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04日
날씨 꽤 맑았다. 산과 하늘이 뚜렷이 보일 정도로 맑다. 깨끗한 풍경화 보는 것처럼, 바람은 몹시 불었다.
님아
님아 싹 씻긴 황사 하늘 보아요
밤새 쌓은 심사 싹 씻겨갔어요
내 마음 고운님아 카페 오셔요
어리디 어린마음 커피 드셔요
상호가 B 업체인 대표 이 씨께서 다녀갔다. 요지는 기계 때문이었다. 대구 시내 약 두 평에서 세평쯤 되는 테이크아웃점 가게를 하게 되었는데 기계가 필요했다. 이 씨는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일을 해 온 경험이 있다. 그중 주유소와 PC방을 오래 해왔는데 여타 이유로 문을 닫았다. 커피를 하게 된 것은 4년이다. 그러니까, 대구 커피 관련 모 업체에 이사로 있다가 독립했는데 그때 커피 교육을 해드린 바 있다. 남자도 하기 어려운 일을 여장으로서 해내시는 것 보면 대단하다. 이번에 내는 카페도 어떤 좋은 기회가 닿아서 하게 되었는데 이 씨로 보면 분점이다. 한 달 세가 고작 6만 원이다. 교통의 요충지에 있고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이라 두 평쯤 되는 카페에서 커피가 안 나간다고 하더라도 광고나 상표이미지 전략으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자리라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작년 연말, 미수 관계를 이야기했다. 봄이 오고 여름 다가오면 더치커피 수요가 많아질 듯하니 커피를 예전처럼 부탁한다는 말씀이었다. 커피가 입고되면 그렇게 해드리기로 했다.
청도, 한학촌, 모 대학 천 씨, 분점으로부터 커피 주문을 받았지만, 오후 다섯까지 배송 가지 못했다. 주문받은 것 중 레몬파우다가 있었는데 재고가 없었다. 며칠 전부터 주문을 넣었지만, 아직 입고되지 않았다. 업체에서 곧 온다는 문자만 왔지 오늘 입고되지 않았다. 다섯 시 넘겨 부랴부랴 배송 가게 되었다.
파도
구불구불 파도를 한입 먹는다.
봉마다 짝짝 펴서 길게 늘인다.
입속에 들어가면 몽긋몽긋해
파도가 빈속 허기 꽉꽉 채운다.
사동에 있었던 일이다. 드립 수업, 그러니까 시와 곁들여서 하는 강의다. 한 분이 들어보고 싶다며 등록했다. 케냐와 예가체프를 볶았다. 내일 구미 도량동, 어느 성당이다. 오전 B 업체인 대표 이 씨로부터 받은 주문이었다. 압량에 쓸 커피도 조금 담았다. 실습생 최 씨가 다녀갔으며 오후에는 문중 어른이 다녀가셨다. 오늘 모임 하셨는지 꽤 많이 오셨다. 내일이 대보름이라고 했다. 양력으로 지내니 보름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지냈다. 각종 나물 반찬에 오곡밥으로 보내는 날이지만, 어떤 형식을 갖추고 산지는 오래다. 어찌 보면 삶이 농경이 아니니 그 문화를 잊고 사는 거다. 달, 1년 중 가장 큰 달이기에 대보름이라 하겠다. 8월의 달은 풍요관념을 뜻하는 한가위이라 하는데 1월은 그야말로 한가위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한 해 농사에 어둠과 질병, 여타 사고 없이 희망 가득 실으니 그 마음을 넓게 빚는 것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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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