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14日
맑았다.
소고기 국밥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사동 거쳐 본점에 와서 토요 커피 문화강좌를 열었다. 오늘도 꽤 많은 분이 오셨다. 새로 오신 분은 없었으며 전에 몇 번 빠진 분이 오시어 자리를 메웠다. 곧 창업하시겠다며 말씀 주신 분도 있었으며 사위에게 좋은 커피를 해주고 싶다며 오신 분도 있었다. 그 외 일일이 사정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었으나 구 선생께서 라떼 아트 수업을 잘 이끌었다.
오후, 하부 냉장고를 들어 올렸다. 교회 도자기 하시는 이 씨 가게다. 대리점 모 기사께서 가지고 오셨는데 나도 현장에 약속한 2시에 와서 함께 들었다. 2층 오르는 계단을 힘겹게 올랐다. 부피와 무게가 만만치 않은데 올리며 여러 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체력도 달리고 정신도 달리고 이제는 무엇을 해도 가득한 내 그릇에 힘겹기만 하다. 교회 하부 냉장고 하나 더 들어가니 그나마 커피집다운 모양새가 나왔다. 목사님도 이 씨도 흡족해하는 모습 뵈며 나왔다.
칼에 벤 손 아물고 손은 바빴다.
앞에서 끌고 뒤에 올려 따랐다.
헉헉거리는 계단 타며 올랐다.
따라온 저승사자 어깨동무다.
정평과 시지에 커피를 배송했다. 정평 점장 오래간만에 뵈었다. 이제 볼 날도 이달 말까지다. 가볍게 인사했다. 그간 고마운 일이다. 가벼운 어떤 선물이라도 가져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바쁜 일로 몸과 자금이 여의치 않아 인사만 드렸다.
본점에 이모님 오시었다. 작년 이맘때였는데 이모님 후배시다. 그러니까 한의대 앞에 카페**다. 모 씨 어머님이다. 카페와 더불어 건물이 팔렸다고 했다. 문제는 세금 관계로 본점에 오시게 되었다. 카페**는 간이과세자라 별달리 신경 쓰지 않았는데 건물이 팔렸기 때문에 문제가 또 달라진다. 여러 가지 상담을 했다. 건물주 사모님께서는 별 이익 없이 파셨다고 하나 들으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1억 3천여만 들여 건물 사서 3억 조금 넘게 파셨는데 카페를 만들었다고 해도 그간 1년은 운영했으니 잘 판 거나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목돈을 만지게 되었으니 얼마나 횡재인가! 요즘 들어 카페 매매가 더 잘 되고 있다는 것도 신기할 정도다. 그냥 건물이면 잘 팔리지 않는 것이 카페가 있어 매매되는 데, 그것도 나름의 특색을 요한다. 오늘 매매는 1.2층 구조의 아담한 단독건물이다. 대학가 앞이라 이점도 있다.
조감도에서 조회했다. 직원 다 모인 가운데 월급명세서를 드렸는데 명세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관해서 일부 설명했다. 보험과 연금이 공제되니 실수령액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 되니 또 그에 대한 설명하는 나도 마음이 꽤 불편했다. 남자들은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하듯 연금과 보험은 의무적으로 넣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더구나 이월은 일 수가 적어서 받는 금액이 지난달보다도 낮다. 날은 점점 풀려서 사람 마음도 풀렸는데 정작 여유를 갖는 사람은 없으니 어찌 서민의 삶이 어렵지 않겠는가! 갖은 빚 한 품도 갚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씩 도는 경영 또한 어렵기만 하다. 빚은 둘째 치더라도 내가 가진 직업이 있고 그 직업에 만족하며 산다고 해도 함께 일하는 사람의 비전을 심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경영은 참 어려운 것이다.
며칠 전, 주말은 바빠 인원이 더 필요하다는 보고도 있었지만, 정작 이번 주는 심상치 않게 조용하다. 앞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영업이라 경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경영자의 처지다.
장모님 생신이라 잠깐 처가에 다녀왔다. 오후 5시 조금 지나서 왔다. 저녁만 먹고 금시 자리에 일어섰다. 처가 가족께 죄송스러웠다. 본점 일로 동원이 빨리 보내달라는 부탁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처가 형님과 식사할 때였는데 이런 말을 했다. 다른 것은 장사 안 되면 문 닫지만, 카페는 신기할 정도로 매매가 잘 됩니다. 했다. 처남은 카드관련 포스업계 일한다. 대학 졸업해도 취업이 안 되니 카페로 밀려들어오는 것 같다. 오늘 매매 된 것도 그렇거니와 지난 모 점도 마찬가지다. 가게를 인수받았든 매매했든 모두 나이가 서른하나다. 처남께서는 회를 사오셨는데 소주 한잔하고 가시게 하며 부추긴다. 회가 나와서 말이지 아침 뉴스에 ‘고래회충’에 관해 말씀드리니 옆에 계신 장모님께서 한 말씀 주신다. ‘그케 와그케샀노! 횟집 장사 안되구로 말이다.’ 들깻잎에 회 한 옴큼 싸서 입안 묵직하게 넣는다. 두 번 싸서 먹고 미역국 마셨다. 빈손으로 와서 밥만 축내었다.
장모님께 인사드리고 압량으로 달렸다. 6시 조금 지나서 도착했다.
장모생신 한 끼를 두 끼 채 먹네
사는 게 무엇인지 분간 안 가네
세월 염치만 늘어 낯만 두꺼워
예 무엇이며 덕이 무엇이냐고
구두는 찢어지고 닦지도 않아
어처구니로 앉아 뱉지도 못해
가는 길 겉치레라 실속도 없어
그래도 낯짝은 예 있어 보였네
사동에 있을 때였는데 들어오시는 손님마다 손에 케이크 상자가 들렸다. 오늘 무슨 날인가 하며 곰곰 생각했는데 화이트 데이다. 온종일 조용하다가 저녁에 띄엄띄엄 오시는 손님에 주방은 바빴다. 아르바이트 최 씨가 가고 난 후, 주방에서 설거지하며 일 도왔다.
일기 쓰며 이런 생각을 했다. 하루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것도 그 뜻을 다 적을 수는 없으니 서애 류성룡 선생께서 쓰신 징비록이 왜란의 처참한 상황을 적으셨다고 해도 다 표현을 못 했으리라! 그러니 눈으로 보지 않아도 전쟁의 그 피폐한 상황이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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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