한비자 묵자가 공중에 보였다네 구부린 장대와 삽대 꽂은 우물이 적재적소에 맞았지 뭔가 별 담는 바구니가 은하수에 놓였다네 소리 없는 젤리 바다 같았네 난데없는 파리가 앉더니만, 후 치네 첩첩 쌓인 산 포개며 장자방처럼 바다 생각하네 행성 하나가 우주로 이동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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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